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학 도
/전 거제YMCA 이사장

대우조선 해양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2008년 4월22일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매각 공동 자문사로 골드만삭스, 회계 자문사로 한영회계법인, 법무 자문사로 법무법인 광장을 각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21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5월중 매각 주간사 실사를 거쳐 5월말 매각 공고를 낸 후 8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라는 구체적인 사니라오까지 밝히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또 국내 언론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골드만삭스는 산업은행 M&A실과 공동으로 매각자문사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며 “대우조선의 방산부문은 산업은행이 직접 실사하고”, “골드만삭스는 나머지 부분을 맡게 된다”고 까지 하였다. 잠수함 등의 특수선의 건조기술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을 외국계 투기자본이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골드만 삭스라는 매각 자문사가 실사하면 국방기밀 등의 유출 우려가 있다는 항간의 여론을 의식한 처사다.

그렇다면 매각자문회사에 왜 골드만삭스란 말인가?

지난 IMF 외환위기 때 골드만 삭스가 우리에게 입힌 엄청난 해악을 벌써 잊었다는 말인가?
골드만 삭스는 공식적으로는 “모건 스탠리 딘 위터”, “메릴린치”와 함께 국제 금융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투자은행 겸 증권회사이며, 명실상부한 세계1위 금융 및 증권투자 기업이다.

1869년 설립된 골드만삭스는 세계최고(最古)·최대의 투자은행 중 하나로, 본사는 뉴욕에, 지사는 런던, 프랑크푸르트, 도쿄, 홍콩 등의 세계 금융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 한국에도 지난 92년 서울사무소를 개설했고 98년 12월 지점으로 승격시켰다. 다국적군에 비유되는 골드만 삭스는 현재 전 세계에 약 2만8천여명의 직원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106개국 언어를 구사하는 150여개 국가국적 출신 직원들로 구성된 그야말로 다국적기업(?)인 셈이다. 직원들의 평균연봉이 한화로 6억원이 넘으며, 대부분의 직원들이 세계 최고대학의 경제학과를 나온 수재로 구성되어 있는 셀러리맨 최고의 직업으로 불린다. 현재 미국부시행정부의 헨리 콜슨 재무장관도 이 회사의 회장 출신이며, 이회사의 임원출신들은 곧 미국경제를 움직이는 실세들로 통할 만큼 막강한 회사다.

그러나 골드만 삭스는 그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론스타. 소로스, BIH 등과 함께 우리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 할 큰 해악을 남겼다. 골드만 삭스는 1997년 이 땅에 외환위기가 닥쳐왔을 때 환란을 기회로 진로그룹을 악락한 방법으로 파산시키고 하이트 맥주에 3조4천억에 팔아 무려 1조원이상의 막대한 이윤을 남긴 대표적 투기자본일 뿐이다.

투기자본의 악랄한 ‘기업사냥’ 사례

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닥쳐오던 그 해 화의상태에 있던 대한민국 소주업계의 대명사로 알려진 진로그룹에 골드만삭스가 재정자문을 자처하고 나섰다.
진로는 당시 맥주시장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던 때였다. 그러면서도 진로그룹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을 때였으므로 골드만삭스의 자문제의를 아주 고맙게 받아들였다. 이후 골드만 삭스는 자신들을 철석같이 믿고 자문을 맡겼지만 진로그룹의 모든 내부정보를 습득하는 한편으로 모든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뒤로는 은밀하게 진로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이게 된다. 그리고는 2000년 2월 갑자기 채권 변제를 요구하고, 2003년 4월 최대 채권자의 자격으로 급기야 진로를 상대로 청산소송을 내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1년 뒤 진로를 3조 4천억 원에 경쟁사인 하이트 맥주에 팔아버린다.

골드만삭스는 진로를 쓰러뜨리고 간단히 1조원 이상을 챙겼지만 물론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진로의 파산에는 한국의 대표적 법률회사 김&장이 깊숙이 개입한 흔적이 짙었지만 , 국내 언론을 비롯한 그 누구도 이를 문제 삼거나 눈여겨보지 않았다. 김&장은 원래 진로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었다. 화의신청을 대리한 것도 김&장이었고, 2002년 외자유치와 생수사업 부문 매각을 위해 자산실사를 한 것도 김&장 이었다. 누구보다도 진로의 재무 현황과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그들이 진로의 파산 과정에서는 돌변하여 골드만삭스를 대리하고 나서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진로의 내부 정보가 김&장을 통해 골드만삭스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정부를 거쳐간 전 현직 수많은 실세들이 고문이었거나 자문으로 확보한 국내 최대의 법률회사인 김&장이 정부와 그들과 한 통속이 되어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셈이다. 이후에도 김&장은 론스타와도 손잡고 외환은행 등 국내기업 헐값매각에 기여한다.

골드만삭스의 진로 ‘사냥’은 외국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사냥’표본 가운데서도 가장 악랄한 경우에 속하지만 이러한 약탈 사례는 널려 있다.
매틀린패터슨에 인수되었다가 알짜 사업부문만 별도 회사로 분리된 채 6개월 만에 청산된 오리온전기, 론스타에 팔려 터무니없이 높은 고율 배당과 유상감자로 남김없이 털린 극동건설, BIH에 먹혔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껍데기만 남은 브릿지증권, 로스차일드펀드에 놀아난 만도기계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때마다 그들은 천문학적인 투기이익을 남기고 떠나갔다. 이외에도 기억에도 생생한 제일은행, 지금도 진행 중인 외환은행 등 이루 헤아릴 수없이 많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기업의 패러다임은 성장 중심에서 단기수익 중심으로 바뀌게 되었다.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고 R&D 와 설비 등을 투자를 하기보다는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기업의 경영 목표가 맞춰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KT&G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이 외국인 주주들(투기자본들)은 우리나라 기업의 장래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조차도 없다. 오로지 돈 되는 것은 모두 팔아서 당장 배당으로 내놓으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다. 그들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R&D와 설비투자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더 이상 고용을 창출하지도, 산업에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지도 못한다. 기업의 이익은 다만 주주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결국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지금의 극심한 양극화와 비정규직 양산도 전부 이러한 과정에 기인한다.

이것이 IMF를 타고 흘러들어온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의 실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 당시 우리기업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소리쳐 외친 그 이면에 기막힌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그 첫 해답이 대한민국의 변방인 거제도 대우조선 해양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기막힌 것은 이 파렴치한 기업사냥꾼이 산업은행을 등에 업고, 아니 산업은행 뒤에 있는 청와대를 등에 업고, 이번엔 고유가로 휘청거리는 우리나라경제를 간신이 떠받치고 있는 유일한 흑자 업종인 조선에 까지 손을 뻗친 이 기막힌 광경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이번사태가 CEO 출신 대통령 이명박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믿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지난날 1998년 2월 당시 김대중은 당선직후 당선자의 일산자택에서 햇지펀드의 대명사인 소로스회장과 단독 면담을 가졌다. 옛 친구를 만나러 온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이날 면담 이후 그는 어려움에 직면한 한국을 살려보겠다는 강한 의지와 장담을 하였다.
당시 김대중 당선자는 물론이고,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은 소로스회장을 -위기에 빠진 우리대한민국을 외환위기에서 구해줄 구세주처럼 - 철석같이 굳게 믿고 반겼지만 그는 우리 정부와 국민들을 철저히 농락했다.
그가 제시한 요구조건들을 다 수용한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 것이었던가? 그때 팔려나간 국내기업과 자본들 그리고 길거리에 내동댕이 처진 수많은 노동자와 그 기족들....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중심에 우리가 뽑았던 정부가 있었고, 그 현장에 골드만삭스 같은 파렴치한 투기자본들이 있었음을 우리는 상기해야한다.
설마 또 그렇게까지 하겠냐구요? 천만에요!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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