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 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

연휴를 맞아 잠시 일탈의 시간을 갖기 위해 떠난 여행길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산이었다. 지난해 이미 계획된 이번 산행은 중국에서도 물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중국 사천성 구채구.

해발 3,000미터부터 5,500미터 사이에 자리한 황룡과 구채구는 민산산맥을 끼고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문화 유산중의 하나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중국에 와서 황산을 보지 않고서는 천하의 산을 말하지 말고, 구채구의 물을 보지 않고서는 물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찾은 곳이 지난해 황산에 이어 구채구 코스였다.

티벳고원으로 가는 입구의 사천성은 4개의 강이 만나는 곳이라 하여 사천이란 지명이 붙은 곳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제갈량의 무덤과 사당이 있는 이곳의 문화는 말 그대로 발길 닿는 곳 모두가 문화유산이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상존한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쌀을 생산하는 곡창지대가 바로 사천성이다. 그래서 예부터 왕과 제후들이 이 사천성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피를 흘렸고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이 대지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내가 가끔씩 넓은 중국대륙을 찾아가는 것은 대륙의 문화도 독특하지만 지금 중국대륙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이들을 대처할 무언가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원이 풍부하지 않는 우리나라가 그들과 교류하며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또 직접 그들의 삶과 복지문제, 환경문제, 경제문제에 접근하지 않으면 그들을 이해하기도 힘들거니와 현재의 삶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관광지에 대한 관심과 개발정책은 그들보다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게 더 많았다는 점에서 나를 무척 놀라게 했다.
첫 번째는 해발 3,500고지에 자연을 그대로 살려 만든 구채구공항을 보고 놀랬고, 두 번째는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자연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황룡과 구채구등에 만들어 놓은 친환경 클린 셔틀버스와 수십킬로미터에 달하는 탐방로에 나무판자를 이어서 만들어 놓은 도보트랙 등이 그것이다.

세번째는 하루 수천명에서 수만명의 사람들이 다녀가는 아름다운 호수주위와 산길 곳곳에 담배꽁초나 휴지조각 하나 보이지 않고 화장실조차도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여 반드시 지정된 곳을 이용하게 하는 이들의 너무나 완벽한 친환경 개발정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발길과 손길에서 천혜의 관광지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정책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가계, 황산, 백두산등에서도 어김없이 볼 수 있다. 언제 그렇게 도보트랙들을 만들어 놓았는지 환경을 끔찍이도 아끼는 이들의 정책이 우리와 비교할 때 다소 얄밉기조차도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우리의 산과 관광지도 중국처럼 코스를 정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친환경적 탐방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탐방로를 제외한 다른 곳은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진입차량도 셔틀버스만 이용할 수 있게 해서 차량으로 인한 혼잡이나 시간낭비를 최소화하며 숙박지나 음식점 등도 지정된 곳에 설치해 무분별한 훼손과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구채구 여행은 우리가 그곳에서 5월 12일 발생한 엄청난 지진을 만나긴 했어도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생생한 현장경험을 하고 온 뜻 깊은 여행이었다. 성도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 탑승직전에 만난 지진은 여행길이 아니라 인생길에도 이런 돌발 상황과 자연재해로 한 순간에 생과 사를 오갈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수만명의 인명과 이재민, 몇 천년간 이어져 온 문화유산들이 매몰되고 소실되는 아픔을 겪은 사천성의 엄청난 자연재해는 어쩌면 인간이 만든 대재앙인지도 모른다. 지구 온난화로 양극점의 빙하들이 녹으면서 이 지구는 인간들이 뿜어내는 오염에 몸살을 앓다가 미얀마 태풍과 이번 지진으로 참았던 분노를 표출했던 것일까.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그 혜택을 뜸뿍 받고 사는 우리가 이 대자연을 내 몸처럼 가꾸고 살려내지 않으면 언제든 우리 앞에 지진이든, 태풍이든, 쓰나미든, 질병이든 대재앙이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대한 대륙이 지금은 크나큰 슬픔에 잠겨 있지만 훈훈한 지구촌 곳곳의 정성으로 빨리 치유되길 기원하며 이를 계기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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