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한 주
/변호사(김&구 종합법률사무소)

용비어천가는 잘 아시다시피 세종29년에 간행된 125장에 달하는 한글로 된 서사시다. 세종이전의 왕들에 대한 업적을 칭송하고, 조선왕조의 창업을 송영(頌詠)한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3장에서 109장까지는 그 첫 절은 대체로 중국의 역대 왕들의 업적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언제부턴가는 모르지만 우리는 정권에 아부하는 언론이나 그러한 글을 쓰는 사람들에 대하여 “용비어천가를 읊고 있네”라고 조롱해 왔다. 용비어천가의 문학사적, 언어학적 가치는 불문하고, 그 내용이 왕들에 대한 무비판적인 내용과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적 태도를 두고 나온 말일 것이다.

요즘 소위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칭함)으로 불리는 족벌언론들의 기사를 보노라면 “명(明)비어천가를 읊고 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대통령과 현정부에 대한 칭송으로 일관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들을 ‘불순한 세력’으로 몰아 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촛불집회에 관하여 이들 신문이 쏟아낸 기사를 보면 ‘인터넷 괴담으로 새정부 불신 부채질’, ‘광우병 주장은 혹세무민’(동아일보 5. 6.자), ‘좌파세력의 반격’(중앙일보 5. 6.자)이라고 규정하면서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했다.

이들 신문들이 용비어천가를 불러온 역사는 유구(?)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제시대에는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다가 이승만 독재에 대하여는 이승만을 국부(國父)로 칭송했다. 역시 유신독재 때는 유신을 찬양했고, 전두환 군사독재 때는 전두환을 ‘민족의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이들이 유독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때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다. 두 대통령에 대해서는 없는 이야기도 지어내어 비난하고, 업적은 폄하로 일관했다. 어느 정권이나 공과(功過)가 있는데도 이들 신문들은 늘 한쪽 눈을 감았다.

물론 중간에 이들 신문의 기자들이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하다 해고된 사실도 있고, 국민들의 성원도 있었다.(예컨대 동아투위사건 및 광고탄압사건)
그러나, 지금 그들에겐 언론자유 따위는 관심도 없고, 그 정신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신문들의 왜곡, 편파보도가 오죽 심했으면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동아일보 사옥앞을 지나면서 “조중동 찌라시(광고전단지)”, “불꺼라 동아일보! 전기세 아깝다!”라고 외쳤겠는가?

더 나아가 국민들의 노무현과 이명박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노무현은 조중동과 전쟁을 했고, 이명박은 조중동을 등에 업고 국민과 전쟁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노무현은 미국이라도 할 말은 했고, 이명박은 미국이라서 할말도 못했다”고 꼬집었다. 현정부 집권 100일 만에 나오는 평가가 이렇다.

15세기 용비어천가가 조선왕조의 창업을 칭송하고 중국에 사대주의적 태도를 취했다면, 21세기의 이들 신문들은 현정부를 칭송하고 미국에 사대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촛불집회가 반미시위로 번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필자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지역신문(거대 족벌언론의 입장에서는 보잘 것 없는 신문이겠지만)에서 기자로 일한 사람으로서 소위 조중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과 그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다.

“정론직필(正論直筆)은 못할망정 곡학아세(曲學阿世)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지 말고, 현대판 용비어천가를 당장 집어치워라!”

전의승  skj6336@kornet.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