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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하고 개하고
제230호

옛날부터 사람들은 충직한 개를 자랑했고 개는 주인을 따랐다. 개는 빈집을 지키고 주인을 위해 사냥을 거들었다. 또 어떤 개는 술취한 주인이 불에 타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자기 몸과 꼬랑지에 물을 적셔다가 주인의 목숨을 구했다. 마음씨 나쁜 개장사에게 끌려간 백구가 탈출해서 몇 달 동안이나 먼길을 헤매다가 주인을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나는 예쁜 강아지를 가지고 있는 내 친구들이 부럽다. 친구들이 자기 강아지를 놀이터에 데리고 나와서 “앉아!”하고 명령하면 그 자리에 딱 주저앉는다.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앉아!”하고 몇 번씩 소리쳐도 강아지는 말똥말똥 쳐다만 보고 말을 듣지 않는다. 나도 내 강아지가 있다면 더 잘 훈련시킬 수 있을텐데…. 그러나 엄마는 내게 강아지를 사주시지 않는다. 엄마는 강아지를 무서워 하신다. 강아지뿐만이 아니라 지우개 만한 거북이도 만지지 못하신다. 엄마는 만약에 아빠가 강아지를 사오기만 하면 엄마가 집을 나가겠다고 하신다. 나는 할 수 없이 친구네 집에 가서 강아지를 구경하고 안아주기도 한다. 강아지는 정말 귀엽다. 얼마 전에 길에서 예쁜 강아지 두 마리를 보았다. 어떤 아줌마가 검은색 푸들과 시츄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데 머리에 분홍색 리본을 맨 강아지들은 유모차 모서리에 턱을 괴고 편안하게 엎드려 있었다. 옆에 지나가던 아저씨들이 ‘개새끼 팔자가 상 팔자다’라고 조그만 목소리로 흉을 보셨다. 그러고 보니까 개 주인 아줌마는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면서 유모차를 끌고 있는데 개들은 마치 가마를 타고 가는 중전마마의 모습이었다. 이솝이 이 장면을 보았다면 틀림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냈을 것이다. 사람들이 왜 개의 시중을 들면서 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날마다 목욕시켜 드리고 맛있는 음식을 바치고 옷 사주고 미장원에 모시고 가서 치장해주고 발톱까지 깍아드리고 그리고 개를 위해서 더 시중들을 일이 없나 생각한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크고 멋있는 병원은 소아과 병원이나 내과, 치과 병원이 아니라 개 병원이다. 그 병원 윗층은 개 호텔이다. 요즘은 개가 최고다. TV에서도 누가 더 개를 잘 모시나 시합을 한다. 나는 사람이 개를 잡아먹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그러나 개에게 너무 지나치게 잘 해주는 것도 꼴불견이라고 생각한다. 개는 집을 지키고 주인을 위해서 자기 임무를 해야 한다.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훌륭한 개중에 예쁜 개는 없었다. 그래도 그 때는 개가 사람의 믿음직한 친구였다. 홈페이지http://wonjae.pe.ly <방이초등 4년>

토요저널  hhr@toy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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