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희
/거제문화예술회관 마케팅팀장

오는 7월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릴 예정인 월드 발레리나 강수진 내한공연을 앞두고 그녀의 자료를 뒤적이다가 ‘피카소를 닮은 발’이란 제목의 사진 앞에서 전율을 느꼈다. 기형으로 생긴 저 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발일까, 앙코르와트의 삼백 이십 년 묵은 사람의 발을 닮은 나무뿌리인가, 아님 맨발로 끝없는 수행의 길을 나선 인도 스님의 발이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강수진의 발레 인생 20년’이라는 특집 방송에서 소개된 영상의 기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 분야에 최고라고 불리는 사람들 그들 모두에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노력과 희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세련되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세계 각국의 내 노라 하는 발레리나들이 파트너가 되기를 열망하는 그녀의 발이 이런 기형으로 생겼다니. 그래서 그녀의 남편은 내 아내의 발이 점점 피카소를 닮아간다고 했다니, 그 못생긴 발에서 치열한 예술혼의 내공을 투영해 보았는지도 모른다.

강수진은 어머니의 권유로 선화 여중 때 발레를 시작하였고, 발레를 시작한지 1년6개월 만에 이화여대 주최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때 한국에 왔던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 교장 마리카 베소브라 소바는 강수진의 아버지에게 10만 명 발레리나 중에서 한명 나올까 말까한 천재라며 유학을 권유하였다. 세계적인 발레리라 강수진의 인생은 이렇게 시작 된 것이다.

1985년 동양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스위스 로잔 발레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하여 1986년 세계 5대 발레단인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 10년 만에 프리마 발레리나가 되었다. 1999년에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할 수 있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ce) 최우수 여성무용수상을 수상하였으며, 2007년에는 최고의 예술가에게 장인의 칭호를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독일의 ‘캄머탠저린’(Kammertanzerin, 궁정무용가)에 선정되었다. 또한 2007년 ‘존 크랑코 상’(John Granko,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예술 감독을 역임했던 세계적 안무가)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모두가 '동양인 최초'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인종과 국적의 벽을 넘어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인정받은 완벽한 찬사라고 할 수 있다.

매일 15시간 이상의 피나는 연습으로 하루에 토슈즈를 네 켤레(보통 발레리나의 2주일 사용분)나 써서 발레단 소품 담당자로부터 “아껴 써 달라”는 주의를 듣기도 했다는 강철나비 강수진. 발레리나들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일직선을 만들려면 토슈즈 안에 덧댄 나뭇조각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발레리나가 가볍게 날아올랐다가 내려앉는 동작을 하는 동안 두발은 나뭇조각에 짓이겨지는 고문을 당한다. 이런 고통의 고문을 수없이 반복한 피나는 인내의 결실로 완벽한 한 마리의 강철나비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표현할 때 마다 토슈즈 속의 그녀의 발은 피카소의 발(?)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져져 가는 것이다.
이런 내공의 결과물인 옹이처럼 튀어나온 뼈, 뭉개진 발톱, 굳은살과 상처투성이의 ‘못난 발’은 작년 강수진 발레 20년을 기념하는 방송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을 가진 그녀”라는 다큐멘터리로 소개되어 전 국민을 숙연케 했다.

발레는 몸이 악기이고 거기에 정신이 함께 어울려야 작품이 나오는 고도의 정신예술이라고 한다. 그녀는 스님들이 마음을 비우기 위해 수련하듯이 발레를 통해 자신을 수련하는 자세로 춤을 춘다고 한다. 바깥일상에서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춤추는 몇 시간은 구도자의 정신으로 몰입되어 행복하다고 한다.
발레는 자기와의 인내심 싸움이다. 발레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인생살이가 인내심이 없으면 자기가 하는 목적지는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녀 특유의 활달함으로 모든 현실을 긍정하며 최선을 다하면서도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는 타고난 노력과 성실 개방성 낙관주의가 오늘날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철나비 강수진을 만든 비결인 것 같다.

발레계의 환갑이라고 할 수 있는 불혹을 넘긴 40년 인생에서 30년 넘게 발레를 하였고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세계적인 명문 발레단인 슈트가르트발레단의 주역으로 살고 있는 강수진. 발레계의 전설 같은 연습벌레의 신화 강수진은 나날의 삶을 어떻게 엮어가야 되는지를 춤이라는 메시지로 거제시민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은 그녀를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경이에 찬 눈으로 내 아내가 점점 피카소를 발을 닮아간다고 자랑스러워한 그녀 남편의 말처럼 월드 발레리나 강수진의 피카소를 닮아가는 발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거제의 7월은 분명 가슴 벅찬 설렘이다.

새거제신문  skj6336@kornet.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