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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라 오던 스님은 여기있는데 나는 어디갔나?
제198호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건망증(健忘症)에 많이 시달리고 있다. 하기야 인간은 망각(忘覺)의 동물이라고 하여 잊는 것이 당연한 일일것이요 또 그 많은 기억들을 하나도 빼지않고 모두 기억한다면 두뇌의 기억세포도 용량의 한계를 느낄 것이다. 또 지난날 기억조차 하기싫은 치욕적인 일들은 하루속히 잊어야지 그것을 계속 기억하고 있다면 그 고통 때문에 인간은 아마 자살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꼭 기억해야 할 일, 잊어서는 안될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른바 건망증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생활주변에서 흔히 겪는 건망증의 예를 들어보자. 주부가 무선전화기를 통화가 끝난후 냉장고안에 넣는다든지, 또 생명처럼 아끼는 몸집작은 개를 냉장고에 넣고 외출해서 돌아와 개를 한참 찾다가 냉장고를 열어보니 이미 개는 죽어 냉동상태였다는 것이다. 전화 수화기를 들고 전화걸 곳을 잊은 경우, 전화를 걸어서 상대방이 받은 후에 어디에 걸었는지 기억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손에 안경을 들고 안경을 찾는다거나, 서재에서 안방으로 무엇을 가지러 왔다가 왜 안방에 왔는지를 몰라 쩔쩔매는가 하면 주부가 가스렌지에 빨래를 얹어놓고 외출했다가 밖에서 기억하고 당황하여 집에 와보니 빨래는 모두 눌어서 온 집안이 냄새로 가득하며 화재나기 직전의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일전에 들은 건망증 얘기이다. 건망증이 심한 어떤 주부가 택시를 타면서 "기사님 청량리 좀 가 주세요"하고는 한참을 가다가 기사에게 물었다. "기사님 제가 어디 가자고 했지요?" 그러자 기사의 말이 걸작이었다. "언제 타셨지요?" 이쯤되면 두 사람의 건망증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인데 듣는 사람들은 이 말이 사실인지 의심을 품을 정도이다. 옛날 어느 시골길을 건망증이 아주 심한 노인과 짓궂은 중놈이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이 노인은 건망증이 얼마나 심하였던지 팔을 휘휘젓고 걷는데 손에 쥔 담뱃대가 뒤로가면 "아이쿠 내 담뱃대"하다가 팔이 앞으로 오면 "여기 있네" 하기를 계속 하면서 걸었다. 실로 건망증의 극치인 것이니 뒤따르는 중놈이 볼때는 여간 재미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한참을 걷던 이 노인은 오후의 햇볕이 따뜻하자 길가 무덤옆 잔디밭에 앉아 졸더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 코까지 골아가며 자고 있었다. 뒤따라 오던 짓궂은 중놈은 그만 장난기가 발동하고 말았다. 이 노인이 깊이 잠든 틈을 타서 노인의 머리를 박박 깎아놓고 자신의 옷과 노인의 옷을 바꿔입고 노인옆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이나 잠을 잤을까. 이 노인은 몸을 뒤척이고 길게 기지개를 켜고 깊은 누렁 하품을 토해내더니 자기의 얼굴을 쓱쓱 문지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자신의 두 손바닥이 이마를 지나 정수리를 거쳐 뒷통수까지 막힘없이 통과하는게 아닌가. 놀란 노인은 후다닥 몸을 일으켜 자신의 몸을 살펴보니 승복이 입혀져 있지 않는가! 그러자 그 노인의 말이 걸작이었다. "어! 어! 뒤따라오던 중놈은 여기있는데 나는 어디갔나" 하고는 온 사방을 두리번 거리면서 자신을 찾아 헤매더라는 말이다. 박명숙 기자

토요저널  hhr@toy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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