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돈 묵
/거제대교수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도 역시 바닷가로 나가 힘차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맞이했습니다. 비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염원이 다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저 손들 속에 있는 소망과 결심들이 삼백 예순 날 변함없이 손아귀 속에 간직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제 집에 돌아와 차분히 이해의 소망을 정리해 봅니다. 새해에는 모두가 진실 앞에 정당히 설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진실이 진실로 보이지 않아서 힘을 모으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진실이 진실로 인정되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앞과 뒤가 다르고, 겉과 속이 다르고, 자리에 따라 말이 바뀌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런 사람이 출세하던 지난날의 모습은 금년에는 멈추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제 칠면조의 변질에는 고개를 내두르고 싶을 뿐입니다.

신뢰의 사회가 구축되면,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거제도 안에 사는 사람은 모두 거제인입니다. 서로 신뢰하고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살아가는 고장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네 편 내 편 가르지 말고 하나 되는 마음으로 거제를 사랑해야 합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보다는 미래의 행복한 삶터로 가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우리도 환경문제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큰일을 겪게 됩니다. 오늘의 소득이 더 긴박하지만, 그래도 참고 인내하며 영원한 삶의 터전으로 일구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의 나태가 불러온 현실은 무섭습니다. 겉잡을 수 없이 변질되는 환경 앞에서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뇌아가 되어 있습니다.

흔히 거제도를 자연 경관이 빼어난 곳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은근히 자연은 인간이 활용하는 존재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욕심 많은 인간이 손에 넣고 소유하고 맘대로 흔들어도 되는 대상이 아닙니다. 자연은 어디까지나 인간과 공존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연을 서로 도우며 공존하는 하나의 존재로 인식하지 않으면 반드시 그에게 버림받게 될 것입니다.

금년에는 우리 사회가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의 해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그 중 가장 소중한 것이 교육에 대한 투자일 것입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교육이 방임에 놓이는 일이 없이 올바로 가기를 기원해 봅니다. 누구나 다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질을 익히고, 또 큰일을 할 사람은 큰일을 할 수 있도록 육성되는 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의도된 성장보다는 개인의 소질에 따라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풍토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공교육 사교육의 분리에 너무 예민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는 우리의 교육 풍토가 너무 열악한 것이 원인이기도 합니다만, 이제는 학벌 위주의 사회보다는 능력 위주의 사회로 바뀌어야 할 때도 된 듯합니다.

모쪼록 우리의 경제가 술술 풀리어 모두가 웃음을 간직한 채 살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진정으로 서민들을 사랑하는 일꾼이 나와 서민들의 아픔을 귀담아 들어주는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말로는 서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진정 서민을 위한 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정쟁에 혈안이 되었던 과거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당이었던 야당이었던 그 책임 앞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일꾼이었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평상시에 별로 나라걱정을 하지도 않던 사람이 느닷없이 나랏일을 염려합니다. 아마 며칠 전에 대선이 있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어쩌면 변화의 소용돌이에 처할 것이 뻔한 한해가 눈앞에 와 있다는 사실이 나를 그렇게 불러 세우는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변화는 시도되는 것이지만, 허울 좋은 ‘국민을 위한’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사월의 선택도 바로 뒤에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내 고장을 위해 일을 하겠다고 나오는 것을 보면 그래도 우리는 행복한 민족입니다.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그토록 많으니 말입니다. 당선이 되든 아니 되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이 좋은 일을 계속하리라 믿습니다. 그래야 되겠지요.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런 사람이 별로 없더라는 것입니다. 뽑아주면 잘 하겠다고 하는데, 유권자는 앞으로가 아닌 지난 시간들의 그의 행적으로 선택한다는 사실을 그들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무자년 한해는 우리 모두의 눈 속에 사랑이 가득하고, 그것이 신뢰를 불러와 모두가 믿고 사는 사회, 진정으로 진실이 진실로 통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실에 의하여 우리의 일꾼도 나오고, 그들도 그 신뢰 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는 사람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입니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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