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영 천
/거제경찰서 교통조사계장

우리 거제시는 최근 몇 년간 조선경기의 활황에 힘입어 외형적으로 시세(市勢)가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인프라(Infra) 미비와 질서(秩序)에 대한 시민의식은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이 직결된 교통(交通) 무질서는 가장 심각하고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 한해 우리 지역에서 약2,20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33명이 안타깝게 희생되었다. 부상자는 1,500여명이나 되는데 3주 이상의 중상자가 자그마치 1,000명이 넘는다. 평일은 평균 6-10건, 주말이나 휴일에는 20건이 넘는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더구나 경찰에 신고치 않고 당사자간 합의나 보험처리로 종결되는 사고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음주운전도 아주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해 동안 2,100여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 형사 입건된 바 있다. 단연 경남도내 수위(首位)권으로 전년(前年)에 비해 500여명이나 증가한 수치이다. 거듭된 경찰단속에도 아랑곳없이 매년 곱절 가깝게 증가하고 있다. 나쁜 습관 끝내 못 고치던 일부 운전자는 삼진아웃 되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운전면허가 있건 없건, 자동차를 운전할 줄 알면 남녀노소, 성별, 사회적 지위를 불문하고 도처에서 음주운전이 예사롭게 행해지고 있는 셈이다.

고의적이고 죄질(罪質) 나쁜 뺑소니 사고도 만만치 않다. 인명 피해를 입히고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도망하는 운전자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 발생한 뺑소니 사고(인적피해)는 130여 건이다. 이는 도내 세 번째로 우리시 보다 도시 규모가 크고 인구와 차량이 월등히 많은 진주나, 김해시에 버금갈 정도이다. 인명피해를 내고 도망한 뺑소니사범 100여명이 붙잡혀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 소중한 목숨을 희생시키거나 범죄 은폐를 시도했던 19명은 감옥으로 보내져 고생 꽤나 했고, 매스컴을 타는 유명세(?)도 누렸다. 아직도 20여건은 미해결 상태로 억울한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알고 보면 이 뺑소니 운전자의 대부분은 처벌이 무서워 도망간 게 아니라 음주운전 때문이었다. 음주뺑소니 사고의 빈발은 그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결코 내세우고 싶지 않지만 우리지역에 흥청망청 음주운전이 얼마나 만연하고, 양심이 또 얼마나 실종되어 있는지 자명(自明)한 사실인 것이다.

시민의식 부재(不在)도 교통 무질서에 크게 기여한다. 시내 곳곳에서 불법주차나 과속, 신호위반은 물론 난폭, 얌체운전이 다반사다. 차선이나 정지선, 횡단보도가 있어도 지키는 사람만 바보같아 보인다. 운행 중 창 밖으로 아무렇게나 담배꽁초를 던지고, 심지어 지나가는 차량에 침을 뱉는 상식 이하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음식배달용 오토바이의 불법 난폭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 업주들의 양식 없는 상술(商術)과 철없는 청소년들의 탈선에 가까운 행동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몰지각한 일부 근로자들의 출퇴근 오토바이 불법 운행도 이에 못지 않다. 자신을 최소한 보호하는 안전장구는 커녕, 차선이나 신호도 그들에게는 아무 소용없는 듯하다.

우리시에 등록된 자동차만 해도 약 7만대에 이른다. 외지 유입(등록) 차량과 1만대에 가까운 오토바이, 통계조차 없는 속칭 '뽈뽈이'까지 합하면 시민 2명당 거의 차 한대 꼴이다. 한정된 땅덩이에 이렇듯 많은 차량과 사람이 뒤엉켜 있으니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구조적으로 열악한 도로율이나 교통 기반시설은 조속히 개선될 여지조차 없어 보인다. 지방자치 10년이 넘었건만 효율적인 예산 배정과 집행이 안되다 보니 차량이 급증해도 기반시설 확충은 늘 거북이 걸음이다.

물론, 단기간에 성숙하고 수준 높은 교통질서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질서는 공동체의 참여와 노력이 필수 요소이다. 행정당국이 아무리 홍보하고 경찰이 단속을 강화해도 시민들이 "재수 없이 걸렸다"거나, "지키는 사람만 바보"로 인식하면 소용없는 일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우리 주변에 안정된 교통질서를 가꾸어 나갈 '바탕' 과 '여유로움'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양문화관광의 거점 도시, 문화 르네상스의 명품도시'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모두들 남의 일처럼 팔짱을 끼고 관심은 딴데 있는 듯 하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잘못된 습행(習行)을 스스로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묵인하고 방치하는데 익숙해져 있다는 증거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길바닥에서 생명을 내놓고 있음을 부디 한번 상상해보았으면 한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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