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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기 시인의 우리고장 문화유적 답사기 17
제224호

볕우물은 볕이 잘든물, ‘새장터’는 장터가 아닌, 마을 이름일뿐 6·25후 피난민 모여산 복지마을, 청와대 기와도 이곳서 제작해 볕우물은 지금의 강일중학교 남쪽 부근인데 볕이 잘 들고 물이 아주 좋은 우물이 있어서 붙은 마을 이름이다. 이 마을 서쪽편에 광주군에서 제일의 갑부인 김종택씨가 아흔아홉칸 집을 짓고 살았다. 당대에 천석궁지기가 된 그는 경기도 평의원까지 지냈는데 6.25때 납북되어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면 110세 정도가 되며 자손들은 우리고장을 떠나 강북쪽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김종택씨가 납북된 후 가세가 기울고 남아 있어야 할 아흔아홉칸집은 기둥 하나 없이 사라져 버렸다. 볕우물에서 새장터로 넘어가는 언덕은 숲이 무성한 야산이었다. 그 산 속에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권경영(權慶寧)씨의 향나무 울타리를 한 집이 홀로 있었다. 밤이면 눈에 불을 켠 호랑이 한 마리가 와서 사립문앞에 앉아 집을 지켜주다가 주인이 밤 늦게 돌아오면 그때서야 어슬렁 어슬렁 비켜주었다. 깊은 산속에 있는 암자에서나 들어 볼 수 있는 옛날 이야기다. 새장터는 장터가 아니다. 장을 이뤄보지 못한 마을 이름 뿐이다. 이 마을 토박이인 원진택(元鎭澤 70세)씨의 말에 의하면,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인하여 강변에 살던 사람들이 몸만 피해 지금의 암사1동 사무소 근처로 와서 살기 시작하였다. 생계 수단으로 장을 세워 농산물과 생필품을 팔려고 시도 하였는데, 송파 오일장 사람들이 몰려와서 방해를 하였다. 같은 고장에 장을 두개 세울 수 없다는 이유였다. 교통의 요지였던 송파 오일장은 곡물, 포목, 우마의 거래가 가장 활발해서 조선 팔도에서 제일 큰 장이었다. 그곳 송파진은 두 강줄기에 싸인 하중주(河中洲)여서 홍수 때면 반이나 물에 잠기는 새하얀 모래섬이었다. 북쪽의 유로가 짧은 신천강을 살리고 본래 주류로 흐르던 송파강을 메꾸어 개발한 것이 현재의 송파이며, 송파강 흐름의 일부만을 본래 위치에 남겨 놓은 것이 지금의 석촌호수이다. 따라서 옛날 송파나루는 동호 남단에 있어 영남으로 통하는 길목이요 한강을 오르내리는 뱃길의 요지로써 많은 사람들이 들끌었다. 한창 시절 나루터에 연이어 300여호가 살았으니 30호 남짓한 새장터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새장터는 6.25 후 월남한 피난민이 몰려와서 복지마을을 이루었다. 이들은 땅을 파서 토기를 만들고 기와공장과 벽돌공장에서 일을 하였다. 새장터에서는 청기와도 만들었다. 청와대의 기와를 만들어 입힌 김용칠(金龍七)씨는 유명한 청기와 장인 이었다. 새장터 사람들 역시 한강변의 제의식(祭儀式)을 유예풍(儒禮風)과 무속풍(巫俗風)을 겸하여 지냈다. 덕망있고 학식이 많은 전사자(典祀者)와 집사자(執事者) 그리고 무당(巫堂)이 밭두렁에 있는 향나무 앞에 제단을 만들고 유의식과 굿으로 치성을 드렸다. 특히 무당은 지노귀굿 즉 넋건지기굿을 하여 사령(死靈)의 명복을 빌고 가정의 안전을 빌었다. 치제가 끝나면 그자리에서 각 가정의 소지를 올리고 떡과 고기를 나누어 먹었다. 그런데 30여년전, 밭 주인이 제단과 치성목인 향나무를 자르고 그 곳에 커다란 집을 지었다. 우연인지는 모르나 집을 지은 사람과 아들 손자 3대가 병으로 죽고, 집도 완전히 망하고 말았다. 지금은 그 자리에 교회가 들어 서 있으니 모양은 달라도 새장터의 치성제는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폐도가 된 옛길을 걸어 보았다. 개물에서 새장터를 거쳐 광나루(현재 한강아파트 북쪽 100m지점)로 가는 길이다. 광나루에 앉아 많은 소인묵객(騷人墨客)들이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린 풍광을 바라보았다. 겸재 정선(謙齋 鄭敾)은 광진도(廣津圖)를, 만해 한용운(萬海 韓龍雲)은 「한강에서」란 시를 남겼다. 광나루에 앉아서 나도 졸시(拙詩) 한 수를 지어보았다. 광진(廣津) 경성묘각시강동(京城卯角是江東) 한수유유서역통(漢水悠悠西域通) 하사겸재호묵객(何事謙齋呼墨客) 시지만해적시옹(始知萬海適詩翁) 서울의 동쪽 이 강동구는 한강이 유유히 흘러서 서쪽으로 통한다. 무슨 일로 겸재를 묵객이라 부르는고 비로소 만해가 시옹인 것을 알겠다. 강동구지 편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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