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호

"엄마랑 자전거 탈 때 젤 좋아요" 규칙 잘 지키고 양보할 줄 아는 감성 풍부한 아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중요한 것들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얼마전 세간의 화제가 됐던 베스트셀러가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런 내용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결국 유치원에서 배운것 조차 실천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 부끄러운 자신들의 모습을 들켜버린 것 같은 ＇찔림＇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유치원에서는 종달새처럼 재재거리며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유독 예의가 바르고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넉넉한 심성으로 친구들이나 선생님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윤현기군(6세 구민회관 어린이집 코끼리반). 이제 여섯살, 그런데도 잘 자란 미류나무처럼 듬직하고 풋풋함이 느껴지는 현기를 보고 있으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고만고만한 또래들 중에서 규칙이나 질서를 잘 지키고 친구를 도와주려고 애쓰는 마음이 유독 돋보이는 아이"라고 현기를 말하는 백선인 담임 교사(25)는 "감정이 풍부해 슬픈 영화나 얘기를 듣고 제일 먼저 눈물을 흘리는 아이도 현기"라고 전해준다. 친구생일을 기억하고 있다가 자신이 가장 아끼던 장난감을 갖고와 선물하는 아이, 편지를 쓰고 꽃도 오려붙여 친구에게 전해주는 아이가 현기다. 장래희망이 ＇경찰＇이 되겠다면서도 노래부르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현기가 제일 행복한 시간은 엄마랑 자전거를 타는 일이다. 그런데 엄마는 너무 바빠 자주 자전거를 태워줄 수가 없단다. 길가에서 호도과자를 구워파는 엄마는 아침 9시에 현기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 밤 9시가 돼야 돌아오기 때문. 아빠 역시 호도과자 행상을 하기에 현기는 어린이집에서 돌아가 엄마 아빠가 돌아오는 시간까지는 혼자 지낸다. 저녁식사는 인근에 있는 ＇할머니 분식＇에 가서 먹으면 나중에 엄마가 돈을 낸단다. ＇할머니 분식＇ 떡볶이는 진짜 맛있다고 자랑하는 천진스런 현기의 얼굴 어디에도 그늘이 없다. 제일 친한 친구는 조요성(코끼리반 친구)이고 자기보다 더 착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는 박계령(코끼리반 친구)이란다. 더 착한 이유가 ＇이쁘기 때문＇이라는 현기, 그에게서는 여섯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계산하지 않고, 서로 헐뜯지 않고, 서로 아껴주며 있는 그대로를 포용하는 아이 현기, 어른들은 과연 이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가. 정말 중요한 것들은 유치원에서 이미 다 배웠다. <이명지 기자> / 박명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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