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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과 사실의 괴리(乖離)

▲ 신기방 /편집국장
- 녹봉조선 보도행태를 보고

선가대 이설을 둘러싼 녹봉조선과 거제시의 공방이 뜨겁다.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거제시를 향한 언론의 맹공이 더 뜨겁다.
중앙일간지를 비롯, 방송·지역신문까지 가세한 「거제시 때리기」가 이제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지금까지의 보도 내용만으로도 「거제시는 건실한 중견기업의 발목을 잡는 몹쓸 조직」으로 낙인찍힌 모양새다.
녹봉의 기가막힌 처세(?)에 혀가 내둘려지지만, 「펜」을 쥔 기자들이 하나같이 「거제시가 잘 못했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거제시도 답답한 노릇일게다.

녹봉측의 주장을 근간으로 한 최근의 언론보도 내용의 핵심은 대략 이렇다.
「가조연육교 설계잘못으로 선박진수시 교각과 충돌한 우려가 높다. 녹봉측이 이를 언론에 호소했으나, 거제시가 되레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녹봉조선은 선대진수 문제로 외국선사와 맺은 주수계약이 파기될 위기에 처했다. 녹봉조선은 선가대를 새로 바꿔야 한다며 거제시에 51억원의 이설비용을 요구했다. 거제시는 더이상 꾸물거리지 말고 이설비용 보상협상에 즉시 나서야 한다.」 말하자면 「거제시가 잘못을 시인하고 하루빨리 녹봉측에 선가대 이설비용을 물어줘야 한다」는 주문으로, 사실상 녹봉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내용들이다.

과연 거제시는 이같은 취지의 보도내용 대로 시민혈세 51억원을 녹봉측에 물어줘야 하는 것일까.
우선, 연육교 교량과 진수 선박과의 충돌우려 부분에 대해서는 거제시와 녹봉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녹봉측은 선박진수시 선대~연육교간 거리가 3백35m 밖에 되지 않아 교각충돌 우려가 높은 만큼 선대를 바꿔야 하며, 여기에 드는 비용 51억원을 거제시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거제시는 지난 7월31일 진수현장을 지켜 본 결과 지금의 비정상적 방식으로도 교각위치와 진수선박간의 거리는 약 1백20m정도 여유가 있었고, 타지역 유사사업장도 무리없이 선박진수를 하고 있었다며 되레 녹봉 측의 낡은 선대를 문제삼고 있다.

그런데도 작금의 언론보도 행태는 무조건 거제시의 설계잘못으로 몰아가고 있다.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시민혈세 51억원이 걸려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거제시가 설계과정에 이 부분을 빠뜨린 것이 결정적인 잘못일 수도 있고, 녹봉측이 낡은 선가대 이설 필요성을 숨긴 채, 의도적인「충돌 위험성」을 부풀리며 거제시를 상대로 장난(?)을 칠 수 도 있는 일 아닌가.
다행히 거제시가 공인기관 용역을 통해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규명하자는 제안을 녹봉측에 제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언론의 「거제시 때리기」는 그 결과가 나온 뒤, 그 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51억원의 시민혈세를 지켜낸 거제시」로 바뀔 수 도 있으니 하는 말이다.

거제시가 문제해결 대신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부분도 다분히 부풀려진 내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다.
당초 지난 6월 녹봉문제로 신문과 방송으로부터 느닷없는 「치도곤」을 당한 거제시로서는, 현장을 방문해 사실관계 조사를 벌이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당시의 현장조사와 관련해 거제시는 어떤 행정제재도 가한적이 없다고 한다. 「문제가 된」 업체의 현장사정을 점검하는게 부당한 압박이라면, 거제시는 언론에서 떠들어도 내버려 두고 있으란 말인가.
최근의 「여론몰이」도 마찬가지다. 거제시는 지난 6월 대책회의에서 자체대안을 만들어 8월말까지 제시하고, 그 안을 토대로 재협의 한다는데 녹봉측의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이에따라 거제시도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찾기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규명하는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 이를 녹봉측에 최종 제안할 방침도 정했다.

그런데, 지난 19일 녹봉측이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자청, 거제시가 해결책은 찾지 않고 시간끌기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8월말은 현재 지나간 시간이 아니다. 다가올 시간이다. 녹봉측이 뭔가(?)가 못마땅해 판을 깰려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은 비단 필자뿐만의 생각일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또 있다. 진수선박과 교각의 충돌가능성을 제기한 녹봉조선측의 「문제제기」 시점이다.
가조연육교 가설사업은 지난 90년대 초부터 널리 알려진 사업이다. 이후 지난 98년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갔고, 2000년 8월 실시설계 용역을 거처 2001년 8월에 기공식도 가졌다.
그런데도 바로 지척에 위치한 녹봉조선 측이 「선박진수 문제점을 인지한 시기는 2002년 10월」이라고 말하고 있다. 2002년 10월이면 교각공사가 이미 착수된 시기다.

그렇게 중대한 문제를, 기공식이 있은지 1년2개월이 흐른 시점에서야 비로소 알게됐다는 녹봉 측의 주장을, 녹봉조선 관계자 말고 과연 몇 사람이나 더 믿을 수 있을까.
낡은 선대의 이설이 절실했던 녹봉 측이 가조연육교를 볼모로 「도랑치고 가재잡는」 횡재를 노린다는 항간의 소문을 믿는 사람보다 적었으면 적었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편집국장
※이 칼럼은 본지 2003년 8월23일자 183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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