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6호

　 저요, 바빠요! 반찬만들기, 이·미용 등 봉사일정 빡빡 "나를 필요로 하는 곳 어디든 가지요" 22일 오전10시 강동종합사회복지관에 들어서자 식욕을 당기는 맛있는 냄새가 발길을 끈다. 지하 1층 주방에서 이정자(58·천호2동)씨가 관내 무의탁노인 59명에게 전달할 조림멸치와 먹음직스러운 도토리묵을 정성스레 반찬통에 담고 있었다. 이씨가 복지관에서 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집이 복지관에서 가까웠던 이유로 복지관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알뜰장터 경로잔치 등 마다않고 달려와 귀한 손길을 펼쳐오고 있다. 언제나 든든하고 푸근한 큰언니처럼. 이씨가 복지관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2년. 2남2녀를 키우며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온 이씨는 이제 장성한 아들 딸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쓰지않았던 이·미용가위를 꺼내어 보았다. ＇이제는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봉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복지관 문을 두드렸던 것. 이후 복지관을 찾는 어르신들의 머리손질은 물론 소문을 듣고 찾아온 어려운 이웃들로 이제는 당골고객(?)도 제법 된다고 웃는다. 주부봉사단체로 지역내 그늘지고 소외된 이들에게 무료로 이·미용봉사를 실시해 오고있는 단비봉사단의 창립멤버이며 초대회장을 맡기도 한 이씨는 자신만의 시간보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의 스케줄은 봉사일정으로 빡빡하게 짜여져 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은 복지관에서 밑반찬을 만들고 화요일엔 명일성당에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고 수요일에는 강동성심병원 입원환자들의 머리를 산뜻하게 손질해줘 반가운 손님으로 통한다. 금요일에는 성내종합사회복지관으로 이·미용봉사를 나간다. "매월 세쨋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강동구자원봉사의 날에 어르신들이 가장 많아요. 장시간 서서 일하기 때문에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결리지만 회원들 모두 언제그랬냐는 듯 다음날 강동성심병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간답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제는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소일할 때도 되지않았냐는 주변얘기가 간혹 발을 붙들때도 있지만 어느새 부랴부랴 이·미용도구을 챙겨 집을 나서는 자신을 보며 봉사가 천직인 것 같다며 인자하게 웃는 이정자씨. 이씨는 무엇보다 봉사활동으로 자주 집을 비우는 며느리를 지켜해 주며 지켜봐 주시는 시어머님이 늘 고맙기만 하다고.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봉사가 먼저예요. 그래야 마음도 편하고 일도 더 잘되는 것 같아요. 내 힘이 닿는 한 봉사는 계속 할겁니다." / 유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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