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영 민
/본지 편집이사

미국작가 스타인 백은 미국인 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미국사람들은 그의 일생의 3분의 1을 줄서서 기다리는데 낭비하는 바보들이다"라고 했다.

너무 끈질기게 줄을 서 있음을 비꼬기 위한 과장 표현이긴 하다. 잘기다리고 못기다리는 데도 확연한 민족차이가 드러 난다고 김경근 고려대 명예교수는 말한다.

같은 유럽사람 이라도 라틴계통 사람보다 게르만계통 사람들이 훨씬 줄을 잘서고 잘기다린다. 이런 조크도 있다. ‘영국사람 셋이 있으면 행렬이 생기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둘있으면 세계의 정당이 생기고 일본사람 셋이 있으면 네 개의 상사가 생긴다’.

한편 한국사람들은 어떠한가 ‘한국사람들이 혼자있으면 정이 그리워 죽고 둘이 있으면 서로 양보 하면서 목숨 바쳐 사랑하고, 셋이 있으면 질서가 흐트러 지면서 하나를 제거하고 싶은 충동이 일고, 넷이 있으면 양편으로 갈라 편을 짠다’ 라고 꼬집는 말도 있다.

한국사람들을 가리켜서 ‘빨리 빨리’라고 미국사람들이 지은 사례도 있다. 망부석처럼 기다 리다가 돌로 굳어 버릴만큼 우리 한국사람도 혼자기다리는 데는 도사인데 여러사람이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데는 아직은 미숙 하다고 한다.

이런 우스게 소리가 생각난다. 해방직후 관청에서 물자배급을 주는곳 마다 줄을서지만 새치기 통에 한번도 차례가 오질 않는다 홧김에 너 죽고 나 죽자 할 셈으로 칼을들고 관청에 달려 갔더니 이미 이곳에도 칼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는.....

오일 쇼크때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있는 로스엔젤레스 에서는 주유소 앞에서 평균 10-15시간 줄지어서 있어야만 기름 한말통을 살수 있었다 그래서 가족이 번갈아가며 줄을서는 이것을 “행렬전쟁”이라고 했다. 그무렵 로스엔젤레스 타임지에 이런글이 실렸었다. 전시민의 3분의 1이 이 행렬전쟁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대열에 한국사람이 끼어 있는 것을 본사람이 없다고..... 이와관련하여 당시 한국인 저명 인사는 우리 한국 사람은 외출하지 않고 들어앉아 있었으면 있었지 15시간씩 줄서 기다리지 못하게 끔 구조적으로 돼있다. 고 말했다.

2003년 여름 필자가 뉴질랜드 북섬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때의 일이다. 오클랜드 시내 의 Telecom 건물 옥상에는 회전식 뷔페식당이 있다. 가족과 함께 예약을 하고 모처럼 찾아간 이식당의 2부순서는 저녁 8시부터인데, 7시30분부터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부터 줄을서서 기다리다 타야할 형편이었다.

옥상 식당문에 들어서면 프런트에서 안내를 받아 좌석을 배치 받는데 이것도 한 10여분 줄을서서 기다려야 자기 순서가 온다 프런트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행동은 왜 그리도 늦은지 게다가 바쁜 표정 하나없이 일일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여유있게 손님을 안내하고, 더군다나 바쁜데 뒷사람 눈치도 보지않고 자기들끼리 농담까지 하는것을 보고 미운생각 마저 들었다 그런데 다른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기다리면서 짜증하나 내지않고 자기들 끼리 농담을 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잘못된 것인지 뉴질랜드인들이 밸도 없는 무골인간들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곳이 남의 나라이고 이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보고싶어 여행온 형편이라 애써 인내 하였다. 모처럼 가족나들이 이기에 나만 손 해라고 자위 하면서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하였다.

관공서에서는 일은 볼 경우 소위 ‘급행료’를 지불하면 ‘급행’으로 일을 처리하는 나라중 하나가 우리나라라는 말이 통하던 시절이있었다.

이제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못기다리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최근에 시내약수터에서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길게 줄서서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로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뭐가 그리 급했는지 새치기를 하다 실갱이가 벌어졌고 갖은 욕설과 주먹 다짐이오가면서 이 일때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질서는 혼자 지키는 것이 아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지닌 거제에서일부 모순된 무질서 문화를 그대로 계승 하려고 하면 오산이다.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양보운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다반사이고 약수터, 식당 이나 극장등 공공장소 에서의 새치기는 능히 관광객들로 하여금 경멸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요 거제 토박이들까지 도매금으로 모욕당할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해양관광휴양 도시 거제를 ’ 외쳐도 못기다리는 못된 버릇이 남아있다면 그들은 농담이겠거니 하고 웃어 넘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에 하는말이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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