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조성 미적거리다 이윤 내세워 돌연 장목관광지 ‘팽(烹)’
‘리조트 영업 타격’ 이유로 포기해 놓고 새 투자자 물색은 ‘말장난’

장목관광지 조성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업 시행자인 대우건설이 「사업포기」사실을 거제시에 공식 통보했기 때문. 지난 95년 5월 관광지 지정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3.000억원 규모 민자유치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장목 일대는 거의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대우건설에 우롱당했다고 믿는 주민 분노도 극에 달한다. 대규모 위락단지 조성을 믿고 장목 일대에 땅을 사 둔 사람들도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마른하늘 날벼락을 통보받은 거제시는 뭘 하고 있을까. 투자협정 체결이 경남도와 이뤄져 달리 조치할 방법이 없다는 핑계로 묵묵부답이다. 사업포기서 접수 한 달이 다 되도록 시의회에 공식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시민 분노는 들끓고 있지만 거제시는 너무도 차분한(?) 대응만 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인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선거 때마다 장목관광지 조성을 자신들의 치적으로 자랑하면서도, 정작 관광지 조성사업이 무산위기에 처한 지금, 누구 하나 나서 이를 따지지 않고 있다.
장목 관광지 조성을 두고 지난 10여 년간 거제시민을 우롱한 대우건설의 행태도 얄밉지만, 이에 침묵하는 거제시나 지역출신 정치인의 행태가 더 얄밉다는 게 항간의 아우성이다.

명분없는 사업포기 명분들

지난 8일 대우건설이 거제시에 보낸 「장목관광지 조성사업 중지에 따른 당사 입장 및 사후대책」은 포기 논리나 명분에서 거제시민을 또다시 우롱한 것에 다름없다.
그들이 내세운 사업중지 사유는 크게 5가지. △시장성의 낙관적 분석에 따른 오류 △추가확보 부지(14만여평, 김우중씨 땅)의 지가상승 △주민들의 무리한 보상요구 △부지협소에 따른 상품성 개선 난망 △장목관광지 조성에 따른 충무리조트 영업수지 악화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시장분석 오류와 상품성 난망은 순전한 대우건설 책임이다. 대우건설이 처음부터 사업성을 잘못 파악해 놓고, 이제와서 10여년 전 거제시민에게 약속한 관광지 조성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 거제시민과의 약속은 안중에도 없는 거대기업 횡포의 단적인 예들이다.

지가상승 및 무리한 보상요구는 기업횡포를 넘어 아예 그 책임을 거제시민에게 떠넘기는 격이다. 지난 10여 년간 제대로 된 사업진척 없이 허송세월만 보내 놓고, 이제와서 땅값이 올라 못하겠다는 건 상식 밖의 해괴한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해 말 대우건설이 금호그룹에 인수되면서, 금호그룹이 조성한 충무리조트 활성화를 위해 장목관광지를 만들면 안 된다는 「충무리조트 영업수지 악화」논리는, 기업이윤 확대를 위해 거제시가 희생양이 돼 달라는 억지나 다름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후대책안은 말장난에 불과

대우건설이 제시한 사후대책안은 「올 말까지 신규 시행자 투자유치를 거제시와 함께 찾아보자」가 요지다. 12월까지 구체적 일정까지 적시하며 투자자 물색일정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놨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우건설이 공동투자자(지금까지의 투자비 인정)로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사업중지 이유 중 「장목관광지 조성 시 충무리조트 영업수지 악화」가 가장 큰 이유였다는 점에서, 대우건설(금호그룹) 입장에선 신규투자든 공동투자든 장목관광지 조성이 안 되는 쪽으로 훼방을 놓을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이 제시한 사후대책안이 사실상 「거제시민을 속이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대우건설이 사후대책안 말미에 적시한 「장목관광지 지구지정 취소 등 관광지 조성사업 폐기 시, 토지 원소유자의 환매권 인정」 부분은, 올 말까지 기다려 지구지정 취소를 유도한 뒤, 원소유자에게 토지를 환매해 관광지 조성사업을 더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민들 대책위 구성 ‘투쟁’

대우건설의 일방적 사업포기에 발끈한 장목 주민들의 행보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장목발전협의회(회장 박명관)는 지난 22일 장목면사무소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향후대책 등을 논의하며 관광지 조성을 포기한 대우건설을 격하게 성토했다.

주민들은 6월초 장목지역 각계단체가 참여하는 비상대책위를 구성키로 하고, 지난 10여 년간 지역주민을 우롱한 대우건설을 상대로 사업시행 촉구 등 격한 투쟁을 벌여 나갈 방침이다.

황포지역 주민들도 대우건설이 포기명분으로 내세운 「무리한 보상요구」에 대해 격한 분노를 보이며, 조만간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각오들이다. 대우건설의 환매권 인정에 따른 불이익 등을 타파하기 위한 법률자문단 구성도 적극 검토 중이다.

대우건설 장목관광지 포기 이유

-시장성 낙관적 평가 따른 오류
-추가확보 부지(14만여평) 지가상승
-인근 주민들의 무리한 보상요구
-부지 협소해 상품성 개선 난망
-충무리조트 인접, 영업수지 악화

대우건설 사후 대책안

신규 시행자 투자유치 지자체와 공조
-올말까지 신규 투자자 물색

신규 시행자 단독투자 희망 시
-사업권리 등 일제 양도·양수
-토지(332,952㎡)일괄 양도
-투자원가와 감정가 사이 가격결정

신규 시행자 공동투자 희망 시
-대우건설 토지 현물대여 형식
-자금부담 경감통한 사업성 제고
-투자원가와 감정가 사이 가격결정

사업 폐기 시 토지 환매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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