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일 환
/통영거제환경련 사무국장

며칠 전 인류의 우울한 미래를 우려하는 경고가 또 다시 발표되었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회의(IPCC)'는 이번 발표를 통해 현재 상태에서 특별한 노력이 없는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0년 대비 2030년에는 최고 90%나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인류의 암울한 미래예측은 이번 IPCC 보고서뿐 아니라 '스턴보고서'를 비롯 여러나라 정부와 기관마다 예외 없이 발표되고 있다. 이런 보고서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세계 차원의 직접 대책과 행동을 긴급하게 요청하고 있다.

지구평균기온이 1℃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대에는 말라리아 등 열대성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최대 17억 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장기적으로 2080년대는 약 24cm의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지역의 30%이상이 유실되고 전 세계 인구의 20% 이상이 홍수로 인한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또한 지구 평균 온도가 1.5~2.51℃ 상승할 경우 동식물 중 약 20~30%가 멸종될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 전망하였다. 이것은 이웃나라, 먼나라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닥쳐올 문제이다.

우리들의 미래는 뜨겁고 목마르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런 끔찍한 예측은 소설이나 영화의 대본이 아니다. 조만간 우리에게 닥쳐올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미하긴 하나마 이미 기후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몇몇 예상되는 재앙은 지금 우리들이 살아 있는 동안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보다 걱정되는 것은 우리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이다. 지금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우리의 아이들은 남겨진 자원도 없고 뜨겁고 거대한 쓰레기더미에서 살게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어떠한 길을 선택할 것인가?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은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국가이다. 한국은 2004년 기준,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9.61t으로 온실가스 배출 세계 10위다. OECD 유럽의 7.72t 및 일본의 9.52t 보다 높은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의하면 1990년 대비 2004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04.6% 증가했다. 배출 증가량으로만 따지면 세계 1위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풍요(?)롭게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지구환경의 현주소이다.

우리들의 미래를 맡기는 문제, 이제는 신중해야

기후변화의 문제는 결국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문제이다. 그리고 지금 지상목표 처럼 받들어지고 있는 성장과 개발에 대한 의식의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목에 성장과 개발을 제한하는 방울을 어떻게 달 것인가의 문제가 될 것이다.

세계는 기후변화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여 각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모두 기후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인들과 정책결정자들에게 기후변화는 멀고 먼 미래의 예측일 뿐이다. 정치인들에겐 지금도 여전히 성장과 발전, 그리고 개발이 그들의 '표'를 일구는 텃밭이다. 아주 오랜 동안 그들의 표밭을 그렇게 길들여 놓았다.

그렇게 우리들은 길들여진 표밭이 되어 스스로 그들에게 미래를 맡겨 온 것이다. 콘크리트 제방이, 우후죽순 공장이, 고속도로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미래와 맞바꿀 가치가 충분한지 좀 더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무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을 하나 얻어먹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 시원함은 잠시, 갈증은 더 깊어진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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