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근
/고려대 명예교수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고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상징이다. 백두산, 한라산, 알프스의 몽블랑과 융프라우, 일본의 후지,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동경의 동경타워,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서울의 63빌딩이나 남산타워, 부산 용두동의 부산타워 등은 나라와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들이며, 이들은 모두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

람들은 이런 상징들을 직접 확인하고 체험하려고 몰려든다. 인간이 높은 대상을 선호하고 즐겨 찾는 이유는 그곳에 단순히 올라가고 싶은 욕망 때문만은 아니고 정상에서 아기자기하고 장엄하게 펼쳐지는 풍광에 감탄하고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다. 아래를 조망하는 즐거움이 없다면 굳이 높은 곳을 찾아 힘들게 올라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정상에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빨리 올라가서 발아래 펼쳐지는 장엄한 경관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서 산악궤도를 깔고 케이블카를 설치한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와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의 잘츠브르크 시에는 나지막한 언덕에 궤도차를 설치하여 매년 수 백 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최근에는 통영 미륵산에도 케이블카가 개통되어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거제의 관광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거제에도 그런 시설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계룡산 노자산 가라봉 등과 산도 케이블카를 설치할 만한 충분한 가치와 입지여건을 지니고 있다. 공사비용 조달과 환경단체의 반대도 문제지만 이미 통영에 기회를 빼앗기고 말았다. 통영은 요즘 신바람이 났다고 한다. 전국의 신문마다 미륵산 케이블카 여행안내 기사와 광고를 연일 싣고 있다. 케이블카 한 번 타려고 긴 줄을 서서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가까운 장래에 거제에 케이블카 설치가 어렵다면 그에 못지않은 효과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접근성이 좋고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 지역주민이 반대하지 않는 장소, 주변경관 조망이 탁월하고 세계적인 명소의 조건을 갖춘 장소를 선정해서 그곳에 주차장이나 휴게소와 같은 편의시설을 갖춘다면 오히려 케이블카보다 더 큰 효과를 올리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동부면의 학동고개가 바로 적지라고 생각된다.

연담 삼거리에서 평지를 지나 새공원 후보지로 거론되는 잔디밭골 입구를 거쳐 자연휴양림을 돌아 조금 올라가거나 학동삼거리에서 북쪽 방향으로 굽이굽이 올라가면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학동고개 정상에 도달한다. 여기서 눈을 아래쪽으로 돌리면 학동마을과 그 유명한 흑진주 해수욕장, 아담하고 평온한 수산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무척이나 정겨운 풍경이다. 수산마을에서 조금 멀리 눈을 돌리면 외도가 바로 앞에 와닿듯이 보이고 쪽빛 바다를 가르며 그곳을 오가는 유람선들이 빚어내는 하얀 물살이 손짓을 한다. 여기서 조금만 더 멀리 바라보면 대마도가 병풍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대마도의 오른쪽 끝자락으로는 갈매기 섬 홍도와 안경섬, 도장포 바람의 언덕과 해금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북병산 서쪽으로는 가라봉과 노자산이 우뚝 감싸고 있고 그 밑으로 해금강과 저구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해안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진다.

마치 유럽 지중해 연안의 한 관광 명소에 와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절경이다. 남쪽의 서구적이고 낭만적인 바다경치와는 대조적으로 북쪽으로는 노자산 선자산과 계룡산 그리고 옥산고개 넘어 마산 방향의 산들도 아른거리면서 거제가 마치 지리산이나 강원도의 첩첩산중 한가운데 자리 잡은 것 같은 한 폭의 동양화가 연출된다.

여기서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노자산 정상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학동고개 정상에서 전개되는 남쪽바다 전경은 물론 부산 통영 여수 남해도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를 탄 기분이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것 이상의 멋과 기분을 느낀다.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만한 명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학동고개는 바다의 낭만과 산의 웅장함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경계선에 위치해 있는 천혜의 관광 명소의 가치를 지녔다. 그러나 잠시 머물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도 갖추지 못한 불편하고 위험한 장소로 방치된 상태다. 구경은 커녕 사진 한 장 찍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오래전부터 학동과 해금강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도 이곳에서 마음 놓고 ‘와!’하는 탄성을 지르면서 쉴 수 있는 안전한 공간과 시설이 확보되기를 고대해 왔다.

다행히 학동주민과 산 소유주가 이곳을 거제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그리고 관광 명소로 변모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기대와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거제에는 또 하나의 사랑 받는 관광자원이 탄생할 것이다. 거제도가 기존의 관광자원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매력이 조금씩 식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자원을 찾아내고 개발하는 일에 민과 관이 하나가 되어 힘을 모아야 한다. 많은 시민들이 큰 관심을 갖고 진행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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