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간 대립 “조율 협의체 구성해 문제 풀자”

본지가 연말을 맞아 마련한 송년 특별좌담회가 지난달 27일 오후 4시 본지 회의실에서 「국도대체 우회도로 논란-해법은 없나」란 주제로 1시간 30분동안 열렸다.

본지 신기방 편집국장 사회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거제시 김창호 건설도시국장, 일운면민을 대표한 박문길 일운거인회장, 장승포지역주민을 대표한 권순옥 거제시의회 의원, 그리고 반대식 전 시의원(신현번영회 감사)이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좌담회는 우선 장승포 주민들이 「지역 소외론」을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는 국도대체우회도로 착공 결정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김창호 국장으로부터 있었으며, 자유롭게 각자 의견을 밝히는 순서로 진행됐다.

장승포 주민들의 반대 입장과 관련, 권순옥 의원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당초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우회도로 개설을 추진할 당시 2·3공구 구간만 마무리되면 1공구 착공을 재검토할 계획이었고, 장승포 주민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기에 반발할 수 밖에 없다』는 요지의 주장을 밝혔다.

권 의원은 또 『장승포엔 2만명의 인구가 상주하는 만큼, 현 설계대로 1공구가 착공될 경우 주민들은 「외부와 단절된다」는 위기 의식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며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한 해결 방안과 반대 급부 제시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문길 일운 거인회장은 『장승포 지역에 의존해 다수의 일운면민들이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장승포 지역만 소외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일운과 장승포가 서로 공생·공영해야 할 시점임을 인식,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시키고 문제점을 찾아 보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반대식 전 시의원은 『대우조선 남문 일대 및 두모로타리 구간의 신호 체계 개선과 지하입체차도 건설로 일운과 장승포 양 지역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이 하나의 대안일 것 같다』고 제시, 『장승포항-능포항-지세포항을 연계한 광역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장승포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 전 의원은 특히 『양 지역이 이 같은 문제점을 조율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협의체」구성을 제안했다.

김창호 건설도시국장은 이와 관련해 『국책사업인 만큼 거제시로선 착공에 협조해야 할 입장』이라면서도 『패널들의 제안을 반영하고 거제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방침』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좌담회 토론 요약 정리

“장승포·능포·지세포항 연계한 광역 프로젝트 추진을”
“1공구 그대로 착공하고 장승포쪽 국도는 4차선 확장을”
“동문·두모로타리에 지하차도 만들어 차량흐름 원활히 ”

▲신기방: 바쁜 일정에도 송년 좌담회에 참석해 주신데 대해 감사 드린다. 국도대체우회도로 1공구(아주-일운간) 착공을 두고 장승포·일운 지역간 대립이 심상찮다. 양 지역간 갈등이 이대로 계속될 경우 거제시 입장에선 결국 엄청난 손실로 귀결된다. 본지가 이번 좌담회를 마련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특별한 결론을 유도하는 자리가 아닌 만큼, 자연스럽게 의견을 개진해 주기 바란다. 우선, 국도대체 우회도로는 어떤 도로이고 왜 건설되는지 거제시 김창호 건설도시국장께서 간략히 설명해달라.

▲김창호: 현재 거제 지역에 뻗어 있는 국도 14호선은 지난 60년대에 개설돼 굴곡이 많고 전반적으로 노후돼 있다. 따라서 도심을 피해 가는 국가 기간도로로 활용키 위해 추진하는 것이 국도대체우회도로인데, 대부분 4차선으로 만들어 「자동차 전용도로」로 활용케 된다. 지난 98년부터 추진된 우회도로 공사는 2000년 1월 신현과 일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같은해 4월 주민 공청회 등 두번의 설명회와 한번의 의견수렴을 거쳐 2001년 7월 실시설계가 마무리됐다.
2002년 2월 2공구(아주-상동)가 착공되고 같은해 12월 3공구(상동-장평)가 착공됐다. 지난 3월 일운 주민들의 조기 착공 건의에 따라 1공구(아주-일운)는 예산 10억원을 확보해 내년에 착공될 예정이다. 지난 10월 건교부에서는 전반적인 추진 상황을 거제시에 공문으로 통보했으나, 현재 장승포 주민들의 반대 민원이 이달 중순 관련 기관에 접수된 상태다.

▲신기방: 1공구도 당초 2, 3공구와 함께 착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창호: 예산 확보 문제로 인해 공구별로 순차적인 착공이 계획됐던 것으로 안다.

▲신기방: 나름대로의 절차를 밟아 공사착공이 진행된 것 같은데 장승포 지역민들이 왜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자.

▲권순옥: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님을 잘 알아야 한다. 당초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국도대체우회도로 구상 당시 대우조선의 물류 운송 기능을 개선시키기 위해 2·3공구만 우선 착공한 후 1공구는 지세포 선망기지 건설 추이를 봐가며 착공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장승포 주민들이 그렇게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지세포 다기능 어항 개발 계획이 발표됐다. 1공구 착공 문제가 갑자기 불거진 것이다. 말하자면 대체우회도로가 물류운송중심기능에서 관광 차량을 위한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뀐 상황에서 도로 중심기능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선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거제 동남부 지역 관광 벨트화」를 감안한 관광도로라는 점에서 두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염두에 두고 공사가 추진됐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박문길: 권 의원의 입장에 공감한다. 일운면민들은 1공구 착공에 대해 찬반을 떠나 환영하는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일운면민들의 장승포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생각해야 한다. 교통·교육·경제 등 대부분 일운면민들의 생활은 장승포에서 이뤄진다. 지세포에선 유람선 운행도 불가능하다. 결국 장승포와 일운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공생·공영관계인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1공구 공사로 인해 장승포 지역만이 소외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반대식: 국도 14호선 우회도로는 도심 지역의 교통분산을 통해 쾌적한 교통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장승포 주민들의 반발은 확정된 노선이 장승포를 경유치 않고 신현-아주-지세포 소동(이진암 인근)으로 이어지게 돼, 지역 살리기라는 측면에서 일어난 민원으로 보인다. 장승포 주민의 입장은 숙박 30개소, 토산품 10개소, 식당업 및 유람선업 등이 직접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이제 조금 나아진 지역민심이 이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즉 급격한 상권의 위축으로 과거 시청 이전으로 인한 전례와 같은 제2의 불황을 우려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신기방: 지역간 이해가 각기 다른 것 같다. 거제시에서는 이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나.

▲김창호: 1공구 공사에는 9백29억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인 만큼, 거제시는 적극 협조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지세포 다기능 어항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직선화가 바람직해 보인다. 장승포 주민들의 주장은 설계 개선을 통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기방: 권순옥 의원께서 주민들의 입장을 다시 정리해주길 바란다.

▲권순옥: 엄청난 예산이 쓰이는 국책사업임에도 정작 행정적인 검토는 극히 미비했다고 본다. 장승포엔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지, 관광도로의 역할을 위해 직선화로만 할 것인지 등 면밀히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장승포엔 2만명의 인구가 상주하고 있다. 지세포로만 길이 통하게 된다면 장승포 주민들의 생존권과도 결코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박문길: 지세포는 그동안 불이 꺼져 있었다. 지세포 다기능 어항 개발 등 내년부터 동시다발적으로 굵직한 사업들이 이뤄지게 된다. 해마다 해맞이 인파로부터 피서객들까지 이 일대 도로는 항상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1공구 착공이 지연될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관광객들은 나름대로 정해둔 행선지 즉 목적지가 있는 것이다. 장승포로 갈 관광객이 지세포로 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기방: 두 분의 의견 잘 들었다. 이제 지역간 이견(異見)을 좁힐 수 있는 접점을 찾아보자. 반 전 의원부터 심중에 있는 「윈-윈」전략을 말씀해 달라.

▲반대식: 「세계화」와 「지방화」가 21세기의 표어가 됐다. 우리 거제시민도 이제는 「거제화」라는 큰 틀속에 지역화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일운면과 장승포는 팽팽히 맞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그들대로의 주장이 있다. 과거 시청 이전으로 인한 「불꺼진 장승포항」논란 등 장승포 주민들의 정서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없다면 논란은 가열될 것이다. 대안으로 삼을 만한 몇가지 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 설계대로 터널을 뚫는 것과 동시에 △대우조선 남문(아주교 인근) 신호체계 개선 △터널입구인 두모로타리 구간의 동문 신호 체계를 개선해 「지하차도」화 시키고, 두모로타리를 현 지하 인도 대신 지하입체차도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 능포와 장승포, 일운 지역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모로타리에서 소동으로 향하는 구간도 4차선으로 추진하고 특히 옥림고개 신호 체계를 개선시켜야 양 지역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김창호: 반 전 의원의 제안에 공감한다. 현재 국도대체우회도로 공사는 기획예산처 등 관계 부서에서 타당성 재검증까지 마무리한 상황이다. 건교부도 내년부터 1공구를 착공한다고 거제시에 회시했다. 반 전 의원의 제안과 함께 시도 6호선 4차선화 등으로 사통팔달이 이뤄지면 민원도 줄어들 소지가 있어 보인다.

▲신기방: 장승포 주민들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 시킬 대안이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일운 지역쪽에서 이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은데...

▲박문길: 당초 설계대로 공사를 추진하는 한편, 계속적인 반대보단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장승포와 지세포 방면을 좌우로 연결하는 인터체인지 설치나, 장승포 지역을 부각시키는 램프 및 전광판 설치 등이 검토돼야 한다.

▲반대식: 앞서 제시한 몇가지 안을 검토할 것을 재차 강조한다. 그리고 장승포 지역은 거제문화의 중심도시와 동쪽 관문인 장승포항을 축으로 「관광문화휴양도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승포항, 능포항, 지세포항을 연계한 3항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돼야 한다. 특히 마전 방파제-옥림 해안-지세포를 연결하는 해안관광도로 개설 및 거제대학 뒷편(속칭 가시바꾸미) 일원에 해상 콘도 건설 등 청사진 제시가 필요하다. 능포 양지암과 해맞이 명소인 몽돌개가 연계된 실행 가능한 관광자원화 및 배후 숙박단지 지정, 장승포 일대 준주거지역·상업지역 확대를 통한 관광기반시설 배후지로의 발전 추진이 절실하다.
또 일운과 장승포 지역이 대립보다는 공생·공영한다는 취지로 서로 한발씩 물러나 공사는 원만히 추진되도록 하되, 문제점을 하나 하나 찾을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절실하다고 본다.

▲권순옥: 거제시에 중재를 요구했으나 답변이 없었다. 시장의 답변은 장승포 초교 이전을 통한 지역발전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답변 뿐이었다. 1공구 공사와 관련한 장승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조차 없었다. 행정과 주민이 중지를 모아 해소해야 할 문제다. 주민들의 정서는 이대로 1공구가 착공되면 「지역이 단절된다」고 생각할 정도다.

▲반대식: 「단절된다」는 느낌을 해소하는게 중요하다. 장승포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을 실질적인 내용을 장승포 발전 계획에 담아야 한다. 거가대교가 2010년 완공되고 2012년에 고속도로가 연장 건설되면 정착 인구 30-35만명에서 유동인구 10만-15만명까지 최대 50만명의 인구가 살게 된다. 자동차 대수는 현재 6만2천대에서 15만대가 주행하는 현실이 올 것이다. 향후 교통문화는 관광도시의 경쟁력 1순위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에 낙후된다면 거제시는 실패한 도시로 전락할지 모른다. 도로는 많이 내면 낼수록 좋다. 따라서 행정은 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며 주민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상생하고 협력하는 「윈-윈」시대를 열어가는 능동적 자세의 전환이 요구된다.

▲권순옥: 국도대체우회도로 건설은 시민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일운과 장승포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공청회를 통해서 주민을 이해시키고, 문제점을 찾고 보완하면서 반대 급부를 분명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신기방: 일운면민과 장승포 주민들의 협의체를 구성해 문제해결을 시도하자는 제안은 좋은 발상인 듯 싶다. 거제시도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 같다. 예산 지원 등 시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김창호: 공감한다. 협의체 구성과 함께 설계 개선 등 거제시 차원에서 최대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겠다. 오늘 나온 의견들을 적극 반영해 향후 추진에 있어 합리적 대안을 찾도록 할 방침이다.

▲신기방: 좋은 의견들을 들었다. 거제시 역시 오늘 도출된 제안들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 현재 빚어지고 있는 논란의 중심에서 협의체 구성 등 대안을 찾는데 거제시가 적극 노력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귀한 시간 할애해 준 네분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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