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구입 유혹 못 이긴 노인들
집에 가선 ‘천덕꾸러기’ 전락

장승포동 신부시장에 들어선 한 정수기 판매 업체가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벌이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고가의 정수기를 구입한 노인들이 집안 식구로부터 눈총을 받는 등 동네가 소란하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7월 장승포동 신부월드상가 2층에 입점한 (주)거산(대표 배정효·건강기능식품판매업)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정수기를 비롯, 냄비·매트 등 각종 물품을 홍보하면서 노인들의 경쟁 심리를 유도해 구입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물품들을 산 노인들이 집안 식구들로부터 눈총을 받으면서 반품조차 못하고 끙끙 앓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장승포 청년회 등 주민들은 거제시 담당 공무원과 함께 지난 1일 업체를 찾아 항의했다.

「신비의 물 육각수 장승포점 오픈」 「2005년 무역의 날 금탑산업 훈장 수상」등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내걸고 있는 이 업체는 「엑티모」란 이름의 역동수 시스템 육각수 제조기를 홍보하고 있다.

청년회 소속 주민들은 이날 방문에서 『할머니들만을 모아 놓고 서로 지지 않으려는 심리를 이용해 고가의 물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영업방식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업체의 상술을 나무랐다.

주민들은 또 고현·옥포 지역을 거쳐 장승포에 문을 열었다는 이유를 들어 『한 지역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반품이나 AS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며 『물건만 팔아치우고 떠나면 그만이라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이에 대해 배정효 대표는 『할머니들만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이 아니라, 여가시간이 많은 노인들이 찾아오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본사로 반품 또는 AS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9월 중순쯤 영업을 마칠 계획이지만, 거제지역에 AS 센터 입점을 계획중』이라며 『방문판매업 신고를 거쳐 적법하게 영업을 하는 만큼, 뜨내기 업체로 매도하지 말아달라』고 항변했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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