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진 오
/본지 발행인

S형!
지난 5일 오전 열린 서울시 정기 조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을 가득 메운 3,500여 명의 서울시 직원들에게 『공무원의 신분보장은 정치적 영향을 받지 말고 업무에 전념하라는 것인데 이 취지를 잊고 공무원 신분보장을 피난처 삼아 안주하는 무사 안일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불성실하거나 무능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상시 퇴출시스템」을 도입해 공무원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 시장은 또 『일 잘하는 직원들에겐 특별승진과 성과급을 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말하면서 『서울시가 일 잘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석달마다 열리는 이날 서울시 정기 조례 분위기는 무거운 침묵만 감돌았다고 전해졌습니다.
이를 두고 도하 각 신문들은 「신주단지 철밥통 깨기」가 제도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크게 보도 했습니다.

S형!
우선 공무원들을 위로해야겠습니다.
말이야 쉽지만 자기 밥그릇 깨지는 아픔을 어찌 남이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한마디로 「좋은 시절」 다 지났고 지나간 세월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철밥통이란 말은 원산지인 중국에서 조차 듣기 어렵게 된지 오래입니다. 기업이 망해도 「월급은 정지시키되 직책은 남겨 둔다」는 「톄판완(鐵飯碗·철밥통)」의 나라가 중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이젠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보수의 자리인 금밥통을 차지하든지 아니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흙밥통으로 만족해야 하는 사회로 바뀌었습니다. 그 시기는 외환위기 때 종신고용의 철밥통이 깨진 한국과 엇비슷한 시기였습니다.

S형!
울산광역시에서 지난 1월 시작된 공무원들 「철밥통 깨기」는 정상적인 공무원들이면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길 터입니다. 평소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면 옆자리에서 컴퓨터게임이나 하면서 같은 월급 받는 동료가 밉상이었을 테고, 그런 동료 빼고 나머지 일 잘하는 공무원들은 성과급을 더 지급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을 것입니다.

어느 조직이건 그런 베짱이는 있게 마련이어서 「백마고지 전투 때도 낮잠 자는 병사가 있었다」는 우스개도 있습니다.
조선조 때도 공무원 조직은 크게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세종 때 예문관 대제학 변계량의 상소를 보면 중앙관리도 마찬가지여서 『신하들 중 나그네처럼 왔다가 나그네처럼 물러나며 피리 부는데 수나 채우고 생선 눈알이 진주에 섞이듯 하는 자도 더러 있사옵니다』라고 진언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신분이 안정되면 게을러지고 자기계발에 소홀해 무능해지게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은 솎아 내야 조직이 건강해 집니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S형!
충북 제천시는 지난 1월 종전의 과(課)체제를 모두 없애고 과와 계를 혼합해 팀제로 바꾸는 파격적 조직개편을 단행 했습니다.
사무관이라야만 보직된 과장과 6급 주사의 전유물이던 계장(담당)제도가 모두 없어져 사무관과 6급 주사들이 팀장을 맡았습니다.

고참 사무관이라도 업무능력이 떨어지면 보직 없이 6급 밑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제천시는 맞고 있습니다.
행자부가 2년 전 시행한 팀제가 「과장」명칭을 바꾼 수준이었지만 제천시는 과장과 6급담당을 뒤섞어 편제했다는 점에서 더 파격적입니다. 제전시장(엄태영)은 『연말 팀 실적을 평가해 팀장의 10%는 보직을 박탈하는 「보직 아웃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선언해 제천시민들로부터 대단한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전북 익산시는 4월부터 시행할 「파트장제」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답니다. 조직을 직급중심에서 업무중심으로 개편해 4급 국장은 본부장, 5급 과장은 팀장, 6급 계장은 파트장으로 직책명을 바꾸는데 현재 6급은 120명이어서 절반 이상이 같은 6급 밑에서 지시를 받아 일하게 될 상황이 불가피 합니다.

울산 남구청은 지난달 사무관 3명을 총무과로 대기발령 했으며, 전남 고흥군은 역시 불성실 공무원들을 1년간 일용직으로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S형!
거제시는 오는 5월 시행 예정으로 현재의 3국 19과 182담당이 4국 23과 200담당으로 조직을 개편(행자부 승인 신청 중)해, 1국 3과 18담당이 늘어날 것으로 알려져 승진 대상자들은 침을 삼키고 있습니다.
거제시가 자리를 늘리는 것보다는 「일하는 조직」으로의 인사제도 정비를 먼저하라고 촉구하는 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조직 속에 계속 안주하기엔「자질과 품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과장, 국장이 후진들을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 한 번쯤 결단을 고민해 주기를 기대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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