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기
/대우조선해양(주) 홍보의전팀 이사

지난해는 유난히도 우리나라 조선업에 관한 보도가 언론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우조선해양(주)의 예를 들면, 조선경기와 전망에 관련된 취재응대 수는 2005년 49회에서 2006년에는 87회로 거의 두 배였으며, 금년 들어 1∼3월에는 35건으로서 작년 같은 기간 21건에 비해 70%가 늘었다. 그 내용은 세계 조선소 서열 10위 안에 우리나라 조선소가 7개나 자리를 차지해 있고, 이에 따른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와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타 산업보다 탁월하다며 중앙과 지방언론에 의하여 연중 내내 부각되었다.

조선업에 종사하면서 그동안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에 비하여 그렇게 뚜렷한 각광을 받지 못했던 조선소 사람들로서는 모처럼의 찬사와 격려를 받았고, 국민 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기도 했다.

금년은 국내 조선소들이 지난해의 과잉발주 때문에 영업목표를 신중히 잡고 있지만 전체적인 추세로 봤을 때, 조선경기가 나쁘지 않음은 확실하다. 조선소들은 작년 말에 이미 4년치에 이르는 일감을 쌓아 놓고 있다. 조선업에 선행하는 해운 운임 지수도 상승 추세를 유지하면서 선박 수요를 받쳐주고 있다. 이처럼 호황이다 보니 조선업을 새로이 시작하거나 혹은 조선소 부지를 확장하거나 블록제조 회사가 완성선 사업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남해안의 고성, 마산, 여수 등 지자체들도 조선용 공단을 설치하고 조선소 유치를 위한 손짓을 크게 하고 있다.

이러한 중에 호사다마일까, 최근 중국의 추격상황과 이를 우려하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금년도 한국 조선, 수주량에서 중국에 추월당해” “2010년 이후 도크 수가 23개 이상이 되어 현재 13개의 도크를 가진 한국을 여유 있게 앞설 것” “2015년 선박건조 세계 1위 목표”...등이다.

그러나 이를 보는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별로 반응이 없다. 왜냐하면 중국이 앞섰다는 수주량 통계의 이면에는, 우리나라 조선 회사들이 일감을 많이 확보해 놓은 덕분에 수주활동에 애타게 나서지 않고 있는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속칭 ‘돈이 되는’ 일감만 골라서 주문을 받는 실정이라서 가리지 않고 마구 주문을 받는 중국보다는 당연히 수주량이 작은 것이다.

조선관련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금년 2월말 수주잔량은 한국이 4천270만CGT이며 중국의 3천40만CGT와는 30%이상 많고, 건조량도 한국은 150만CGT인데 중국은 30만CGT에 불과하다. 이 통계는 한국이 여전히 세계 1위임을 보여준다.

한국 조선소들이 건조하는 선박의 종류도 중국에서는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고난도의 제품들이 많다. 특히 FPSO, 반잠수식 시추선, 해상원유처리 플랜트, 드릴십과 같은 초대형 해양제품은 현재 상황에서는 우리나라 대형조선소 만이 제작할 수 있다. 중국이 프랑스와 기술을 제휴해서 LNG선을 건조하고 있긴 하지만, 공사기간 측면에서 최고의 LNG선 건조기술을 지닌 대우조선해양보다 3배 가까이 소요되고 있고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이어져 실질적인 국제 경쟁력은 의문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쉬운 배부터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까지 온 지난날을 보면 유조선이나 벌크선 처럼 만들기 쉬운 배들은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높다. 아직은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은 낮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의 조선공업의 수준이 우리나라의 현재 기술수준까지 다다르려면 적어도 10년이 지나야 한다고 예측한다.

10년 후에 우리는 더 어렵고 더 크며 매우 비싼 제품들을 만들 것이다. 우리 근로자들의 탐구심과 부지런함도 그네들과 비교할 수 없어 보인다. 사업 다각화를 통하여 매출액을 증대시켜 비용의 비율을 줄이고, 이 결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체질을 바꿈으로써 후발국의 추격에서 더욱 멀찌감치 달아날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우리 조선업계가 기술력의 진화를 통해 세계의 조선업을 얼마든지 리드해 갈 수 있지만 인구의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하여 기술을 전수받을 우수한 젊은 인력의 확보문제는 10년, 그 이후의 우리나라 조선업에 가장 큰 먹구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용어설명

수주잔량: 주문은 받았지만 아직 생산이 시작되지 않은 일감.
CGT: 표준화물선 보상톤수(Compensated Gross Tonnage). 선박의 종류에 따라 톤수 기준이 다르므로 이를 표준화해서 통일한 톤수.
FPSO: 선박 형태(Floating)로서 채굴한 원유를 정제(Production)해서 저장(Storiging)했다가 다른 원유운반선으로 실어 줄 수 있는(Off-loading) 해상구조물.

이동열  skj6336@kornet.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