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영
/옥포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얼마 전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에서 ‘아름다운 노년생활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적 있다. 어르신들의 마음을 열기 위하여 노래도 부르고 짝을 이뤄 서로 칭찬도 주고받으면서 어르신들께 여쭤보았다.

아름다운 노년이란 어떤 노년을 말하는 것일까요? 할아버지 한분이 대답하기를, “잘살아야지..” 어떤 분은 “먹고 살 걱정 없고 몸 안 아프면 그게 아름다운 거지” “나만 생각 말고 남도 좀 생각하며 사는 거, 힘 닿는 데까지 다른 사람도 돕고, 여유 있게 문화생활도 좀 하면서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 거지”라고 했다.

아름다운 노년에 대한 생각을 여쭤봤는데 뜻밖에 소득을 얻은 것 같아 할머니 한분에게 문화생활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 대답은 “그 왜 노인들이 할 일 없이 공원에만 그냥 앉아있는 거 말고, 붓글씨에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영화도 보고 ‘문화 예술적으로’ 살다가 배우고 활동하는 거....”

우리에게 노인문화는 있는가?

수업을 진행해야 돼서 더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어르신들과의 잠깐의 대화는 ‘우리에게 노인문화가 있는가’를 진지하게 묻는 계기가 되었다.
경로당에서의 장기와, 바둑과 화투, 관광버스 안에서의 막춤 정도로만 생각되던 노년의 문화가 변화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의 노년 세대는 복지관 및 문화원 등의 수강을 통하여 단순한 배움과 자기만족을 위한 활동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다른 세대와의 만남으로 확대해가는 모습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젊은 사람들보다 더한 열정을 갖고 있고 문화활동에 대한 강한 욕구를 지닌 노인들에게 제공되거나 그들이 향유할 수 있는 그 문화의 내용이라는 것이 과연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돈을 가지고 주체적인 자기 판단으로 문화 활동을 선택해 소비할 수 있는 극소수 노년을 제외한다면, 대다수의 노년 세대는 아무런 문화 활동 혹은 문화생활을 배운 적도 경험 한 적도 없기에 그저 시간 보내기가 하루의 주요일정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가=놀이, 노인의 24시간=모두여가, 노년=노는 시기, 노인의 문화=노는 것’이라는 인식속에서 기본적인 문화활동비는커녕 문화시설 이용마저도 경제적인 이유나 접근성의 이유로 인해 자유롭지 못하니 결국 ‘노년의 문화는 그냥 노은 것’ 일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노인 삶 향상’을 위한 노인문화

사회학자들이 말하기를 모든 인간과 모든 사회는 문화를 갖는다고 한다.
문화라는 것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하나의 청사진 혹은 지도(map)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령화 시대 고령화 사회에서 보다 나은 노년의 삶과 제대로 된 노년준비를 여기저기서 쉬지 않고 거론하면서도, 그 기준이 되는 문화라는 지도 한 장 없으니 지금 노년의 삶이 갈수록 갑갑해지고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막막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본적인 생존을 책임져온 복지와 그 다음 단계의 삶의 질을 담보하는 문화가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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