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영 민
/본지 편집이사

추곡이 무르익을 무렵 시골 농촌에 가면 논 한가운데 서있는 허수아비를 볼 수 있다.
영국시인 ‘TS,엘리오트’는 허수아비가 십자가에 의지하고 변장해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마음속에서 십자가를 상실한 현대인의 황폐함을 허수아비로 하여금 비웃게 하는 풍자스러운 말을 했다 “너희는 나를 보고 웃지만 나는 너를 보고 웃는다”고.....

사전적 의미로 허수아비란 말은 허수(虛鬚) 곧 가짜 수염을 단 아비란 뜻이다. 예부터 수염은 권위의 상징이요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져서 내시가 아닌 다음에 국왕은 물론이요 거의 모든 지도자들과 가장인 남성들은 위험스러운 수염을 길렀다.

또한 남이 수염을 만지거나 농락하면 그보다 더한 치욕이 없을 정도로 수염을 중시했는데 농부들은 이러한 수염을 허수아비에 그려 넣어 새를 공갈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음직 하다. 새눈은 사람의 눈보다 감별력이나 감식력이 한결 예민하다. 수정체가 볼록 오목렌즈 작용을 겸하여 원근시(遠近視)가 자유자제로 될 뿐 아니라 단위면적당 사람의 시각세포가 20만개라면 새의 시각세포는 1백만 내지 2백만개나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같이 영민한 새가 허수아비의 공갈을 받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분명한 것은 허수아비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새는 겁을 먹기보다는 허수아비의 밀짚 모자 위에 앉아 허수아비를 조롱하며 쉼터로 활용한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 수염이 들썩이고 걸쳐놓은 옷이 너풀대면 새는 도망을 치게 된다.
허수아비가 움직이면 수염의 위엄도 빛을 보게 마련인 것이다. 요즈음 농촌에서는 과거에 보던 진부한 허수아비보다는 더욱 활동력 있게 새를 좇아 달라는 의미에서 첨단적인 로봇허수아비가 등장하고있다.

주기적으로 팔과 목을 움직이고 윙크도 하며, 소리까지 내는 전원과 기계장치가 되어있는 허수아비인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허수아비에게는 이제 더 이상 새들이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당나라 태종 19년, 태종은 고구려를 정벌하러 나섰다. 야영을 하는데 병사들이 도착 할 때마다 황제는 성문의 망루에 나와 그들의 노고를 위로 해주었다. 병졸 한사람이 병이나 서 걸을 수 없게되자 황제는 그 병졸을 불러들여 아픈 곳을 묻고는 의사에게 진료를 시켰다. 이에 따라 장군이나 병졸 모두가 기쁘게 종군했다. 또한 태종은 요동을 정벌 하러가 백암성을 공격할 때 대장군 계사마가 화살에 맞았다. 황제는 직접 대장군의 상처에서 나오는 피를 빨아주었다. 이를 보고 장군 병사할 것 없이 모두 감격하였다. 황제는 군사를 위험한 전쟁터에 출정 시킨 후 안락한 궁전에 있지 않고 곧바로 군사들이 고생하는 장소에 가서 이들과 고락을 함께한 지도자였다. 민초들의 존경심은 이러한데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시민소득 3만불시대의 거제사회에는 자칭 또는 타칭 시민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참으로 우리 곁에 시민들은 많은 지도자들을 곁에 두고있어 행복하다. 이들은 각종 행사에 거제시민의 대표로서 초청 받기도 하고 국가적인 행사에도 참여한다. 특히 시의원은 거제시민으로부터 고액의 의정활동비와 빛나는 당선증을 받고 거제사회를 위한 활동을 다짐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요즈음같이 어려운 거제사회에서 이들이 움직이는 기세가 전혀 없다. 수년째 시의회를 출입 하고있는 본지 이동열 기자는 ‘기자의 눈’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해야할 시의원이 같은 당소속인 시장을 감싸는 듯한 인상 마저 풍긴다”며 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정 질문을 통해 정책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점검하고 시정을 요구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꿀 먹은 벙어리'로 일관하는 일부 시의원들을 강도 높게 질타하기도 했다.

허수아비도 로봇화되어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있으나마나하는 희미한 존재를 허수아비라고 한다. 그리고 수염이 석자라도 움직여야 지도자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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