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産銀 민영화 방침에 매각 급물살
인기매물 … 포스코·동국제강 등 ‘러브콜’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은 옛 대우그룹 계열사 가운데 대우건설에 이어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매물로 손꼽힌다. 당초 지난해부터 매각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었지만 대선 등으로 해를 넘기며 일정이 미뤄졌다.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 이후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가 산업은행 민영화 이후에나 매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매각 작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요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의사 결정만으로 매각이 추진될 수 있기 때문. 금융계에서는 대우조선이 조만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채권자인 산업은행도 현대건설과 하이닉스에 앞서 대우조선을 먼저 매각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무엇보다 주요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 등이 매각 검토를 마치고 서두르고 있다. 또 옛사주 책임 문제 등에서 자유롭고 대선이 끝나면서 매각 관련 불투명성도 해소됐다.

재계 판도 흔들 초대형 매물

세계 3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의 M&A는 그 자체로 세계 조선업계의 빅 이슈다. 산업은행(31.3%), 한국자산관리공사(19.1%) 등 50.4%에 이르는 정부 지분을 매각해 민영화한다는 사실과 인수 업체가 누리게 될 시너지 효과에 이목이 집중돼 있는 것. 더구나 대우조선은 최근의 조선 시장 호황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뚜렷하다. 올해 M&A 시장에 나올 매물 중 단연 돋보일 정도.

실제로 한경비즈니스가 해마다 선정하는 ‘한국 100대 기업’ 순위에서 대우조선은 지난 2년새 80계단 이상 수직상승 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6년 132위로 순위 밖이었지만 2007년에는 단숨에 50위로 뛰어 올랐다. 2005년 76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이 1년 만에 587억원으로 늘어난 게 주된 원동력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대우조선이 세운 경영 목표는 초과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매출 7조원, 수주 110억 달러를 목표로 세워 이 가운데 수주는 두 배에 달하는 215억 달러 규모를 달성했다. 2008년에도 매출 9조9000억원, 수주 175억 달러를 목표로 잡아 고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동국제강 등 ‘러브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우조선 인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러브콜’이 잇따르는 등 상당수 기업들이 군침도는 먹잇감 사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우조선을 가져가는 곳은 당장 기업 서열이 몇 단계는 뛰어오르게 된다.

또 현대·삼성중공업과 함께 세계 조선 ‘빅3’로 불리는 기업으로 요즘처럼 조선업이 호황인 시기에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매물이다.
현재 대우조선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은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동국제강, GS그룹, 두산그룹 등이다. 삼성중공업과 STX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가운데 포스코는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포스코는 자금력, 시너지 효과, 독과점규제 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
윤석만 포스코 사장은 지난 10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M&A전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동국제강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지난 7일 “철강을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의 인수에 관심이 많다”며 “대우조선해양은 덩치가 큰 만큼 다른 철강업체와 컨소시엄이 구성된다면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서열 6위의 GS그룹은 현대오일뱅크 등 ‘동시다발적 M&A’를 추진하며 대우조선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GS는 자금조달을 위해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를 받아 둔 상태. 자금이 모자라면 기존 사업을 매각할 수도 있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최근 M&A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현대중공업도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쳐졌을때 나타날 엄청난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매각작업이 본격화되면 더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만큼 올해 M&A 시장에서 대우조선은 ‘인기 매물’이라는 얘기다.

조선업체 인수는 힘들 듯

여러 인수후보군 가운데 시장에선 같은 조선 업종이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이 인수할 경우 전무후무할 초대형 조선소의 탄생으로 연결되지만 이는 ‘가정’에 불과하다는 것.

무엇보다 심각한 내부 반발이 예상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정부 지분 51%를 일괄 매각할 경우에는 노동조합과의 마찰을 넘어야 한다. 대우조선 노조는 정부 지분 분리매각을 전제로 노조의 매각과정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 입장에선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단 경영진이 대부분 현대 측 인사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데다 그룹 주력 계열사로서의 지위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업계 1위를 넘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지만 노조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복 사업 부문이 많은 것도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M&A 전문가는 “삼성중공업과 세계 랭킹 2~3위를 경쟁할 수 있는 선에서 인수자가 결정되는 게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며 “새롭게 인수한 기업은 더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여 M&A가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대우조선 인수에는 절반이 넘는 정부 지분 비율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6~7조원의 ‘실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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