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호

"가식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친절이면 누구나 고마움 느끼지요..." 김순이(54·성내3동)씨는 오늘도 우체국에 들러 캐나다에 있는 남편에게 편지를 부쳤다. 그리고 여전히 웃는 낯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조은숙씨를 보고 1년전의 일이 떠올라 미소를 짓는다. 장성한 아들을 군에 보내고 늘 걱정이 떠나지 않았던 김씨는 그 때문에 우체국을 많이 이용하게 되었단다. 편지뿐 아니라 시집도 부쳐주곤 했던 어느날 ＇발렌타인데이＇에 쵸코렛을 보내달라는 아들의 부탁을 받았고 여자친구가 없어 그러는구나 싶어 측은한 마음에 내무반원들이 먹을 수 있는 양만큼의 갖가지 쵸코렛을 라면박스에 담아 우체국에 도착했다. 그런데 부치려고 보니 주소를 안가지고 온게 아닌가. 우체국과 집과의 거리가 가깝지 않았던 터라 어쩌나 싶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이를 지켜보던 조씨가 "그거 여기에 두고 집에 가셔서 전화주세요. 제가 잘 적어서 부쳐드릴께요" 너무 고마웠다. 이전에도 캐나다에 있는 남편에게 부치는 편지에 주소를 대신 써준적이 있던터라 고맙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살림만 하던 가정주부가 우체국을 이용하다보니 편지 규격이라든지 영문 철자 등 모르는 것이 너무 많더라구요. 많이 귀찮았을텐데 한번도 내색 안하고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텐데요" 화장기 없는 앳띤얼굴에 조은숙(28·고덕동)씨, 그러나 그가 6살 바기 아들을 두었다는 말에 모두들 놀란다. 95년부터 성내동우체국에서 근무를 해온 그는 늘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는다. "가식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친절이 상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한다" 는 그는 "혹여 화가 나더라도 꾹 참아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며 소리내어 웃었다. 그는 특히 우체국을 찾는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좋다. 늘 생글거리며 자기일처럼 처리해주는 그를 두고 "우리 며느리 삼았으면 좋겠는데..."라며 덕담을 건넨다. 그때마다 동료직원들은 파마 좀 하라는 등 의 돌(?)을 던진다고. 중학교 2학년때 부모님을 여의고 오빠들의 뒷바라지를 하며 어렵게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는 "부모님 생각이 나서 그런 것 같다"며 어느새 눈시울을 붉혔다. 작년 7월 이곳으로 부임해온 오순길 국장은 "고객이 뭘 원하는지 먼저 알고 대화에 나서기 때문에 무슨 일을 맡겨도 마음이 편하다" 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국장님이 그 역시 아버지같이 푸근하게 느껴진단다. 직장 때문에 아이와 떨어져 있는 것이 늘 마음이 아팠다는 그는 "내년에는 어머니를 서울로 모시고 올라올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 박명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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