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2호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요즘 언니 오빠들의 머리는 과일처럼 예쁘다. 나이 많은 어른들은 언니 오빠들이 머리에 여러가지 색깔로 물들이는 것을 좋지않게 생각하신다. 나는 언니 오빠들의 빨간 머리 노란 머리가 별로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만화에 나오는 세일러문은 머리가 노란색이고 마법기사 레이어스의 페리오는 연두색이다. 그리고 꼬마마법사 레미는 머리가 예쁜 분홍색이다. 나는 이런 만화를 매일 보니까 언니 오빠들의 물들인 머리를 보아도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런 만화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어른들이 빨간머리 노란머리를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번에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언니 오빠들은 자신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 또는 특별하게 보이기 위해서 머리에 염색을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멋 부리려고 그러는 것이다. 그러나 언니 오빠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만화 주인공을 흉내내고 있다. 멋없는 개성이다. 옛날에 가장 아름다운 새를 뽑는 대회가 열렸다. 모든 새들은 저마다 자기의 깃털을 손질하고 치장하느라고 바빴다. 까마귀도 대회에 나가고 싶었지만 자기의 깃털이 검은 색이라 걱정했다. 그래서 다른 새들이 떨어뜨린 깃털을 여러개 주워서 자기 몸에 꽂았다. 까마귀는 다른 새들의 깃털을 달고 의기양양 뽐냈다. 그렇게 해서 까마귀는 가장 아름다운 새로 뽑히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새들이 까마귀 몸에 붙인 깃털이 자기것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저마다 자기 깃털을 다시 찾아가는 바람에 까마귀는 결국 망신만 당하고 말았다. 까마귀의 개성은 검은색이다. 까마귀는 검을수록 진짜 까마귀다. 공작은 뽐내야 공작답다. 남의 겉모습을 흉내내면 남도 되지 못하고 자기도 되지 못한다. 요즘 언니 오빠들은 만화가의 최면에 걸려있는 것 같다. 만약에 만화가가 빨간색 얼굴을 가진 멋진 주인공을 만들어내면 최면에 걸린 언니 오빠들은 자기 얼굴을 원숭이 엉덩이처럼 빨갛게 물들이고 다닐지도 모른다. 우리 엄마가 내게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좋은 것 좀 따라해 봐!” 방이초등 3년

토요저널  hhr@toyonet.co.kr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