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영 천
/거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사계절이 뚜렷하던 한반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이상하다. 장마가 아직 멀었는데 때아닌 장대비가 우박처럼 쏟아지다가 그치기를 반복한다. 마른 하늘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열대 스코올(Squall)처럼 퍼붓는 바람에 일기예보를 그대로 믿고 외출했다간 낭패 당하기 십상이다. 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과 수증기의 증발량이 많아지면서 장마철에만 지루하게 비가 내리기보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갑자기 퍼붓는 기상 이변현상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매년 여름 장마가 끝나기 한달전 쯤 부터 기상청은 장마 종료시점을 예보해 오고 있다. 하지만 올 여름엔 아예 장마 끝나는 시점을 예보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장마가 끝난 뒤인 8,9월에 오히려 더 많은 비가 내리기 때문에 장마 종료시점 예보는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란다. 일부에서는 최근 몇년사이 헛탕 예보로 혼쭐이 난 탓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아뭏든 변덕스런 날씨 앞에 기상당국 마져 두손을 들어 버린 꼴이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청명하고 화창한 봄 ,가을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고온다습하고 기나 긴 여름의 아열대지역이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후덥지근해 진다.

경제 도약의 기대를 한껏 안고 출범한 새정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정국(政局)이 짙은 안개속처럼 혼미하다. 당국은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채 안절부절하고 야권은 국민들이 차려놓은 촛불잔치에 무임승차 한채 연일 정치공세로 기세 등등한 형국이다. 예전 같으면 호국 보훈행사가 열리고 있을 서울광장이 온통 촛불에 뒤덮혀 있고, 한달 넘게 계속되는 거리시위는 좀체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게다가 유가(油價)와 생필품 값은 하늘 높은줄 모르게 치솟고 화물연대를 비롯한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세상에서 갑자기 정치가 사라진 듯하다. 18대 국회가 엊그제 시작되었으나 의사당은 텅 비어 있고 금배지들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정치인이라면 여야 가릴것 없이 민생안정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름대로 각자 명분을 내세우지만 오십보 백보에 불과해 보인다. 불과 두달전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겠다던 말이 허언(虛言)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국회로 돌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게 도리가 아닐까.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뒤틀린 민심을 달래줄 지도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서 섣불리 쏟아내는 품격없는 수사(修辭)만 요란하니 마치 국운(國運)이 촛불 앞에 하염없이 녹아 내리는 것 같다.

재임시 수많은 설화(舌禍)와 파격적(?) 처신으로 탄핵 위기까지 몰렸던 전직 대통령이 정치를 떠난 고향마을에서 유유자적하며 오히려 더 인기를 누리는 연유가 무엇일까. 민심의 흐름이 요즈음 날씨만큼이나 변화무상하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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