5,500톤짜리 골리앗 크레인이 원타임 세팅 공법으로 설치됐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께 옥포매립지. 대우조선해양이 새로 만든 무게 5,500t짜리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이 지면에서 서서히 떠올랐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3,600t급 해상크레인 두 대를 병렬로 연결해 크레인을 들어올린 뒤 곧바로 도크(Dock)에 설치하는 이른바 ‘원타임 세팅 공법’이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순간이다. 기존 상식의 틀을 깬 이 공법은 폭 180m, 높이 90m의 골리앗 크레인을 사전에 제작, 조선소의 선박건조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고 단시간 내에 설치 운용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매립지를 떠난 골리앗 크레인은 4척의 터그보트가 해상크레인을 밀고 당기기를 반복, 4시간여 만인 오후 2시께 제2도크에 무사히 안착됐다.

이날 기존 2도크의 크레인이 900t급 골리앗 크레인으로 교체됨에 따라 초대형 컨테이너선 부분 건조와 3척의 선박을 동시 진수할 수 있는 공정 시스템이 갖춰졌다. 이 크레인은 900t의 중량물을 최고 78m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시설로 연간 10여 척의 선박을 추가로 건조, 1조원 규모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도크에 골리앗 크레인을 설치하려면 각종 부품을 작업현장에 운반한 뒤 2개월여의 설치공사가 필요했다. 기존 공법을 따랐다면 2도크의 선박건조 작업이 2달 동안 멈춰야 하지만 이번 신공법 적용으로 단 일주일 만에 설치작업을 마칠 수 있어 한해 70척 이상의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생산공정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게 됐다.

골리앗 크레인은 조선소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생산설비. 이름도 성경에 나오는 전설의 거인인 ‘골리앗’에서 따올 만큼 선박건조 작업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설비인 데다 조선소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성공한 이번 신(新)공법으로 세계 최고의 선박건조 능력과 함께 생산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다. 이미 지난 1999년 해상크레인을 이용한 초대형 블록 탑재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고, 선박건조블록의 초대형화를 이끈 ‘링타입 탑재공법’, 세계 특허를 획득한 ‘양면슬리트 공법’ 등으로 세계 조선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2009년 세계 1위 조선해양기업을 목표로, ‘F1 전략’ 달성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하고 있는 것. F1 전략은 불확실한 경제환경 속에서 업계 최고의 경영 목표(First)를 이른 시간 안에 달성하고, 일하는 방식을 빠르게 전환하며(Fast), 회사의 규정과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Formula)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골리앗 크레인을 설치한 제2도크도 길이를 540m로 늘렸으며 길이 438m, 너비 84m인 세계 최대 규모의 플로팅(부유식) 도크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조립5공장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대형 선박블록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조립 5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신조선시장 불황의 파고(波高)를 과감한 ‘공격경영’으로 해쳐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이 블록공장은 3만8,250㎡로 사내 조립공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 연간 13만t의 대형블록 생산이 가능하다. 컨테이너선의 선수, 선미 곡블록을 주로 제작한다고.

특히 모든 공정을 한곳에서 소화하는 자체 제작 시스템을 갖춰 물류 이동에 따른 건조 시간을 줄이고 360t 대형 크레인 설치로 300t 이상의 대형블록을 생산, 생산효율을 더욱 높이게 됐다. 이에 따라 외부 조달 없이 사내에서 안정적으로 이미 수주된 3년치 건조물량에 필요한 선박블록 공급이 가능해지게 된다.
이번 조립공장 준공으로 대우조선해양은 매년 100만 톤 이상 늘어나는 생산량을 소화하고, 사외에서 조달하는 물량확보의 어려움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조립5공장은 생산량 증가로 인한 부지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새로운 공장부지로 조성했다. 출퇴근 시 직원들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노사간 이해와 협력을 통해 추진됐으며, 우호적 노사관계로 주목받아 온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만들어 낸 또 다른 합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1년여의 공사 기간동안 연 인원 5만8,100여명이 투입됐으나 단 1건의 안전, 환경사고도 발생하지 않아 부산지방노동청으로부터 무재해 및 환경사고 예방 우수현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처음 가입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3조원 이상의 매출로 조선해양부문 1위 달성을 경영 목표로 하고 있다.
남상태 사장은 “조선경기가 어려울 때 일수록 세계 조선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와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5공장을 시찰중인 남상태 사장.

이동열기자  skj6336@kornet.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