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학 도
/거제YMCA이사장

거제시가 오랜만에 맘에 쏙 드는 일을 추진하고 있어 지지와 갈채를 보낸다. 김한겸 시장이 직접 부패근절을 위한 고강도의 처방을 내놓으며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도내공무원의 부패행위근절을 위한 고강도의 처방을 내놓았을 때 우리시와 비교되어 내심 부러워했었는데 늦게라도 거제시가 청렴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게 되어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시는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이래 두 명의 민선시장이 모두 부패혐의로 구속, 실형을 선고받았고, 각종인·허가와 관련한 공무원의 부패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거제시의 이번조처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한 일이다. 2006년 말 우리시는 경남도 내 20개시·군 중 청렴도가 중간을 밑돌았고, 2005년에 비해서도 청렴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발표 된 바 있는데 실제로 인·허가부서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업체민원인들과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여론은 훨씬 부패정도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거제시 공무원 대다수는 정말 성실하고 깨끗하고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부서의 몇몇 공무원에 의해 저질러지는 부정부패로 인해 거제시 전체의 청렴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20만 거제시민들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거제시가 이번에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내세운 방안들을 보면 인·허가 대상사업장에 대한 교육, 인·허가수리 시 리콜제도입, 민원인과의 전화확인, 기록보존, 청렴계약이행각서제출, 공무원의 의식 교육 강화 등 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좋은 내용인 것은 틀림이 없겠으나, 과연 이것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시민들이 김한겸시장이 직접 나서서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마련하여 추진하는 것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과연 이것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부패를 근원적으로 몰아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거제시의 반부패를 위한 운동과 추진방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가청렴위원회발표에 의해 서울시가 전국 광역시 가운데 청렴도에서 꼴찌를 차지한데 대해 충격을 받고는 서울시의 부패근절과 청렴도를 높이기 위하여 강도 높은 부패방지책을 내놓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우리 거제시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획기적이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인센티브(승진, 고과반영, 원하는 부서전직 등)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내부고발에 대해서는 5천만원의 포상금을 내걸었으며, 부패혐의가 드러난 공무원에 대해서는 파면 등의 강력한 징계를 통하여 부패를 뿌리 뽑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우리거제시도 진정으로 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서울시보다 더 강력한 방법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반부패운동의 성공여부는 공무원조직의 수장인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 할 것이며, 서울시와 같은 내부고발에 대한 철저한 보호 장치와 인센티브, 그리고 부패관련공무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만 가능할 것이다. 거제시에서 부정과 부패가 영구히 추방될 수 있는 반부패장치를 제도화해야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내부고발을 전혀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 거제시 공무원 복무조례이다. 거제시 공무원복무조례 내용 중 「비밀엄수」 조항을 보면 어떠한 경우에라도 업무상 취득한 사실을 누설함으로써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게 하거나, 명예를 훼손시킬 경우에는 처벌이나 징계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이 조항이 그대로 있는 한 공무원이 아무리 부패와 단절하려고해도 부서나 조직의 일원인 이상 절대로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침묵이나 동조 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내부고발이나 양심선언조차도 할 수가 없게 되어있는 것이다. 이것은 상위법인 「부패방지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며, 정의롭고 양심적인 공무원의 내부고발이나 양심선언을 제도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독소조항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거제시는 이러한 독소조항이 들어있는 『조례의 개정 없이는 절대로 클린거제를 구현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는 절박한 상황인식을 통하여 조례개정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조항의 개정을 통하여 비로소 클린거제추진이 보다 현실적인 실현가능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며, 구겨지고 짓밟힌 거제시민의 자존심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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