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정치/자치
아니, 자기남편 옆에 어떤 여인이…
제209호

사람이란 누구나 처음보는 물건을 보면 신기하게 여긴다. 하지만 사용법을 제대로 몰라 방치하거나 전혀 다른쪽으로 착각하여 사용하려다 여러 사람들의 화제거리에 오르는 수가 허다하다. 필자의 대학원시절 지도교수께서 회식자리에서 한담(閑談)을 나눌 때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1960년대 선생님께서 지방대학교수로 재직중일 때 동료교수와 세미나 참석차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 투숙하신 일이 있었는데, 동료 가운데 원로교수께서 샤워를 하시겠다며 욕실로 들어가시더니 갑자기 비명을 지르시기에 모두 쫓아가 보았다. 이 교수는 샤워꼭지를 들고 황급하게 이렇게 부르짖더란다. "야! 뜨거워. 찬물보내, 야 사람 데겠다. 빨리 찬물 보내"하시면서 어쩔줄을 모르시는 것이었다. 이 원로교수께서 목욕하시려고 욕조에 있는 수도벨브를 여니 너무 뜨거운 물이 쏟아져서 당황하다 머리위를 보니 마이크 같은 것이 달려있기에 이 물건이 기관실로 연결되는 전화선이나 마이크로 착각하여 샤워꼭지를 들고 외쳐대셨던 것이다. 고급호텔에 생전 처음 투숙하신 원로교수의 실수담은 그후 많은 후배교수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膾炙)되었던 것이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예날 어느 깊은 산골에 정다운 부부가 살고 있었다. 아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한양에 가면 마치 둥글기가 보름달 같은 "청동경(靑銅鏡)"이 있는데 여기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고 몸단장을 하는 물건이라고 하여 항상 갖고싶어 하였다. 마침 남편이 한양에 볼 일이 있어 상경하게 되었다. 아내는 기회라고 여겨 남편에게 부탁하려 하였으나 그만 "청동경"이라는 이름을 깜빡 잊고 말았다. 때는 마침 보름날이어서 맑은 하늘에 휘어청 둥근 보름달이 둥실 떠 있었다. 그러자 아내는 "여보 한양에 가면 마치 저 보름달과 똑같은 물건이 있다던데 꼭 사가지고 와서 보여주세요"라고 하였다. 남편이 흔쾌히 허락하며 꼭 사가지고 와서 당신에게 보여주겠다는 굳은 약속을 남기고 한양 땅을 향하여 총총히 밤길을 떠났다. 상경하여 볼 일을 다 본 남편은 아내의 간곡한 부탁이 생겨났다. 한양에서 가장 번화한 저자거리에 가서 상인에게 아내가 한 말을 전하니 상인은 웃으며 청동경을 꺼내 주었다.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의 부탁인지라 금액의 고하를 불문하고 사서 보따리속에 깊이 숨겨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돌아온 남편ㅇㄹ 아주 반가이 맞으며 부탁한 물건을 사왔느냐고 다그쳤다. 남편은 득의양양해 하며 즉석에서 보따리를 풀어 깊이 숨겨왔던 청동경을 내놓았다. 그런데 아내는 청동경을 들여다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지르는게 아닌가. 아니 이게 왠일인가. 자기남편 옆에는 어떤 여인이 앉아있었다. 이 아내는 평생에 거울을 처음 보았으니 거울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알아볼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는 남편이 한양에 가서 자기의 부탁은 듣지않고 한양에다 어떤 예쁜 여인을 첩으로 데리고 왔다고 질투하면서 남편에게 앙탈을 부리는 것이었다. 아내의 부탁을 다 들어준 남편은 너무나 뜻밖의 상황에 놀라 청동경을 빼앗아 들여다보니 이게 또 왠일인가! 아내의 옆에는 어떤 낯선 사내놈이 떡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 이 남편 역시 평생에 거울이라고는 처음 보았으니 아내 옆의 사내가 자신인지도 모르고 자기가 한양에 간 사이에 아내가 간부(姦夫)를 들여놓았다고 여기고 아내를 두들겨 패며 대판 싸우고 나서 서로가 억울하여 관가에 가서 따져보기로 하였다. 젊은 내외는 이 괴물인 청동경을 싸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원한을 풀어달라고 다투어 호소하였다. 사또는 우선 증거품인 청동경을 살펴본 후 판결을 내리겠다고 하여 이렇게 명령하였다. "다만 그 청동경이라는 물건을 이리 올려 보내라" 청동경을 들여다 본 사또 역시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렇게 부르짖었다. "배동(陪童)아 교대관(交代官)이 이미 도착하였으니 급히 관인(官印)을 봉하고 창고에 자물쇠를 채워라" 이 사또 역시 거울을 처음 보았으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고 신관(新官) 사또가 부임한 것으로 착각하고 당황했던 것이다. 박희박사의 야담야사 스물번째 이야기

토요저널  hhr@toyonet.co.kr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요저널의 다른기사 보기

정기 후원은 새거제신문의 신속 정확한 뉴스 및 정보 제공에 큰 힘이 됩니다!

후원하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