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승인 조건엔 ‘통행사각부지 매입’
부지 매입 안됐는데도 공탁 받고 준공

삼성중공업11차주택조합이 신현읍 양정리 일원에 신축한 「쉐르빌」아파트가 당초 사업 승인 조건을 지키지 않은 채 준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허가권자인 거제시의 무원칙한 건축 행정과 조합의 안일한 대처가 빚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시와 조합측은 사업 승인 조건 중 하나인 「특정 부지 매입」은 지주와의 매입 협상이 어려워져 「선 준공·후 보상」이란 절차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 그러나 당초 승인 조건을 정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고민 없이 조건을 부친데다 민원까지 유발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주 “적극적 매입 협상 없이 눈가리고 아웅”
시·조합 “턱없는 가격 요구, 준공 후 보상협의”

삼성11차주택조합은 지난 2004년 4월 19일 거제시에 아파트 사업 신청을 냈었다. 같은 해 6월 29일 사업은 승인됐고 2005년 1월 31일 착공, 지난 3월 7일 준공허가를 거제시로부터 받았다. 14·15층 총 5동 규모의 아파트엔 420세대가 입주를 마친 상황.

문제는 당초 사업 승인 조건에서 불거졌다. 거제시가 내건 조건은 ▲중로 3-3호선(L=106m) 시공 및 기부체납 ▲소로 2-121호선(L=290m) 및 소로 2-1241호선(L=103m) 시공조치 ▲보건소에서 중로3-3호선 입구 도로정비 ▲신현읍 양정리 930-10번지(118평 추정) 매입 등이다.

조합에 따르면 도로 시공 및 기부체납과 정비 등은 마쳤으나 양정리 930-10번지를 매입하지 못했다. 조합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주가 매입 감정가의 수배에 이르는 보상을 요구해 수용하기 힘들었다』며 『아파트가 완공되고 입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정가를 포함한 금액을 거제시에 공탁, 허가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거제시도 입장이 다르지 않다. 시 관계자는 『매입협상이 지지부진해 감정가와 빗물 관로 공사비용을 더한 5억8천만원을 공탁 받고, 준공허가를 하게 됐다』며 『거제시가 보상 협의에 나서 해결 지을 방침』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주는 조합과 거제시의 입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지주 이모씨(67·여)는 『조합측이 매입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은데다, 공사 소음과 진동 등으로 피해를 입어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서야 매입과 관련한 얘기를 해왔다』며 『협의 주체인 지주에게 알리지도 않고 덜컥 허가를 줬다는 것은 편법 준공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보상 금액과 관련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조합 측은 감정 금액인 3억5천만원의 두배쯤인 7억원을 제시했다는 입장인 반면, 지주 측은 그런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며 주변 시세와 자신이 운영하는 상점 등 여건을 감안해 우선 15억원을 조합 측에 얘기했으나 더 이상의 대화 진전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주 이모씨는 특히 하수구 배수관 공사로 인해 주택 균열 등의 피해만 입은 채, 당초 아파트 건축 승인 조건에 따른 협의 주체이면서도 거제시와 조합의 무성의한 원칙 적용과 대응으로 소외되고 있는 셈이라며 억울해 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문제의 부지는 아파트 건축 이전부터 향후 그어질 도시계획도로에 편입돼 있던 상황. 아파트 사업 승인을 하면서 이 부지에 있는 건물로 인해 교통 흐름이 방해 되고, 사고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부지 매입을 조건으로 달았다는 것이다.

조합 측은 이와 관련해 굳이 조합이 부지 매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초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으나 조합장이 바뀌고 공백 기간이 생기면서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입장으로 처음부터 매입 자체에 소극적이었다는 반증인 셈이다.

주변 땅값이 폭등해 있는 현실과, 지주와의 협상이 단 시일에 해소될 수 없는 여건을 감안하지 못한 거제시가 스스로 정한 절차를 바꾼 이번 논란은, 잇따르고 있는 아파트 사업 신청을 두고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유발하고 있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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