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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왠만한 거리는 걸어서 간다. 내 집이 있는 장평에서 고현사무실까지 꽤 멀어보이는 것 같지만 걸어서 출근하면 25분정도 소요된다. 차를 가지고 오는 것과 비교하면 약 10여분 정도 차이난다. 그렇지만 주차문제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훨씬 맘이 편하다. 걷다보면 거리의 바뀐 풍경이라든지 시장골목에서 펼쳐지는 삶의 생동감은 즐거움 그 자체이다.
특히 러시아워에는 차량정체가 심해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보다는 걸어서 가면 제 시간에 도착할 수도 있고 가벼운 운동도 되고 해서 금상첨화이다. 나는 이 지면을 통해서 가능한 많이 걸어 다닐 것을 당부하고 싶다. 아무리 바쁜 일상이지만 걸어 다닐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낭만을 가져보는 것도 삶의 작은 행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현실은 걸어 다니기가 정말 힘들다. 목숨을 걸고 길을 걸어야 할 때가 많다. 인도라고 해봐야 대로변에만 있고 대부분의 이면도로나 주택가, 시장 등은 인도와 차도가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아 조금만 실수하면 곧바로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환경이다.
우리나라의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이 인구 10만명당 5.2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불명예스러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수치는 OECD국가 평균 사망률(1.58명)의 세배를 훨씬 웃도는 숫자이다.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농촌 지역 노인 네 명 중 한명(23.6%)꼴로 교통사고를 경험했으며 인도, 차도여부가 모호한 곳에서 가장 많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말 보통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거제만 보더라도 새로 만든 상동이나 장평 신도시의 경우 인도가 형편없이 좁게 설계된 데다가 가로수까지 인도중간에 심어 이게 과연 보행자를 위한 행정인지 자동차와 주택건설업자를 위한 행정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간선도로변에 인도라고 만들어 놓은 곳도 경사진 곳이 너무 많아 나이 든 노인은 자칫 균형을 잃기 십상이다. 지금이라도 거제시는 도로행정에서 특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차량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보행자를 최우선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도와 차도가 확실히 나눠지도록 시설물을 대폭 보강하고 걷다 보면 중간에 뚝 끊겨 위험을 무릅쓰고 차로를 이용해야 하는 길들도 대폭 손봐야 한다. 보행자와 차량이 함께 이용하는 생활도로의 시속을 30킬로미터 이하로 제한하는 '존(zone)30'제도나 보행우선지역 확대 같은 기존 대책도 성실히 집행해야 한다.
서울의 인사동이나 창원 중앙동거리에 가보면 보행자를 생각해서 요철로 만든 이면도로가 있다. 우리 거제시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부분이다. 경찰은 생활도로를 사정없이 헤집고 다니는 다방배달차량이나 오토바이에 대한 단속·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급격한 노인 인구의 증가로 해서 노인들이 안심하고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한 스쿨존을 본뜬 'senior(노인)존'지정도 고려해 볼만 하다.
인근 창원시를 보면 비록 계획도시라고는 하지만 넓디 넓은 인도와 잘 정비된 자전거전용도로, 차도와 인도를 확연히 구분하는 가로수정원 등을 보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거제시도 전국적으로 이름 난 관광지로서 자전거전용도로라든지 인도 등도 흉내만 내지말고 "정말 거제시가 보행자를 위한 행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도록 각별한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좁은 인도를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는 얌체주차도 사정없이 단속해야 한다. 지금 거제시 행정을 집행하고 있는 공무원도 곧 노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한번 골목골목을 걸어보시라.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대책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인명을 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 가족이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고 부디 보행자를 깊이 생각하는 행정을 펼치시길 바란다.
신기방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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