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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물난리 대책은 없나

▲ 신기방 /편집국장
대단위 공동주택 입주에 때 맞춰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물 난리」가 또 터졌다. 지하수 개발을 둘러싼 건설업체와 주민들간의 마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신현읍 수월리 덕산2차아파트(1천11세대) 입주일을 불과 일주일 남짓 앞두고, 시공사인 덕산측은 서둘러 아파트 물공급을 위한 지하수개발에 착수하느라 바빴다.
당초 예정된 남광광역상수도 공급계획이 차질을 빚어 어쩔수 없이 지하수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업체측의 설명이다.
덕산측이 대형관정 개발을 추진하는 수월리 일대는 거제시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곳. 때문에 가정마다 파둔 소규모 지하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월 주민들의 반발은 진작 예견된 일이었다.
주민들은 「1천여세대가 먹는 물을 한꺼번에 뽑아 올릴 경우, 소형지하수는 물론 인근농지에 공급되는 지표수도 금새 바닥날 것」이라며 생존권 차원의 강한 반발을 보였다.
이달초부터 표면화된 주민반발로 다급해진 덕산측은 물론 「장평」에 이은 또다른 악수(?)가 될까 전전긍긍하던 거제시를 압박했다.
해결사의 총대는 또다시 신현읍이 맡았다. 업체대표와 주민대표를 수차례 설득하고 윽박질러-1천세대가 넘는 입주민들이 역공(逆攻)을 취하면 수월주민들이 버텨낼 수 있느냐- 가까스로 지하수개발 합의서 인준을 받아냈다.
「돈」을 매개로 덕산측과 주민대표가 「합의」했지만, 마을 민심은 아직도 합의에 의한 문제 봉합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모양이다.
상당수 주민들은 「돈 몇푼에 주민 생존권을 팔자는 것이냐」며 합의서 주도세력을 마치「매향노(賣鄕奴)」로 성토하는 분위기다.

늘 이런식이다. 덕산1차아파트 건설때도, 오비 신우·수월 춘광·용산 신우아파트 입주때도 「지하수개발 갈등」은 언제나 그랬다.
지하수개발을 전제로 대규모 공동주택 건설을 허가받고, 입주일이 임박해 질때까지 「민원」으로 물 문제를 해결못하다 행정력을 동원해 「돈」꾸러미를 안겨주는 조건에 가까스로 합의하고….
거제시는 남광광역상수도가 통수되는 오는 7월이면 지금까지의 모든 물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과연 그럴까.
남광 광역상수도 수혜구역은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대규모 공동주택은 도심지역에 건설되지 않는다. 땅값이 비싸 수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광역상수도 관로가 뻗쳐있지 않은 도심지역 외곽의 경관좋은 산허리를 잘라 아파트를 짓는것이 「정석」처럼 돼 있다.
최근의 건설경기 흐름으로 미뤄 앞으로도 수천·수만가구의 아파트가 거제도내 곳곳에 들어설 것이다. 이때마다 물공급을 지하수에 의존해야 하는 건설업체로서는 「늘 그런식」의 같은 난리를 쳐야 한다. 마을대표 일부는 또 「매향노(賣鄕奴)」로 매도될 것이다.

물문제 전문가들은 거제도같은 「섬」지역은 광역상수도 개념은 지역특성과 근본적으로 맞지않는 공급체계라고 지적한다. 거제와 같은 도농복합 도시에서는 특히 어울리지 않는 물 공급체계라는 설명이다.
다시말해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한 광역상수 공급체계를 벗어나 수원확보가 가능한 골짜기 물을 적정규모로 막아 주변일대에 한정해 공급하는 「소규모 댐」 공급체계를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거제도는 전국 제일가는 다우(多雨)지역이다. 비만오면 전국최고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아까운 자원인 빗물을 그대로 바다에 흘려 보내면서 지하수에만 의존하고 있다.
지하수는 미래세대를 위해 아껴둬야 하는 마지막 보루다. 지금처럼 시 상수도나 광역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서 건설업자 편의에 의해 대책없이 아파트를 짓고 난 뒤, 입주일이 임박해지면 주민들을 설득하고 협박(?)해 마구잡이로 뽑아올릴 물이 아니다.
해결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산이 좋고 골이 깊은 거제지역 특성상 개발가능한 골짜기를 조금씩 막아 한정된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소규모 댐 시설 체계를 확대하는 길이다.
지금 쓰고 있는 지하수는 가뭄에 대비한 비상식수원으로만 묶어 둬야 한다.
개발가능한 골짜기에 소규모 저수지를 만들고, 저수지와 연결된 상수공급 체계를 갖춰 나가는 수도행정의 일대 혁신이 필요한 때다.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외곽지역 주민들도 이 물을 이용할 때, 지금처럼 아무런 의식없이 펑펑 뽑아올리는 지하수는 후손들을 위해 남겨둘 수 있지 않을까.
아파트건설도 간이상수 공급능력 범위내에서 허가해 주는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더이상의 난개발도, 물분쟁도, 주민간 갈등도 사라질 것이다.
상수원 확보가 가능한 골짜기마다 절(卍)이 들어서고 러브호텔이 들어서고, 음식점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현실에서 그나마 수원확보가 가능한 골짜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더 늦기전에, 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기 전에 타성에 젖은 수도행정을 확 바꾸자.

/편집국장

※이 칼럼은 본지 2002년 4월20일자 120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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