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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 사건을 돌아보며

「개(犬)의 해」병술(丙戌)년이 밝아 옵니다. 닭의 해, 을유(乙酉)년을 보내면서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악몽이 새해에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우리 과학계에도 새로운 희망이 여러 분야에서 다시 태동(胎動)되기를 기대합니다.

황박사가 2004년「사이언스」지에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개발을 최초로 발표했을 때 그 사실은 세계의 과학계를 뒤흔드는 이벤트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다시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논문을 발표하고, 복제견(複製犬) 「스너피」를 공개했을 때는 우리도 과학 분야의 노벨상이 눈앞에 보이는 듯 황홀했습니다. 연구비가 수백억 원이 모이고, 경기도 수원에 조성되는 서울대 과학단지에는 황우석 줄기세포허브연구소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나부꼈습니다. 이 연구가 난치병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되자 난자(卵子)를 제공하겠다는 여성 수(數)가 천명을 넘기며 국민이 열광하였습니다. MBC방송 PD수첩이 황박사팀 연구에 대한 첫 의문을 제기하였을 때도 온 국민과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고, MBC 이외의 언론과 청와대까지 조용히 있지 않았습니다. 연구실로 가는 계단에는 겨울에 진달래꽃이 뿌려졌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들끓던 열기는 지난 11월부터 급격히 반전(反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국내외에서 간헐적으로 제기됐던 2004년 연구 때 소속팀 여성연구원의 난자를 사용했다는 풍문과 난자매매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으며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아직 모든 사실에 결론을 내지는 않고 있지만 2005년 논문은 조작되고 황 박사도 이에 관여되었다는 사실을 공표하였습니다. 더욱이 조사가 진행되면서 연구논문의 과장조작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조사위에서 발표된 바로도 11개로 부풀린 2개의 줄기세포마저도 DNA검사 결과 환자형 줄기세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 모양입니다. 줄기세포의 원천기술의 보유 여부를 포함하는 실험자체에 대한 진위(眞僞)가 불분명하게 되었습니다. 연구팀 사이의 책임공방이 이어지고 상호간의 비난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구비 사용의혹과 기관개입설, 그리고 검찰수사를 검토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 듯 합입니다. 우리 과학의 국제적 망신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이미지 추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황 박사 줄기세포연구가 앉고 있는 두 가지 큰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과학은 진리(眞理)이며 그것을 다루는 과학자는 진실(眞實)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연구결과에 대한 압박을 받아도 그리고 아무리 공명심에 눈이 어두워도 허위(虛僞)로 얻어진 과학은 존속(存續)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수십 명의 교수와 연구원들이 참여한 여러 개의 연구팀이 정부에 속한 과학자들까지 합심하여 이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미국대학에서 발표되는 박사학위 논문 중에 틀린 결과가 있는 논문이 8할을 넘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연구를 하면서 데이터가 틀린다는 것과 이것을 의식적으로 조작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입니다. 모르고 틀릴 수는 있어도 소위 실험결과의 표절(剽竊)이나 인위적인 조작은 범죄행위입니다. 둘째로, 어느 외국인이 우리를 끓는 양은냄비에 비유하였다던가요? 이번 황우석 박사 문제를 겪는 과정에서 우리국민 모두는 차분하지 못하고 성급하였으며 성실하지 못했습니다. 약삭빠르고 지나치게 악착스럽게 행동하는 것보다는 황소 같은 뚝심과 성실함을 가지고 남을 속이지 말고 세상을 살아가는 국민상(國民像)이 조성되어 가야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우직(愚直)하라고 가르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솝우화에 고깃덩어리를 입에 물고 다리를 건너는 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개는 우연히 지나던 강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봅니다. 더 크게 보이는 고깃덩어리에 욕심이 생긴 개는 물에 비친 고기를 뺏으려고 입을 벌렸다가 자기 것마저 잃고 맙니다. 옳게 선택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신 포도와 여우」이야기도 「길에서 도끼를 주은 두 나그네」이야기도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우리의 현실을 깊이 반성하게 하는 비유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황 박사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한 순간에 허망(虛妄)하게 무너진 전말(顚末)이 지금까지 우리의 일면의 참된 자화상이었다면 새해에는 그와는 다른 보다 확신할 수 있는 과학연구는 물론 사회 전면에 진실하고 양심적인 사회 풍조가 새롭게 싹트고 자라나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가는 해를 돌아보고 성실하고 올바른 새해의 삶을 설계합시다.

최 덕규/거제대학장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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