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열 /취재기자

거제시의회는 거제의 선량(選良)들이 모여 정치를 하는 공적인 장소다. 의회를 뜻하는 「Parliament」의 어원은 「말하다」라는 뜻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유일하게 「말을 지닌 동물」로 정의했다. 정치가 의회와 같은 공적인 장소에서 주고 받는 말, 즉 토론을 통해 이뤄진다는 의미가 여기서 발생된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표결처리가 아니라 활발한 토론에 있다.
과연 시의회에선 거제공동체의 운영을 위한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지난 11일 열린 산건위를 잘 들여다보자.

이날 산건위는 2007년도 예산안을 예비심사하며 계수조정 작업을 벌였다. 예산안 심사는 행정사무감사와 함께 시의회의 가장 중요한 일로 꼽힌다. 시민의 혈세를 「어디다 얼만큼 어떻게 쓰겠다」는 집행부의 계획표를 점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사업예산은 요구대로 반영하고 누가봐도 헛돈을 쓴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과감하게 삭감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날 산건위 심사에서는 활발한 토론은커녕 탱자가 귤이라고 우기는 소리가 나왔다. 내년도 당초 예산안 가운데 조선산업 중장기대책수립 용역비 5,000만원이 문제였다.
조선전문가 출신 무소속 이모 의원은 당연히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머지 한나라당과 민노당 의원들은 「말도 안된다」며 반대하고 나섰으나 이모 의원의 「조선이 살아야 거제가 산다」는 논리에 기초한 주장은 강도를 더해갔다.

이 용역비는 반대할만한 명분이 충분한 전액 삭감대상 0순위나 마찬가지였다. 산건위 소속 의원 6명 중 5명이 극구 반대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양대 조선사가 알아서 할 일을 왜 집행부가 발벗고 나서서 해준단 말인가. 결론없이 지리한 공방만 계속되던 이 예산안은 이날 오후 돌연 전액반영돼 예결특위로 넘어갔다. 당초 표결에 부치면 5대 1로 삭감이 확실시되던 것이 의원들간 원만한 협의에 따라 반영하기로 의결했다는 것이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예산안 전체 규모를 두고볼 때 5,000만원은 티도 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불필요한 곳에 혈세를 낭비해서야 되겠는가. 시기적으로 긴급성을 요하는 곳에 예산이 쓰여지도록 솎아내는 게 시의원의 몫이자 의무다.

정치인에게 메시지는 생명이다. 메시지가 흐리면 유권자는 결코 그 정치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돌연 찬성이라니? 무슨 메시지가 그런가. 토론다운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의 협의는 최악이며, 그것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각 의원간 지역구 사업 예산안 반영을 위한 타협에 가깝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시의원은 시의원다워야 한다. 「명사수」가 많이 나와야 시의회가 시민의 머슴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거제시를 거제시민의 것으로 돌려 놓을 수 있는 시의원들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바람일까.

이동열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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