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돈 묵
/거제대 교수

금년은 선거가 많은 해인가 보다. 물론 대선이야 지난해 말에 있었지만, 총선도 얼마 전에 치러진 데다 거제의 제일 선거구 주민들은 경남도 의회 의원 보궐선거까지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으니, 만 일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세 번의 선거를 하게 되는 셈이다.

선거를 하게 되면 그 많은 경비를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고, 많은 공무원은 물론 투표인들이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부담을 무릅쓰고 선거를 실시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역의 훌륭한 일꾼을 가린다는 것이다. 지역의 발전은 어떠한 일꾼을 갖느냐에 따라 현저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기에 선거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말만 늘어놓는 사람을 일꾼으로 뽑으면 일은 추진되지 않고, 오직 헛말만이 가득한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헛말을 듣기 위해 대표를 뽑지는 않는다.

선거를 통하여 진정한 일꾼을 찾아내야 한다. 막연한 생각에서 학연 지연 혈연을 내세우고 구호물자 나누어주듯 표를 주어서는 결코 안 된다. 후보의 경력과 정치 철학, 그리고 그 동안 지역 현안에 대한 고민의 흔적과 행동이 평가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또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서 후보가 가지고 있는 지역 발전의 비전 제시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탠다면 지역민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면 더 좋겠다.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를 통하여 지역발전에 대한 욕망을 한 곳으로 모으는 계기가 된다면 선거의 의미는 한층 더 배가된다. 이 같은 소망 아래서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서로를 이간시키거나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후보는 맨 먼저 떼어낼 필요가 있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공직에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면, 틀림없이 다른 사람의 탓이나 하고 자신의 허물을 다른 이에게 넘기기에 급급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제일 선거구 지역의 도의원 보궐선거에 바람직하지 않은 말이 떠돌고 있다. 새로운 일꾼의 능력과 인품에 대해서 유권자가 알 수 있도록 배려하기에 앞서, 엉뚱한 파벌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지난 총선에서 후보자의 사람 됨됨이와 정책비전에 대해 제대로 들은 바가 없어 선거에 염증을 느꼈는데 이번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안쓰러운 일이다.

유권자를 철저하게 외면한 채 자기네들의 정당 안에서 공천으로 쌈질이나 한 것이 지난 총선이었다. 그리하여 후보자의 정치철학이나 비전 제시를 알지 못하고 선거에 임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었다.

이번 도의원 보궐선거에서도 후보자의 지역 현안에 대한 고민의 흔적과 지나온 시간의 행적에 대해 알아보고, 또 이번 선거를 통하여 지역의 미래상을 예측하는 좋은 계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보다는 ‘누구와 누구의 대리전’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지난 총선의 재판이라고 떠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런 표현을 지역민들의 여론을 조성하는 언론에서까지 공공연히 기사의 제목으로 올리고 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지역민들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진정한 우리의 일꾼을 뽑아야 하는 유권자는 그의 능력을 보고 가능의 세계를 예측하며 투표를 해야 하지 않을까. 후보자가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누구 계열이냐를 점쳐서 투표를 한다면 이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또 도의원 선거가 국회의원 선거의 대리전이어서는 안 된다. 더러 정치를 하는 사람들 간의 인맥은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을 내걸어 선거의 판세를 얘기하고 예측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러한 현상의 이어짐은 본래의 선거의 의미를 희석시킨다. 지역의 선거를 통하여 지역민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지역발전의 원동력은 힘을 얻는다. 이처럼 자칫 파벌의 고착화로 들어선다면, 오히려 지역발전의 장애를 만드는 우매를 저지를 수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후보들만의 숨겨지지 않은 본 모습을 보고, 유권자들이 판단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치적 배경은 뒤로 밀어놓고 일꾼을 제대로 찾아 투표하는 성숙한 민주 선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당선이 된 후에도 위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지역구의 발전에 골몰하고 힘을 모아 일할 수 있는 일꾼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도의원 보궐선거를 통하여 지역의 문제가 도출되고,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지는가를 보고 싶다. 또 당연히 그런 계기가 되려니 믿는다. 이런 실리적인 공약이 나오기를 소망하면서 이번 선거를 지켜보고 싶다. 그런 일꾼이 나온다면 언젠가는 그는 이 지역의 ‘큰 바위 얼굴’이 될 것이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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