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순 련
/오비초교 교사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 상범, 상아네 가족이라고 밝힌 네티즌이 올린 레드우드 국립공원(RsdwoonNational Park) 안에 있는 이 세상에서 제일 키가 크다는 나무의 사진과 설명의 글을 읽게 되었다. 이 나무는 쉐퀘이어 계통의 붉은 삼나무들로 태곳적 원시림의 모습을 간직한 듯한 신비의 나무로 이곳의 모든 나무들은 지름이 6Ｍ, 키가 100Ｍ를 넘어 자동차가 나무 기둥 속을 지나가는 「차가 통과하는 거리(Drive through tree)」라는 이름이 붙은 나무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설명에 의하면 이곳의 나무들은 가지가 거의 없으며 하늘을 찌를 듯한 모습으로 굽은 나무는 하나도 없고, 완전 90도의 각도로 곧게 자란다고 한다. 이 나무들을 잘라서 나이테가 보이도록 전시해 놓은 것이 있는데. 이 나무의 나이가 무려 2,500살이나 되며 여기에 있는 보통의 나무들도 2,000-3,000년 정도의 나이를 먹은 나무라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런 나무들 중 한 나무는 벼락을 맞아 나무 밑 둥이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큰 구멍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긴 세월을 잘 자라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놀랄 일인가?

과학자들이 밝힌 바에 의하면 나무 밑 둥이 이렇게 뻥 뚫린 이 나무와 다른 나무들이 2,500년이 넘는 긴 세월을,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도록 키가 자랄 수 있는 까닭은 이 나무의 뿌리에 있지 않고 군락을 이루고 살아가는 데 있다는 사실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뿌리는 비록 얕지만 그 대신에 서로 얽혀 버팀목이 되어 서로가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것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비바람이 불어 쳐도 서로를 붙잡아주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넘어지지 않고 2,500년이 넘도록 하늘을 버티고 서 있는 이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나무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본받아야 할 참다운 삶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2월 학기말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갑자기 교무실 문이 드르륵 열리며 6학년 정도의 키를 가진 학생 한 명이 교무실로 들어섰다. 그날따라 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도 맨발에 잠바의 지퍼는 채우지도 않고 교무실로 들어선 그 아이는 우리 학교에 전학을 왔노라고 똑똑하게 밝혔다. 보통 전학을 오면 학부모가 함께 와서 담임을 만나 아이의 학교생활을 부탁하고, 그래도 미덥지 못한 학부모는 그 교실 문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 전학 온 학부모와 학생의 풍경이다. 그런데 아직 어린 학생이 혼자서 전학을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사업에 실패한 부모가 어디론가 떠나 버려 할 수 없이 삼촌이 있는 거제로 왔다는 그 아이는 삼촌의 전화조차 알지 못했고, 단지 면사무소에서 발급한 취학통보서만 손에 들고 혼자서 우리 학교로 찾아온 것이다. 아무리 물어도 이 아이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보호자의 연락처도 모르고 아이의 거처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입학처리를 할 수 없어 아이를 차에 태우고 집을 찾아 나섰다. 아이가 살고 있는 곳은 우리 학교와는 거리가 멀고 버스가 없는 관계로 등교하기엔 정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았다.

나는 이 아이에게 내일 아침 8시쯤 이 다리에서 기다리면 내가 출근하면서 함께 태워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입학처리를 하려던 나는 그 아이가 살고 있던 곳이 행정구역은 우리 구역이지만, 학구는 다른 학교라는 사실이 갑자기 생각났다. 깜짝 놀라 면사무소에 전화를 해 그 학생이 우리 학구가 아님을 이야기했다. 면사무소에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보호자인 삼촌 전화를 알고 있으니 인근의 해당 학교로 다시 취학통보서를 발급하겠다고 걱정하지 말하는 이야기를 했다.

내일은 우리 학교로 오면 안 된다고 직접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 아이의 연락처를 모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하다가 어제 약속한 그 다리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깜짝 놀란 나는 차창을 열고 소리를 쳤다.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나는 차창으로 아이가 갈 인근의 학교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지만, 겨울바람은 불고 뒤따라 선 차들이 경적을 울리기에 그 아이와 나는 서로 손을 흔들다 정확한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비켜나고 말았다.

그 다리에 아이를 남겨둔 채 학교로 달리던 나는 도저히 그냥 학교로 갈 수가 없어 차를 돌렸다. 다시 그 다리로 돌아가 전학 갈 그 학교로 데려다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2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 다리에 다시 도착한 것이. 그러나 그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차를 운전하며 등굣길을 살피며 학교 운동장까지 들어섰지만 그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이 아이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우리 학교로 돌아오면서 그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로 데려다 주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런 내 행동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다음날, 나는 다시 그 아이와 함께 갔던 집으로 찾았지만 문은 잠겨있었고, 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가끔씩 아이가 보이긴 했지만 학교를 다니는지는 잘 모른다는 이웃 사람들의 대답만 듣고 돌아왔다. 그 다음날 그 학교의 전학담당 선생님께 부탁하여 아이의 행방을 물었지만 아이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로부터 5일 후 그 아이가 역시 맨발로 혼자서 학교로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혼자서 생면부지의 학교로 전학을 온 아이.
요즈음은 이런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우린 이런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들이었을까?
얕은 뿌리, 벼락을 맞아 나무의 밑둥치가 온통 없어져도,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를 붙들어주며, 비바람을 이겨내는 이 나무들처럼 주변의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 모두가 레드우드 숲이 되어야겠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고난일지라도 누군가 곁에서 지켜주고 위로해 주면 혼자서 전학을 왔던 그 아이도 결코 넘어지지 않고 바르게 자라 하늘을 찌르는 튼튼한 나무가 되리라 생각되기에.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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