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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보고 멀리보기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는 동계올림픽이 두 번이나 열린 곳으로 유명하다. 알프스의 자락을 덮은 만년설, 그 등성이를 타고 내리는 활강선. 천혜의 자연 환경을 십분 활용하여 그들은 올림픽을 유치했다. 그러나 인스부르크에 가 보면 그들이 자연 환경에만 안주하는 국민이 아님을 금시 알 수 있다. 그들이 얼마나 근면하게 노력하는지를 한눈에 읽을 수가 있다. 땅거미를 등에 지고 직장에서 돌아와 마당의 잔디를 깎는 모습은 근면 바로 그것이다.

인스부르크는 신의 힘과 사람의 힘이 함께 어우러진 계획된 도시이다. 도시 전체가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곳이다. 도심지의 건물 하나도 마구잡이로 채색하지 못한다. 건물 벽을 도색해도 도시 전체의 구도와 자연과 어우러지는 색을 선택한다. 그 선택도 건물주의 기호에 따라 임의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고, 전문가의 연구와 자문에 의해 세워진 프로그램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 관리의 기저에는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산업을 존중하는 정신이 들어 있다.

가난하기 그지없었던 오스트리아인들이 이웃 나라의 용병으로 팔려가 형제끼리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마구 없애질 않는다. 아픈 역사도 역사로 간직하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글을 몰라 간판에 그림을 그리던 지난날의 수치도 그들은 관광 자원화한다. 역사의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건물의 주인은 바뀔 수 있어도 그 건물에서의 업종은 바꿀 수 없도록 하여 그들의 역사를 보존하고 지속시킨다.

그들은 눈앞의 이득에 급급하지 않는다. 모든 일처리는 먼 미래를 헤아리고, 그것이 자국의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게 한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으면서도 먼 미래를 보고 알프스 산을 녹지로 바꾼 그들이다. 무제한 고속도로를 달려 알프스 산맥을 넘다보면 그림 같은 초원지대가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오스트리아이고, 스위스이다. 누구든 평화로운 초원을 지나면서 여기에서 목동이 되고 싶은 꿈을 꾸어봤을 것이다. 먼 미래를 내다보며 꿈을 꾸는 민족은 행복한 민족이다.

우리 민족에게는 왜 이런 혜안이 보이질 않았을까. 한민족 자체가 조급하고 다혈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미래를 내다보는 노력은 있어야 했다. 그런 노력마저도 눈에 뜨이지 않으니 서글픈 일이다. 요즈음 우리의 사회에 팽배해 있는 일회주의와 결과주의는 한번쯤 되돌아보고 수정이 가해져야 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든 사건들의 뒤에는 바로 이 조급성이 내재해 있다. 정치인들이 그랬고, 경제인들이 그랬고, 문화인들이 그랬고, 과학자들이 그랬고,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덩달아 휩쓸리어 조급함에서 헤어나질 못하였다. 어떠한 일이든 그것이 이루어진 과정에 대하여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인내가 부족했다. 잘된 일이든 못된 일이든 국민 된 자세로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미덕이 필요하다. 그것이 때로는 자국의 이득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었는데 너무 조급했다.

우리는 눈앞의 일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인지 모른다. 더러는 원시안으로 멀리 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말 그대로 「빨리, 빨리」의 노예가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멀리 보고 미래를 설계할 겨를이 없어졌다. 눈앞의 이득을 먼저 챙기다 보니 집단이기도 생겨났다. 구성원이 내 하나의 이기에 빠지면 그 집단의 미래는 없어지고 만다.

오스트리아인들이 가난에 허덕이면서도 초지를 일구어낸 것은 먼 미래를 바라본 까닭이다. 그들이 개인의 이득보다는 집단을 앞세웠기에 오늘의 오스트리아를 이룩하였다. 우리도 이 미래 지향적인 사고를 익혀야 한다. 우리의 조급성을 이젠 떼어내고 장래의 조국을 생각해야 하고, 우리가 사는 땅에 뿌리를 내릴 우리의 후손들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벅찰지라도 미래의 삶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다시 선거의 계절이 우리 곁에 찾아왔다. 자신이 이곳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일군이라며 출사표를 던지는 분들에게 한마디 주문하고 싶다. 지역 주민들의 표를 얻기보다는 득표에 도움이 아니 되더라도 이 지역의 먼 미래를 위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을 구상해 달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지역민에게 이해되지 않는 정책일지라도, 진정 거제의 앞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안을 주민들에게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거제의 미래를 내다보며 투자하는 슬기가 모아질 때 비로소 거제의 앞날은 밝아진다는 것을 주지시켜 주길 당부한다.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바로 도래할지 모르는 미흡한 삶의 터전에 대비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40만을 바라보게 될 거제의 미래, 하루가 멀다 하고 뛰어오르는 지가(地價). 도시의 건강을 위해 미리 대비해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다. 가령 미래 산업 준비, 도로망 구축, 관광 인프라 증대, 환경 도시 건설, 문화생활 터전 마련, 복지 사회 건설, 머지않아 부족하게 될 상수원 확보 등과 같은 일들을 예측해 내자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그 답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으나, 대부분 정신의 건강과 육신의 건강을 으뜸으로 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눈앞의 단맛에 허덕이지 말자. 이번 선거부터라도 부디 먼 미래의 거제를 생각해 보는 선거의 계절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돈묵 /거제대 교수

새거제신문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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