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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수준은 '화상 휴대폰'...유람선 시설은 '다이얼 전화기'
관내 유람선 업계가 정부의 해상여객운송사업법 개정 추진에 부들부들 떨고 있다. 여객선사들도 유람선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법 개정 내용 때문이다.
낡은 유람선, 불편한 시설, 불친절한 서비스, 소음에 가까운 마이크 소리... 여객선사들이 한층 깔끔하고 편리한 시설을 갖춘 대형유람선에 친절한 서비스로 무장해 업계에 진출한다면, 아직도 7∼80년대 영업방식에 머물러 있는 자신들은 지리멸렬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시대가 변했건만 수준향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관내 유람선 업계. 법 개정에 떨면서도 관광버스 기사들에게 유람선 요금의 절반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쥐어주며 목을 매는 관행은 그대로인 그들. 「체질 개선은 아랑곳 없이 기득권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안쓰럽다」는 게 시민과 관광객들의 말이다. 관광객들이 체감하는 거제지역 유람선 서비스 실태는 어떤지 지난 9일 장승포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9일 낮 장승포 유람선 터미널. 평일임에도 단체 관광객들로 보이는 2백여명의 인파가 선착장 앞에 줄을 잇고 있었다. 대부분 중년 여성들인 관광객들 속에, 연인 또는 가족 단위로 찾아온 개인 관광객도 더러 눈에 띈다. 장승포, 와현 등 거제지역 6곳에선 32척의 유람선이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외도와 해금강·매물도로 다니는데, 날씨에 따라 부정기적인 운항이지만 화창한 봄날이 이어지며 성수기를 맞은 분위기였다.
「외도-해금강 코스」티켓 한 장을 1만7,000원에 끊었다. 지난 3월부터 2,000원이 오른 가격. 주말엔 2,000원을 더 받는단다. 1인당 ▲1코스(외도) 1만4,000원 ▲2코스(외도·해금강) 1만7,000원 ▲3코스(해금강·매물도) 2만2,000원 ▲4코스(외도·해금강·매물도) 2만7,000원으로, 외도 입장료는 5천원을 따로 내야한다. 티켓을 끊어주는 여직원의 표정은 무미 건조했다. 출발 시간은 오전 10시30분. 30분에 출발한다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나섰다.
차례 차례 승선하는 관광객들을 따라가다 티켓을 제시하니, 대기하라며 직원이 제지한다. 단체 관광객들을 먼저 승선시키기 위해서다. 머뭇거리던 순간, 30분에 출발하는 배는 떠난다. 개인 관광객은 뒷전인 것일까. 다음 배가 들어왔음에도 또 다른 단체 관광객들의 승선을 유도하는 모습. 그들이 승선을 마친 뒤, 티켓을 제시하자 그제서야 배에 오르라고 길을 터준다. 10시30분 출발 티켓을 끊었음에도 45분에 다음 배를 타고 장승포항을 떠났다. 승선 인원은 100여명. 100석의 유람선 실내 좌석은 가운데 통로 양쪽으로 다소 빽빽하게 들어선 느낌이다.
장승포항을 출발, 외도로 향하면서 선사 직원이 마이크를 들고 안내 멘트를 한다. 유람선 왼쪽 창으로 지심도가 보이자 동백섬으로도 불린다고 소개했다. 멘트를 끝내면서 『멀미가 있으신 분들은 오징어를 드셔보라』며 두 마리에 5,000원이라고 한다. 강매는 아니니 드실 분은 드셔보라면서. 직원 한 명이 마른 오징어 묶음과 거스름 지폐 다발을 들고 통로를 누빈다. 몇몇은 오징어를 사는 모습이다.
외도(外島) 도착을 앞두고 옆 좌석에 앉은 관광객에게 서비스가 어떤 것 같냐고 물었다. 전남 광주에서 부인과 아이와 함께 왔다는 이모씨(36)는 『서비스가 좋은지, 나쁜지 감을 못 잡겠다』며 『그런데 멀미가 있는 사람들에게 멀미약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오징어를 먹어 보라는 건, 오징어 판매를 위한 우스개 치곤 떨떠름한 느낌』이라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단체관광객보다 가족 단위의 개인 관광객을 홀대하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고 귀띔한다.
11시15분께 외도에 도착했다. 외도 관광을 마치고 유람선을 기다리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았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유람선 서비스가 어떤 것 같냐고 물었다. 그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유람선 서비스가 썩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로 귀결됐다.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었고,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닌 듯 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실내가 좁다」는 말도 나오곤 했다. 「만족스럽다」는 반응은 찾기 힘들었다.
경기도 안성에서 왔다는 최모(54·남)씨는 『「유람」이라기 보다, 싣고 나르는 「운송」에만 치중된 느낌』이라며 『티켓 가격도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 없고, 외도에 와서 입장료를 다시 내는 것도 다소 불만이라면 불만』이라고 털어놨다. 여자 친구와 시간을 내 관광을 왔다는 김모씨(경기 안양·29)는 『유람선 실내가 좁은 느낌이었다』며 『모니터를 설치해 거제 비경을 담은 영상을 관광객들에게 짬짬이 선보이는 것도 좋을텐데, 스피커에선 트롯 음악만 요란해 식상한 느낌이었다』고 지적했다.
12시45분께 다시 배에 몸을 실었다. 10여분간 해금강 일원을 거쳐 장승포항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싱싱한 오징어가 4마리에 1만원」이라는 멘트는 빠지지 않았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한 중년 여성은 『그러잖아도 멀미가 나려는 참인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못마땅한 표정이다. 이내 눈을 감고 애써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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