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일 환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근래 들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을 경고하는 언론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빙하가 녹고 이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여 지금은 육지인 곳이 바닷물에 잠기게 된다는 내용과 이상기온으로 인한 홍수와 가뭄, 태풍 등 지금까지 경험해 본 바 없는 자연재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올 겨울은 기상관측이래 가장 기온이 높았던 해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예사롭지 않은 경고들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그저 신문의 조그만 면을 채우는 흥미거리 정도로 치부해 버리기 일쑤다. 읽고 나서 하루 이틀만 지나면 기억조차 가물가물 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눈앞에 당장 닥친 일도 아니고 급격한 변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응은 국민들 뿐만 아니라 정부나 자치단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실에 부닥치는 여러 가지 문제에서 항상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기상학에 보면 「고무줄이론」이란 것이 있다. 어떤 요인으로 인한 기후의 변화는 수백년에 거쳐 고무줄이 늘어나듯 아주 서서히 진행되지만 어느 단계에 이르게 되면 늘어났던 고무줄이 수축되듯 변화의 속도가 아주 급격하게 빨라져 이에 대비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많은 기후학자들은 오래전 부터 서서히 늘어났던 고무줄이 수축되는 시점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몇몇 학자들은 이미 그 시기가 도래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들은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전무후무한 기상이변 현상들을 그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학자들이 예측하는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온실가스」이다. 그들은 오늘 우리가 직면한 이런 위기상황의 주범은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1일 4년마다 발행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조사단체(GIEC)」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이 보고서를 통해 다시 한 번 전세계가 심각한 지구 온난화의 문제를 거론하였고 이제 논란의 여지조차 없게 되었다.

현재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요인은 「석유」이다. 이제 석유는 오늘날의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 「문명의 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그 이면의 부정적인 평가를 함께 해야 할 시기에 와 있다. 지금도 여전히 석유는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확보해야 할 가장 가치 있는 에너지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에너지 공급의 측면에서 볼 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동시에 들려 오고 있다. 나쁜 소식이라면 석유는 고갈된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 역시 석유는 고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만간 석유뿐만이 아니다. 조만간 핵발전소에서 필요한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화석 에너지들이 고갈될 것이다.

그러나 석유가 얼마 동안 공급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는 부차적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고도로 「문명화 된」이 세계는 석유가 고갈되기 전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환경재앙」문제에 먼저 부딪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조사단체(GIE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환경적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어도 60%이상 감소시켜야만 한다고 한다.

당면한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최근 몇년 동안 꾸준히 제시되고 있는 것이 재생에너지의 활성화 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대안이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는 경제성 문제였다. 기존의 화석연료에 비해 비싸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이 주장들은 설득력이 없다. 태양열 에너지, 풍력 에너지, 수력 에너지, 바이오매스(생체) 에너지, 조력 에너지를 직, 간접적으로 이용하면 인류가 소비하는 에너지량보다 1만5천 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매일 전 세계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성은 상대적 개념이다. 즉 석유가격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는데 곧 고갈 될 석유가격의 상승이 필연적이란 걸 감안하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은 논할 필요조차 없고 선택의 여지도 없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말 독일을 다녀와 그 나라의 재생에너지 현황에 대해 살펴본 바 있다. 독일은 현재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5% 정도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주로 농민들이 풍력, 바이오매스 등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정부는 법률을 만들어 이들이 생산하는 전력을 매입해 주고 있었다.
농민들은 전력판매를 통해 소득을 올리고 있었으며 전력판매 수입은 전체 농가 소득의 30~40%에 이르고 있다.

독일정부는 법안을 만들어 이들이 생산하는 전력을 20년간 사주는 것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투지된 설비비용은 8년 내에 회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를 신산업으로 발전시켜 전국적으로 17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예를 들면 풍력 발전기의 경우 현재 주문이 밀려 5년 후에나 납품이 가능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재생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매년 7백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켰다. 이런 사례를 볼 때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이 없다는 말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환경재앙의 확실한 원인으로 밝혀진 화석연료, 석유중독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 에너지를 찾아내야 하는 숙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정부에만 기댈 일도 아니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독일의 사례도 크지 않은 농촌마을에서 몇몇 농부들에 의해 시작돼 끈질긴 노력과 설득을 통해 이루어 낸 성과이다.

우리 거제의 농민들, 시민들도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농산물 개방, FTA로 인해 더욱 피폐해지고 미래를 잃은 우리 농어촌을 살릴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또 이것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갈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장 값진 투자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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