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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에 대한 추억

고시공부할 시절의 이야기이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가난했고, 어린자식은 둘씩이나 있었다.
요즈음은 더더욱 그렇지만 그 때도 돈 없이 고시공부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고단하고, 비싸기로 소문난 두터운 법서를 사서 보거나 고시학원에서 수업을 듣기도 어려웠고, 그러다 보면 시험정보에도 어둡게 되고, 결국은 세월만 흐르는 악순환이 된다.

궁리끝에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고시서적을 판매하는 고시전문서점에서 일을 했고, 임금은 시급으로 2천원이었다.
하루 열시간을 일하면 2만원을 받았다. 거기에 인근 고시식당에서 밥먹을 수 있는 식권 한장이 주어졌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면 손님이 뜸한 시간에 「공짜」로 책을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아르바이트!-마치 용돈을 벌기위해 사서하는 고생정도로 생각할 정도로 편하게 들리는 단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용돈을 넘어 생계의 수단이 되고 가끔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기도 한다.

아르바이트!- 법률상의 용어인 「단시간근로자」와 사회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두가지 개념에 모두 녹아있는 개념이다.
단시간근로자에 대하여 우리나라나 독일, 일본의 법학계에서는 「당해사업장의 일반적인 근로자보다 근로시간이 짧은 근로자」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에서는 「통상보다 짧은 근로시간과 그것에 대응하는 저임금을 수반하는 규칙적이고 자발적인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개념짓고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도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당해사업장의 통상근로자의 그것에 비하여 짧은 근로자」를 단시간 근로지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시간의 길고 짧음이 기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시간의 장단이 주는 「차이」보다 훨씬 많은 「차별(!)」이 따른다. 단시간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은 유명무실이나 다름없다. 근로계약서의 작성은 물론이고 임금, 휴식, 산업재해 등에 있어 노동법의 규정은 그들에게 그림속의 떡일 뿐이다. 그들을 고용한 사용자들은 심지어 「해고의 자유(?)」마저 만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단시간근로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많은 부분이 미성년자이거나 여성근로자라는 사실이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계층임에도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단시간근로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통상적이고 정규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전체근로자의 80%를 넘어섰다고 보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당연히 보호,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적, 제도적 보호책은 미비하거나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얼마전 새로 개통된 서울 청계천 어느곳에 「전태일 거리」가 자그마하게 자리잡고 있다. 많은 국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 졌다.
70년대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일하던 청년 전태일이 스스로 몸을 불사르며 외친 한마디는 군사독재를 타도하자거나 혁명을 하자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었다. 너무나 당연하고 간절한 한마디 였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였다.

2005!- 외형상 많은 것이 풍요로워 졌고, 커졌다. 그러나, 아직도 1970년대 청년 전태일이 그토록 바라던 근로기준법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날의 고시책방에서의 아르바이트가 마냥 추억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한주 /변호사

전의승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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