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한 주/ 변호사(김&구종합법률사무소)

얼마 전 우리나라 대표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그룹회장 이건희씨와 그 아들 이재용씨가 나란히 법정에 섰다. 조세포탈 및 업무상배임등에 관한 특별검사의 수사가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1심재판의 결과가 나왔다. 재판의 결과를 두고 특별검사와 재판부의 책임공방까지 일고 있는 마당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재벌 봐주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이 거세다.

필자는 재판의 결과를 두고 평론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나라 재벌의 폐해와 재벌들의 부(富)의 세습에 관하여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문어발식 구조와 경영권의 세습은 수십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권력과 유착하여 온갖 특혜를 누리고 그 대가로 정치자금을 헌납해 온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고, 최근에는 사법부의 판결과 처벌도 있었다. 물론 ‘솜방망이’처벌에 그쳤지만.

자본주의 생명은 투명성에 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와 회사채권자, 피땀으로 일하는 기업구성원 모두다. 나아가 기업의 사회성을 강조한다면 소비자인 국민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1인의 오너(회장이라고 불리는)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주주나 회사채권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들은 회장님(!) 마음대로 비자금으로 조성되어 로비자금으로 사용해 왔다. 그것은 자본주의 왜곡이며 결국에는 기업의 부실로 이어지고, 국민경제의 파탄으로까지 가게 된다. 우리는 소위 IMF시절을 겪으며 그 폐해를 절실히 느낀바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씨의 경우를 보자! 이건희씨는 회장이라는 직함으로 모든 삼성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회사의 주인처럼 행세해 왔다. 이건희씨가 가진 삼성이라는 명칭이 붙은 회사들의 지분은 불과 몇%에 지나지 않거나, 그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님에도!

그러고는 편법증여를 통해 아들 이재용씨에게 그 지위를 물려 줄 모양이다. 필자의 짧은 지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선진자본주의사회에서 재벌2세니 3세니 하는 용어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필자가 사법시험에 합격할 당시 고등학교 중에서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소위 강남8학군의 모 외국어고였다. 그 후 강남지역 고교들이 서울대를 비롯한 소위 명문대와 각종 고시에 합격하는 비율은 갈수록 높아져 지금은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고액의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부(富)를 가진 사람들의 자식들이 대를 이어 출세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선 수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그 고용불안은 근로조건저하로 이어지고, 그 노동자들의 자녀들은 교육시장에서 소외되고, 다시 비정규직이나 실업자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슬프지만 현실이다. 봉건시대나 왕조시대가 지난지 오래 되었지만 신분의 세습은 형태를 바꿔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어디 세습이 이뿐인가? 소위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으로 불리는 재벌언론은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 권언(權言)유착을 통해 온갖 특혜를 받고, 언론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무가지(無價紙)와 경품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고, 그 결과 여론을 독과점 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이 신문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고 있는 것도 재벌기업과 유사하다. 그래서 족벌언론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교회는 어떤가? 우리나라 대형교회들의 담임목사직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 자식들이 기업이나 언론사, 대형교회를 이끌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민주적인 절차와 투명성, 구성원들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한목소리로 외쳐온 것이 있다면 아마도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세습통치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물론 필자와 우리국민 절대다수도 북한의 통치형태에 대하여 비판한다!)

기업과 언론사와 교회를 세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에 대하여 그들의 법에 따라 적법하게 선출했고, 능력이 탁월하고, 모든 인민이 원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을 인정할 것인가?

신기방  skj6336@kornet.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