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규
/거제 대학장

마지막으로 전체 교직원회의를 마치고 나의 방으로 들어오니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지세포 바다는 반짝이는 햇빛으로 눈이 부신다. 아침에 엷은 안개가 걷히며 녹색·쪽빛이 함께 어우러져 형용키 어려운 신비로움을 자아냈던 태양이 아니었던가? 이제 오후가 되니 옥녀봉을 비껴 내리는 강한 햇살로 가는 겨울의 쌀쌀함을 녹여주고 있구나. 머지않아 천병산을 넘으며 오늘도 붉은 노을의 아름다움을 내게 쏟아 내겠지. 이것이 내가 매일 창을 통해 내다보는 거제다.

그러나 방안의 풍경은 쌓아놓은 책 박스로 썰렁하다. 지난 5년 반, 과연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했던가? 사실 나는 거제에 내려와「새거제」에 첫 칼럼, ‘거제의 첫 인상 -내국인을 위한 관광거제 건설을 제안하며-’라는 글을 쓰면서 이미 위의 글 제목을 컴퓨터 파일에 저장해 놓은 바 있다. 떠날 때는 이곳 거제에서 이룬 보람찬 업적을 가득 채우겠다는 의도였으리라. 이제 막상 그 때가 되니 이뤄놓은 실적은 생각나는 것이 없고 그저 세월이 빨리 흘러갔구나 하는 허망함만이 남는다. 그리고는 이 순간 창 너머로 보아온 사시사철, 시시각각으로 변하던 바다와 해변, 산의 수려한 경관만이 꿈속을 헤매 듯, 눈(目) 넘어 마음속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여하튼, 나는 지방대학들의 학생충원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던 시점에 거제에 왔다. 더욱이 소속재단의 지원마저 수월하지 못했던 시기에 거제대학을 맡아 온 것이다. 학교주변의 시·군에 사는 대학 갈 예비인력인 중·고등학생들의 우리 대학에 대한 인식도 호의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후 5년, 나는 성심을 다해 대학을 공학계열은 조선특성화로 사회·간호계열은 지역이 필요로 하는 기초인력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였다. 또한, 학생들을 자긍심 있는 직업인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근에는 조선 붐을 타고 신입생들을 여유있게 충원하고 국고지원도 안정적으로 확보해 놓고 있다. 그리고 공학실습시설인 조선해양센터를 설치하고 간호·복지 실습 설비와 영어를 위한 어학실습실도 보강하는 한편, 교육과정도 대폭 전공에 맞추어 특성화한 것이다. 이제 알찬 직업·직능교육을 위한 학교의 틀을 갖추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 모든 이룸을 떠나 나 자신 그동안 진실로 내가 학생들을 위한 참교육에 썼는지 자문해 본다. 내가 취임사에서 말했던 마하트마 간디의 나라를 망치게 하는 사회의 큰 죄악 7가지 중에 스스로에게 강조하는 의미가 컸던 네 번째 ‘인격 없는 교육’을 저지른 일은 없는지. ...

'참다운 교육은 차갑고 이성적인 두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따듯한 가슴에서 우러나는 사랑으로 제자들을 대하고 가르칠 때 참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교육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의 결과는 실효성 없는 경쟁이나 반복되는 개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인간을 길러 내느냐하는 투철한 이념과 사랑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이때 학생들도 존경심을 가지고 선생을 대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야 하겠지만, 우리는 이런 산술적 조건에 앞서 조건 없이 학생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학문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교육과 연구에 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한 구절을 인용하여 자신의 반성과 함께 교육의 일선 담당자들은 물론 모두가 한번 되새겨 보기를 부탁드린다.

지난 1월 하순 시민 여러분이 이미 알고 계셨을 학교법인 이전을 위한 긴 여정도 끝났다. 대우학원재단에 속해 있던 거제대학을 대우조선해양(주)이 설립한 학교법인 세영학원으로 옮기는 법인 분리작업이 무난히 끝난 것이다. 작은 소임이 끝난 홀가분한 느낌이다.

이제 거제를 떠나며 재임기간 중에 많은 격려와 성원을 베풀어 주신 거제시민, 특히 해송회 기관장님들, 시·도의회 의원님들, 학교장님들, 거제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님들, 지역 언론사 여러분, 그리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지방대학의 어려움을 함께 고심했던 부산·경남·울산·제주지역의 전문대학장님들께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낯설었던 거제에 내려와 거제대학 학장직을 수행한 기간이 조용히 훌쩍 떠나버리기에는 짧지 않은 기간이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2월15일 졸업식을 마치면 이곳에 오기 전에 몸담았던 아주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로 돌아가려 한다. 그 동안 나와 함께 생활하며 의기투합했던 학생들, 교직원 여러분, 동창회 졸업생들 그리고 학부모님 등, 거제대학가족의 무궁한 발전과 주위에서 성원해 주셨던 모든 분들의 건승하심을 바라며 작으나마 뜨거운 사랑의 마음을 이곳 거제에 남기고 떠나려 한다. 감사합니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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