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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선무당이 사람 잡는구나"
제204호

전회(前回)에서 허준에 얽힌 일화(逸話)를 소개하였다. 필자가 어렸을 때 선친(先親)께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필자의 선친은 향리(鄕里)에서 한학(漢學)을 깊이하신 시골 선비이셨다. 이 학문에 접하다 보면 의학(醫學) 천문(天文) 지리(地里) 풍수(風水) 등 제방면에 어느정도의 식견을 갖게되어 동네사람들에게 여러가지 가르침을 주게 마련이다. 위장(胃腸) 기능이 부실하여 항상 체하기를 자주하셨던 나의 선비께선 한약을 종종 드셨는데 내 나이 열살쯤으로 기억된다. 읍내장에서 위장약을 두어첩 지어오신 아버님께서 어린 나에게 "너 어머니 약 달일 물을 뜨러 가자"고 하시며 주전자를 들고 앞에 서셨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집앞의 우물을 그냥 지나치시고는 개울가로 가셔서 물이 맑게 흐르는 곳으로 가셨다. 그리고는 물이 흘러 내려가는 쪽으로 물을 한 주전자 뜨시고는 집으로 돌아가시는 것이었다. 어린 나에게는 의문투성이였다. 돌아오는 길에 여쭈었다. "아버님 집앞 우물을 두고 개울까지는 왜 가셨으며 물을 뜨실때도 내려오는 쪽으로 치뜨시면 훨씬 나을텐데 흘러가는 쪽으로 비껴 뜨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린 나의 말을 들으신 아버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병을 고치는데는 세 사람의 정성이 합쳐야만 치료가 빠르단다. 즉 의원이 이 약으로 환자의 병을 꼭 고치겠다는 의사의 양심, 이 약을 정성껏 달여 환자를 낫게 하겠다는 간호하는 사람의 정성, 이 약을 먹고 꼭 낫겠다는 환자의 의지 이 세가지가 합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너 가만히 생각해 보아라. 너의 어머니 체기(滯氣)를 내리는데 우물물은 고여있는 물이어서 뱃속에 체한 음식이 그대로 고여있을 것이요, 흘러오는 물을 치뜨면 뱃속에 체한 음식 오히려 위로 치밀것이니 흘러가는 물을 내리 떠야만이 뱃속에 체한 음식이 물에 씻기며 내려갈 것이 아니겠느냐" 아버님 말씀에 어린 나는 대단히 경이로움을 느꼈고 매사에 일처리도 이같이 해야겠다고 느꼈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비슷한 내용이다. 옛날 어느 시골 동네에 용한 의원이 있었는데 해가 져가는 여름날 오후에 이 의원은 한참 벼가 잘 자란 논둑에 앉아 개울물에 낚싯대를 담그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젊은 청년이 헐떡이며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며 말씀을 올렸다. "의원님 저의 처가 해산(解産)을 하려고 심한 통증을 겪고 있는데 왕진 좀 해주시지요" 이 말을 들은 의원은 일언반구 대꾸도 않고 조그만 접시에 벼이삭에 내려앉은 이슬을 흔들 떨어서는 "이것을 산모에게 먹이라"고 하고는 예의 낚싯대를 계속 늘어뜨리고 있었다. 이 이슬을 받아마신 산모는 아무 고통도 없이 산모는 아무 고통도 없이 순산(順産)을 하였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김씨성을 가진 어떤 청년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는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한 수 배웠다는 눈치였다. 이 일이 있고난 얼마 후였다. 어느 여름날 아침에 일어나니 김씨 청년의 아내가 막 아이를 낳으려고 산통(産痛)을 겪는데 다급하기가 시간을 다투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자 이미 한 수 배운 김씨청년은 접시를 들고 마당가 논에 가서 이슬을 따가지고 들어와 부인에게 먹였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부인은 이슬을 먹자마자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자기가 목격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순산(順産)을 기대했는데 이 무슨 변고인가? 이 청년은 황급히 그 의원을 찾아 그 원인을 여쭈었다. "의원님 전에 의원님께서 산통을 겪는 부인에게 이슬을 먹여 순산시키는 것을 보고 잘 기억해 두었다가 오늘 저의 아내가 산통이 있기에 똑같이 이슬을 먹였는데 제 아내는 죽고 말았습니다. 이 무슨 괴변입니까?" 그러자 그 의원이 조용히 물었다. "그 일이 언제 있었는고?" "예.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난 일입니다" 그러자 의원은 대경실색(大驚失色)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놈아 선무당 사람 잡는다더니 너를 두고 한 말이구나. 이슬도 언제나 같은 이슬은 아니야. 저녁이슬은 공중에서 물기운이 밑으로 내려오니 뱃속에 아이가 밖으로 나오겠지만 아침이슬은 햇빛을 받아 물기가 위로 올라가는 것이니 뱃속의 아이가 제어미의 배를 치받아 올라갈 것이니 산모가 죽는게 당연하지 않겠나. 그러니 그 깊은 뜻도 모르고 무조건 약만 쓰면 위험천만이지. 그러니 선량한 의술은 사람을 살리게 하나 엉터리 의술은 말짱한 사람을 잡는 것이니 앞으로 크게 명심하도록 하여라" 박희 문학박사가 쓰는 야담야사 15번째 이야기입니다.

토요저널  hhr@toy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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