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90% 정부지원 불구 私 조직화
5대기관장 ‘예우’ 스스로 포기한 격

거제문화원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지역 고유문화 개발에서부터 이를 보급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문화원의 순수성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퇴색됐다는 게 주된 지적이다.
사실상 국·도비 등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열악한 재정상황도 현재의 회원 구성과 저조한 회비수납 실적으로는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는 예산부족에 짓눌려 예정된 사업조차 추진하지 못 할 만큼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원의 전반적인 혁신을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거제문화원 운영, 어디서 부터 무엇이 잘못돼 있는 것일까?

회원 절반 장승포 주민들로 지역색 뚜렷 …‘거제문화원’ 취지 무색
운영실태도 ‘속빈 강정’… 새 청사 마련과 함께 내부개혁 서둘러야

순수성 회복이 급선무

거제문화원이 내·외부적으로 지적받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 급선무는 「추락한 위상」을 다시 추스리는 일이다.
문화원은 지역문화 활성화에 있어 중요한 거점을 차지하는데다 주요 지역문화 행사를 전담하는 등 관내 문화단체로서는 가장 공적인 성격이 강한 법인체이다. 문화원장 자리 또한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이라는 성격이 말해주듯 봉사자로서의 역할이 최우선시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거제문화원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이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문화원 활동을 활발하게 할 만한 전문가 집단이 전무한 현실은 차치하고서라도 「특정인을 위한 정치성향의 사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원철희 원장과 원재희 (총무)이사는 집안 동생 사이인데다 지난 몇 년간 원장에 버금갈 정도로 원 이사가 문화원 업무 전반에 걸쳐 깊이 관여해 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 문화원 정관에도 명시돼 있지 않은 직책인 (총무)이사의 급여는 원 원장이 사비로 지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 원장의 경우 지난 5.31지방선거 때 모 정당에 공천을 신청, 공적단체와 직위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문화원 임원 구성과 관련, 부원장 및 이사 선임권을 원장에게 위임해 온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식 의결기구인 이사회구성원인 이사를 원장이 지명(?)하게 되면 이른바 코드인사로 불리는 「제사람 심기」가 가능해진다. 사실상 원장 1인체제의 전권을 갖는 셈이다. 임원진 가운데 지역 문화계 인사를 찾기 힘들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때문에 문화원 본연의 역할 수행이 미흡한 것은 물론 특정인의 사조직처럼 비춰지고 있다는 게 상당수 회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 뜻있는 시민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전국문화원연합회 관계자는 『지역에 봉사하는 자리인 비상근 명예직의 문화원장을 선거로 뽑는다는 발상자체가 상식에 어긋난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인물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야 (정치로부터) 문화원을 보호할 수 있고 순수성이 퇴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회원수 적고 지역 편차 커

거제문화원에 따르면 현재 문화원의 회원수는 총 308명이다. 일반회원이 288명, 임원 19명, 특별회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회원현황은 인근 통영(06년 기준 203명)보다는 많은 편이나 고성(06년 기준 357명)에 비해서는 적은 수준. 도내 20개 문화원 전체를 놓고 보면 12번째로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인구 20만 시대로 접어든 현 상황에 비춰볼 때 지극히 낮은 규모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거제문화원이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

회원분포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전체회원의 절반가량인 150여명이 장승포지역에 몰려있다. 옥포동과 면지역을 합해 100여명, 신현읍 회원은 25명에 불과하다. 현 문화원의 위치가 장승포동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역적 편중 현상이 두드러짐을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거제문화원이 아닌 「장승포 문화원」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04년 이후로 해마다 회원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회비 납부율도 저조해 운영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문화원 1년 예산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회비수입의 경우 지난해 1,100여만원의 미수금이 발생, 회비수납 실적이 38.5%에 불과했고 2005년도분(790여만원)은 결손처리(회원탈퇴, 자격상실) 됐다. 반면 지난해 새로 영입된 회원은 36명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도비 등 보조금에 전액 의존하는 재정상황은 나아지긴 커녕 해마다 더 악화되면서 문화원의 독자적 운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문화원 다운 정체성 보여야

거제문화원은 지역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창구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변단체 수준에 머물며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향토사 연구 및 자료편찬, 전통민속한마당잔치, 거제문화대학, 거제문화학교 등의 크고 작은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문화원 고유 업무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문화원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대부분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사업보다 향토문화를 모아, 정리하는 향토사료집 발간 등에 국한돼 있고 그나마도 자료 미비로 인해 지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첨단정보화시대의 흐름에 맞춰 타지역 문화원들이 발빠른 변신을 통해 문화를 전달하고 체험하는 사이버 공간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거제문화원은 지난해 8월말 구축한 홈페이지는 개통만 시켜놓고 6개월이 넘도록 업데이트 없이 방치해 두다시피 하고 있다. 한마디로 속빈 강정과도 같은 단체다.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한 온라인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탓에 시대적 감각에 뒤떨어진다는 평가와 함께 「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특히 문화원이 지역 문화예술인을 한데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함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단일 행사 위주의 문화사업을 펼치다보니 자연히 지역 문예인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게 됐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향토예술작가초대전시회와 지역내 일부 문화예술단체 지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문예인들의 창작의지를 고취시킬 눈에 띄는 육성책이 없는 형편이기 때문.

이같은 상황에서 지역 문예인들이 문화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고 문예인들이 참여하지 않는 문화원은 지역 문화의 발전에도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지역 예술인은 『문화원이 제위상을 찾고 바람직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환골탈퇴하는 의지와 함께 순수하게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원을 운영하는 방안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사조직처럼 인식되고 있는 현 상태로는 시민의 관심이나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고 문예인들의 공감대를 얻기는 더욱 힘들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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