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돈 묵
/거제대교수

금년 거제의 관광객이 예년에 비해 턱없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수치까지 들먹이며 나오고 있다. 그 줄어든 수치마저도 믿지 않고 그보다 훨씬 더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관광객의 감소는 그 수치를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수욕장에 나가보면 예전처럼 번잡하지도 않고, 썰렁한 모습만이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흔히 얘기할 때, 관광업소에 종사하는 분이나 그것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의 나태를 지적하는데, 그렇게 단순한 문제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거제에 항용 내재해 있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물론 근접한 위치에서 관광객을 상대해야 했던 분들의 책임이 그 누구보다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제 오늘에 비롯된 문제가 아니고, 그동안 거제를 걱정하는 분들이 누누이 지적해 온 문제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해 온 결과로 봄이 합당할 것이다.
오래 전부터 천혜의 자원에만 의존하고, 지나친 자만으로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달라지는 노력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매년 제기되는 여름 성수기의 바가지요금과 서비스 정신의 결여는 고질적인 현상으로 재현되었다. 그러한 반복된 부정적 요소들이 오늘의 거제 관광 산업을 멍들게 한 소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을 대면하여 영업하면서도 자기 위주로만 계획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되어 있지 않았던 듯하다. 분명 지나친 넉넉함에서 비롯된 일회주의이다. 바가지요금도 그렇고, 서비스 정신의 결여도 그렇다. 성수기에는 많은 손님이 오니, 너 아니면 다른 손님이 있다며 맘대로 하라는 식의 손님맞이로는 안 된다. 나의 오늘 손님이 내일의 내 손님이 됨을 인식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손님이 더 즐거워할까에 대한 고민이 따라야 미래가 있다.

한번 다녀간 손님에 대한 지속적인 서비스도 필요하다. 이 같은 배려가 없이 이루어진 영업방법의 누적이 오늘의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러한 안이한 삶의 태도가 관광업소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한정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현재 거제에 상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삶의 태도라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고쳐져야 더 나은 거제를 육성할 수 있고, 거제인들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기에 쓴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소위 IMF라는 경제 위기에 시달릴 때에도 거제는 조선 경기의 호황으로 큰 고통 없이 경제발전을 이어 왔다. 그로 인하여 다른 지역에 비해 우월감에 차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여유의 영원한 지속을 위해서는 먼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의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하지만 지역 경제의 윤택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몰라도 너무 현재의 즐거움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한 예로 거제에는 지역경제가 좋아서 모든 분야에서 많은 일손이 부족하다. 심지어 부산의 인력이 거제로 옮겨와서 상주하며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로자들은 수월한 일, 임금이 높은 일을 가려서 한다. 사업주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보다 내가 일하기 편한 방법과 일을 선택한다.

그러다 보니 거제의 근로자들은 최선의 서비스 정신으로 하나의 성취를 이루어내는 기쁨보다는 하루의 일당에 더 연연해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싶다. 그 결과는 냉혹하게 돌아온다. 중앙이나 외지의 업체들이 거제에 와서 일을 한번 해 본 후에는 어지간해서는 이곳의 사람들을 다시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아예 자기네 지역의 사람들까지 데리고 와서 일을 한다는 것은 일터를 빼앗기는 것이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회주의에만 연연해하고 있다.

또 일을 마친 후에 발생하는 하자보수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경향이 있다. 심한 경우는 일을 마친 곳과는 통신 두절이 비일비재하다. 하자가 발생하여 보수하려 해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다급하여 다른 업자를 넣어 수리하려 해도 어려움이 따른다. 통신 자체가 되지 않으니 지난 공정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분명 서비스 정신의 결여이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다음에 그 사람을 부를 리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금년 이곳 거제의 관광객 감소 실태와 너무도 닮았다.

거제의 관광객 감소는 일회주의에 만족한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거제인 모두와 행정기관이 하나가 되어 시급히 해소시켜야 할 문제이다. 일회주의로 인한 눈앞의 이득에 눈멀기보다는 먼 미래를 향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이야기는 관광 산업에 국한한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윤택한 거제의 먼 미래를 위해 드리는 간절한 주문이다.

이번 여름휴가에 이웃 섬인 남해에 다녀온 분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는 그곳의 모습을 들려주며, 내년에도 또 가겠다고 힘주어 말하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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