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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아!
제223호

봄이 깨어나지 않는다. 아침마다 엄마가 나를 흔들어 깨우실 때면 나는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어서 몸을 움츠리고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데, 봄도 지금 그러고 있는 것 같다. 오늘도 바람이 쌀쌀하다. 봄이 빨리 기지개를 펴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할아버지께서도 나처럼 봄을 기다리시나보다. 할아버지가 빈 우유 팩과 흙을 한 봉지 갖다 놓으시고 무언가 열심히 하고 계셨다.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그 옆에는 꽃씨도 함께 있었다. 할아버지는 우유 팩에 흙을 담고 그 위에 씨앗을 심고 계셨다. 재미있어 보였다. 할아버지께 나도 해보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금잔화 씨앗을 몇 알 나누어 주셨다. 나는 그 씨앗을 손에 꼭 쥐고 얼른 마당으로 내려왔다. 마당 구석에 있는 화단에 금잔화 씨앗을 심으려고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엄마가 뭐 하려고 그러냐고 물으셨다. 할아버지한테 받은 꽃씨를 심을 거라고 했더니, 아직 심으면 안 된다고 하셨다. 날씨가 추워서 싹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땅을 조금 파보았더니 정말 땅이 얼어서 딱딱했다. 그리고 그늘진 곳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조금 남아있었다. 나는 내 서랍 속에서 작은 장난감 통을 찾아냈다. 화분 모양으로 생긴 그 장난감 통에 흙을 담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흙을 꼭꼭 누른 다음에 흙을 조금 파고 그 안에 할아버지가 주신 금잔화 씨를 넣었다. 다시 그 위에 흙을 덮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 주었다. 새싹이 나오고 따뜻한 봄이 되면 나는 금잔화를 마당 단풍나무 옆에 옮겨 심을 계획이다. 그런데 내가 기다리는 새싹이 나오지 않는다. 언제나 맨 땅이다. 나는 화분을 들여다 볼 때마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흙을 조금 파보고 싶지만 잘못하다 씨앗이 죽어버릴까봐 꾹 참고 기다린다. 나는 금잔화가 어떻게 생긴 꽃인지 모른다. 빨간 꽃일까? 노란 꽃일까? 꽃잎이 여러개 일까? 민들레처럼 귀여운 꽃일까? 궁금하다. 궁금하다. 나는 꽃이 빨리 보고 싶어서 자꾸 물을 준다. 엄마는 물을 너무 많이 주면 금잔화 씨앗이 흙 속에서 썩어버린다고 그러셨다. 꽃씨를 심고 새 싹이 돋고 그 싹이 자라서 꽃이 피려면 여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또 내가 물을 안 주거나 너무 많이 주면 꽃씨가 죽을지도 모른다. 꽃 한 송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정성과 사랑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나는 요즈음 꽃가게 앞을 지날 때면 다른 꽃들이 부럽다. 내 금잔화도 빨리 자라서 예쁜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새싹아 ! 봄이 왔단다. 그리고 내가 너를 매일 매일 기다리고 있단다. 홈페이지http://wonjae.pe.ly <방이초등 4년>

토요저널  hhr@toy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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