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사이코패스에 의한 무동기범죄와 대응책 모색
서 영 천

마포 발바리가 엊그제 붙잡혔다. 지난 1년여 동안 서울 마포, 서대문 일대를 발바리처럼 쏘다니며 닥치는 대로 성폭행을 일삼았던 범인은 놀랍게도 대학 휴학생이었다. 앞서 며칠전에는 서울 서남부지역 일대의 밤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연쇄살인 용의자도 경찰에 검거되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30대라는 나이와, 단순히 『세상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허약한 여성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초등생에서 할머니까지 무차별 성폭행을 일삼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을 가졌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막연한 피해의식과 적개심을 품고 쫓기는 동안에도 유유히 살인과 성폭행을 즐긴(?) 것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사악할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들은 한밤중에 평온하게 잠들어 있던 자매들이나, 힘든 직장일이나 학원을 마치고 사랑하는 가족품으로 돌아가던 20대 공원과 여고생, 심지어 몸이 불편한 장애여성까지 무차별적 이었다.

더구나 완전범죄를 노리고 급습(急襲)에 놀라 주저앉아서 벌벌 떨고 있는 연약한 피해자를 둔기로 내리쳐 확인살해까지 했다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범죄 동기 또한 기가 막힌다. 『직장도 못 구하고 결혼도 못해 화가 나 부자만 보면 죽이고 싶었다』거나 『동거녀와 헤어져 여자를 보면 성욕을 채울 대상으로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지하셋방이나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층이었다.

필자는 그동안 지역언론을 통하여 「반사회적 성격장애」, 즉 사이코패스(psychopath)에 의한 연쇄살인 등 「무동기 범죄」의 심각성을 몇차례 거론한 바 있다. 겉 모습은 멀쩡해도 끔찍한 범죄를 양심의 가책없이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사이코 범죄는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일찌기 유럽 선진국에서는 1920년대 독일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의 추적 과정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사이코 범죄에 대하여 꾸준히 연구하여 대책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1년 평범한 이웃으로 30년을 살면서 같은 동네사람 48명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게리 리지웨이」사건 이후 범죄분석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체계적인 연구와 대책을 수립해놓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2000년 여름 17세 소년이 총칼을 들고 버스를 납치, 무고한 승객을 살해한 사건과 2001년 30대 남자가 초등학교 난입, 초등학생 6명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으로 사이코패스 범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였고 현재 그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첫 연쇄살인은 일제시대인 1929년 초여름 9살,11살이던 남아를 성폭행 후 살해한 이관규 사건이다. 그후 해방과 한국전쟁 등 혼란기를 거치면서 기억속에 잊혀졌다가 70년대 전국을 돌며 17명을 살해한 김대두 사건이 발생하자 큰 충격에 빠졌다. 80년대는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잘 알려진 화성 부녀자연쇄살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연구 대상으로 본격 인식한 계기는 2004년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부터다. 희대의 흉악범 유영철이 판결전에 사이코패시(반사회적 성격장애질환) 진단을 받고서야 겨우 학계와 사법당국이 나서게 되었다. 몇번의 세미나를 열고 대응책을 모색했지만 아직 학문적 호기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연쇄적이고 엽기적인 강력범죄의 뒤에 가려져 있는 무동기성 단독범죄가 날로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지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2003년 봄과 여름에 걸쳐 발생한 신현지역 부녀자 연쇄성폭행 사건의 용의자(30대)는 작년 연말에 끈질기게 추적한 경찰에 체포되었다. 아직 사법적 진단은 받지 않았으나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들은 한결같이 범인을 「사이코」로 진단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같은 해 늦가을밤 장승포에서 중학 시절 담임 여교사를 성폭행 하기 위해 아파트 옥상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 검거된 20대(공원) 역시 같은 범주로 보고 있다. 범인은 여죄수사 과정에서 『괜히 여자가 밉다』는 이유로 대낮에 주택과 아파트에 침입, 가정주부 등 부녀자 10여명을 연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무기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에 있다.

이렇듯 사이코에 의한 무동기 범죄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빈부의 차이가 점점 심화돼 계층간의 위화감이 크질수록 사이코적 무동기 범죄는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이다. 단순히 양극화 현상이 불러오는 사회적 단면으로 치부하고 방치해서는 안된다. 수사기관이나 사법당국은 이런 범죄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소외계층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노력하는 일이다. 정부에서도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위한 치안인프라 구축에 주저하거나 인색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인명을 중시하고 도덕적 각성을 촉구하는 인간성 회복 운동이 절실하게 요구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다음에 계속)

/거제경찰서 부청문감사관

새거제신문  skj6336@kornet.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거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정기 후원은 새거제신문의 신속 정확한 뉴스 및 정보 제공에 큰 힘이 됩니다!

후원하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