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진 오
/본지 대표이사

S형!
지난 9일 실시된 총선에 나타난 거제 민심은 한나라당 ‘불패(不敗)의 신화(神話)’를 30년만에 깰 뻔했다는 사실입니다.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等式)이 이제 거제에서도 그 빛이 바랬다는 메시지입니다.

후보자 별 득표수에 나타난 표심(票心)은 몇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거제시 인구의 62%가 밀집한 지역인 신현읍과 옥포1,2동에서는 당선자(윤 영)인 한나라당 후보가 차점자(김 한표)인 무소속 후보에게 12,101표 대 13,474표로 1,373표나 뒤졌습니다. 당선자가 득표에서 앞선 지역은 사등, 둔덕, 거제, 남부, 동부, 일운, 연초, 하청등 8개 면과 능포동 뿐이었습니다.

장승포, 마전, 아주, 옥포1,2동과 신현읍, 장목면 등지에서는 석패한 무소속 후보가 더 많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전체 유권자 수(15만3,055)로 두 후보 우세 지역을 셈하면 당선자는 4만5,709명의 유권자가 거주하는 8개 면과 1개 동에서 앞선데 비해 차점자는 10만7,373명의 유권자가 살고 있는 신현읍과 5개 동 및 1개 면에서 이겼습니다. 이는 시민이 밀집된 도시 지역에서는 차점자를,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에선 당선자를 선택했다는 결과입니다.

개표 결과에서 나타난 부재자투표(3,112표)에서는 당선자(1,457)가 차점자(861)보다 596표 앞섰습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부재자의 대다수가 군인들인데 장병들은 병역 미필자를 더 선호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당선자는 거제시에 살고 있는 유권자들 투표에서는 145표 이긴데 비해 부재자 투표에서는 4배가 넘는 596표를 이겨 도합 741표 차로 당선증을 받았다는 분석입니다.

S형!
전통적인 보수당인 한나라당의 텃밭인 거제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아슬아슬하게 이겼다는 사실은 한나라당을 지지해 온 상당수의 유권자가 이번엔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거나 기권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 이유로는 한나라당의 공천파동이 많은 유권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된 것같습니다. 그 이유로는 거제 한나라당의 맹주(盟主)였던 김 기춘(金淇春)의원의 공천 탈락을 꼽습니다. 다선(多選)과 고령(高齡)이 ‘개혁의 대상’이 될 수가 없는 데도 3선의 중진인 김 기춘의원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낙천시킨데 대해 적어도 거제 유권자의 11%쯤으로 추산되는 김 기춘씨 적극 지지자들이 무소속 후보를 선택했다는 사실입니다.

김 기춘씨가 한나라당 내 친박(親朴)의원 모임의 좌장(座長)이었다는 점에서 박 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저도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란 공천 결과 평가는 친박 성향의 거제 한나라당 지지 유권자들의 표심을 뒤흔든 것입니다.

둘째로는 한나라 후보의 지구당 장악력이 허술했다고 합니다.
선거대책위 구성에 있어 김 기춘 의원 측근 인사들의 흡수 통합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한나라 당직자들 사이에선 ‘방관자 그룹’이 생겨나 일사분란해야 할 전선(戰線) 형성이 엉성했다고 지적하는 소리가 나돌았습니
다.

그래서 한나라 후보를 에워싼 ‘일꾼들’ 가운데는 언제나 양지바른 곳만 기웃거려온 ‘해바라기 유지’들과 훗날 한나라당 브랜드 파워에 기대어 한 자리 꿰어차려는 ‘정치판의 철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는 자체 비판도 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이후 인수위원회의 월권적 점령군 행세에 실망한 국민들은 공천(公薦)이 아니라 사천(私薦)에 가까웠던 공천파동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어야 한다’(YS가 부산 김 무성의원 무소속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한나라당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공천 결과를 비판한 말) ‘한번 쯤 꿀밤을 먹여야 한다’는 말들이 선거 막판 장승포, 옥포, 고현 등지의 ‘대폿집 안주’였다는 사실도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반(離反) 현상이었습니다.

S형!
당선자가 선거운동을 마감하는 지난 8일 오후 고현 시장통 네거리에서 가진 유세(遊說)는 선거가 끝난지 1주일이 지났는데도 시중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위대한 거제시민 여러분! 저 윤 영을 거만하고 어깨에 힘준다고 말한다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겸손하고 더욱 낮은 자세로 다시는 건방지다, 어깨에 힘준 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언행과 처신에 각별히 조심하겠습니다. 부디 윤 영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취지로 울먹이면서 하소연했다는 것입니다.

공천장을 받고 거제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자 행세를 하며 거드름을 피운다’는 이야기는 당시 온 거제 섬에 번진 평판이었습니다. 이 같은 세론(世論)이 당락에 영향을 끼칠 정도라는 참모들의 진언에 대해 다급했던 한나라 후보가 결심한 내용이였다는 뒷이야기입니다.

S형!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순자(荀子)’의 왕제(王制)편에는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엎어버리기도 한다”(水則載舟 水則覆舟)라는 글이 있습니다. 당선자에게 전하는 거제 표심의 메시지는 바로 이 글귀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선자는 오는 7월 18대 국회 개원 때 까지 국회의원의 자질과 품성 함양에 정진해 대한민국 의정사(議政史)에 빛날 의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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