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진 오
/본지 대표이사

S형!
최근 보도를 통해 알게 된 ‘신선한 충격’하나를 전합니다.

─ 지난 3월25일 오전9시. 경기도 파주 시장실. 파주 시장 앞에 파주시 도시디자인기획단장(국장), 도시계획과장, 균형발전과장 및 팀장 등 10여명이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안건은 ‘이화여대 파주캠퍼스 조성사업 시행 승인 신청’이었다. 주무과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파주시장은 회의 시작 30분 만인 오전9시30분 ‘승인’란에 서명했다. 그는 사업승인에 필요한 법적 행정적 절차는 사업추진과 병행해 밟도록 했다.
이 날 오전8시 신청서 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승인까지 걸린 시간은 90분. 통상적인 행정절차를 거칠 경우 개발 민원은 사업 신청부터 승인을 받기 까지는 15개월 이상 걸린다. 파주시의 이번 조치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를 통털어 전례가 없는 일이다. ─

S형!
파주시가 이 명박 정부의 역점 시책인 ‘규제개혁’의 해법(解法)을 생생한 사례로 보여준 것입니다. 유 화선(柳和善ㆍ61) 파주시장은 “인허가를 신청하는 민원인에게 시간은 돈”이라며 “쓸데없는 기회비용(機會費用)을 줄여주는 게 관(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파주시장은 분ㆍ초를 다투는 스피드시대에 가부(可否)간 결정을 신속히 해주는 것이 공직자가 국민에게 베풀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화여대는 2006년 10월, 반환(2007년 5월)되는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드(23만9175㎡)를 포함해 파주시 월룡면 영태리 84만535㎡ 부지에 파주캠퍼스를 조성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파주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파주시는 곧 테스크포스(TF)를 구성, 이화여대 측과 20여 차례의 실무협의를 벌이며 이견을 조정해 이날 초스피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화여대 측은 사업승인이 남에 따라 곧바로 토지 매입에 나서 올 10월 착공해 2010년 3월 부분 개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S형!
파주시장은 담당자-팀장-과장-실ㆍ국장-부시장-시장으로 이어지는 기초자치단체의 여섯 단계 결재라인에서 최종 결재자가 먼저 서명하는 ‘거꾸로 결재’를 한 것입니다.
‘선(先) 법적절차 이행, 후(後) 사업승인’이라는 기존의 행정절차를 ‘선 사업승인, 후 법적절차 이행’으로 바꾼 용단이었습니다.

기존의 행정절차를 따를 경우 시(市)에 사업시행 신청이 접수되면 ▲내부 검토(1개월)를 거쳐 ▲도(道)의 도시관리계획 결정(2개월 이상) ▲관련기관 협의 ▲중앙정부의 환경ㆍ교통ㆍ재해 영향평가 검토와 승인을 받은 뒤 ▲시(市)에서 실시계획 인가절차(1년)를 밟아야 했습니다.

S형!
파주시장은 ‘선(先) 사업승인’이 훗날 문제가 될 경우 시장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부하 직원들보다 먼저 서명하는 ‘하향식 결재’의 파격을 택했다고 합니다. 감독청인 경기도는 파주시장의 조치에 대해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직사회의 투명성이 강화되면서 업자와 결탁하는 범죄는 줄었지만 ‘규정’을 무기로 뚜렷한 이유없이 처리를 늦춰 민원인들의 애를 태우는 공직자는 아직도 곳곳에 적지 않습니다. 속도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입니다. 규제 개혁의 당위성은 강조하면서 ‘늑장 행정’을 바로잡을 의지도, 실천력도 없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관계자들은 파주시의 ‘행정 속도 혁명’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합니다.

감사원은 현행 행정업무 처리 규정이 공무원들의 늑장 행정과 보신(保身)주의를 조장한 측면은 없는지 따져 봐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셈입니다.
이 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골프장 허가에 필요한 도장이 700여개나 된다” “임기 안에 공단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온갖 규제가 촘촘히 얽혀 있는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파주시는 결재권한의 하부 이양과 사전 민원심의제 등을 도입, 1년간 1200여 건의 ‘개발 민원’을 원스톱으로 처리해 민원처리 기간을 법이 정한 기한의 60%까지 줄였다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시책이 시청 업무는 오전9시 시작인데도 개발민원 관련은 오전8시 인허가 관련 팀장들이 모이는 ‘실무종합심의회’를 열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측이 파주캠퍼스 조성 시행 승인 신청을 오전8시에 접수시켰다는 것도 이 회의에 낸 것이며, 사전심의를 거쳐 오전 9시부터 시장실에서 회의를 연 것입니다.

S형!
유 화선 파주시장은 언론인 출신 전문 경영인 입니다. 대학(서울대 사회학과·서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 이후 기업(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과장, 삼성전자 마케팅부장)을 거쳐 한국경제신문 경제부기자, 경제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지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이사(기획ㆍ편집 담당) 시절엔 경기대 겸임 교수로 경영전략론을 강의 하기도 했습니다. 대우증권 사외이사를 지내던 지난 2004년 파주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되었고 2006년 다시 제5대 파주시장에 당선됐습니다. 그의 ‘행정 속도 혁명’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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