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동 석
/거제교육청 교육장

600년 동안 외침과 전쟁 등의 숱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 겨레의 위용을 상징하는 국보 숭례문이 2008년 2월 10일 오후 8시 45분경 시너 1.5리터와 일회용 라이터 한 개 때문에 없어진 상황이 요즘 수 없이 대서특필로 또는 방송으로 모든 매스컴에 연일 보도되고 있고, 또한 국민 모두가 너무나 허탈하고 억울해서 어린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숭례문 추모행사가 줄줄이 일어나고 있다.

이 사건의 방화범은 70대 노인으로 자기의 불만으로 저질렀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에서도 지하철 속에서 192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사건도 한 통의 휘발유와 라이터로 사회에 불만을 품고 자기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저지른 사건이다. 이 두 사람은 5년 간격으로 표출한 사회적 불만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을 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국가, 사회적 손실을 가져다 주었다.

두 사건 모두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정신적 가치보다는 경제적 가치가 우선하는 물질만능주의의 사회분위기에서 기인된다고 본다. 사람은 자기 자신이 중요하고 필요한 욕구와 권리를 주장하고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고독과 사회적 소외감이나 정신적 갈등으로 변하는 경우가 점차 우리 사회에 빈번하게 나타난다. 분신자살도 그렇고 자동차 방화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삶이 이루어지는 생활 속에서 나의 가치만큼 타인의 가치도 인정해야 하는 사회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정책도 그런 면에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카오스(chaos) 현상’으로 일어나고 있다. 즉 중국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개 짓이 미국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는 ‘나비 효과’와 같은 위력처럼 우리 사회를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현상으로 야기 시키고 있는 것이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막으려면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거나 사회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사회복지단체, 행정기관, 사법기관 등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본다.

또한 숭례문 방화같이 재범의 우려가 있는 경우는 이들을 교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 적용으로 건전한 예의범절을 알고 이웃을 사랑하며, 법과 질서를 지키는 성숙한 인간관계를 형성 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과 방황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국민정신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며칠 전 나의 집무실을 찾은 우리 관내 학부형의 민원인으로부터 엄청난 충격의 공격을 받았다. 대화 도중 담당직원이 함께 있는 가운데 자기의 요구에 맞지 않는다 하여 ‘권총이 있으면 쏘아 죽여 버리겠다’고 윽박지르는 현장이 있었다. 과연 이래서 교권이 설 수 있겠는가! 자기 자녀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런 정도니 학교 선생님, 교감, 교장 선생님은 안중에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현상은 자기의 욕구충족 현상으로서 반사회적 인격 장애 현상으로는 볼 수 없지만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카오스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렵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긍정적인 영향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다.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면 다른 사람에 대한 좋은 인상뿐만 아니라 관계가 더욱 심화되고 서로에게 격려와 기쁨, 위로의 가치를 줄 수 있는 효율적인 조력관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면 삶의 그 자체가 스트레스, 갈등, 번뇌 등의 원천이 된다. 이로 인해 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강한 좌절감, 실패감, 문제의식 등을 가지게 된다.

사람은 자기를 위해 사는 것 같고 또 자기를 위해서 사는 것이 당연한 것 같지만 실제로 남을 위해서 살고 있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쉽고 또 편한 삶이기 때문이다. 셸 실버스타인이 지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아름다운 이야기에서 행복의 진리를 깨우쳐 주는 것과 같이 진정한 행복은 남을 위한 자기희생 속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 인간이 사는 사회가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동열.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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